TV 속 위기에 당면한 출연진 혹은 프로그램을 향해 유쾌하면서도 현실적인 해결법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보고 그대로 따라하는 것은 상관이 없으나, 그에 따른 결과는 책임질 수 없음을 미리 밝힙니다. <편집자 주>
[MBN스타 금빛나 기자] ‘막장드라마’의 전설 임성한 작가가 1년 만에 다시 안방극장에 돌아왔다. ‘임성한 작가의 신작’이라는 타이틀 하나로만 지난 6일 막을 올린 MBC 일일드라마 ‘압구정 백야’는 안방극장의 뜨거운 관심을 독차지 했다. 철저한 비밀주의 콘셉트가 유지된 가운데 마침내 베일을 벗은 ‘압구정 백야’는 과연 임 작가 명성에 걸맞게 첫 회 만으로 많은 논란거리를 만들어 내며 ‘막장드라마’의 초석을 단단하게 다지고 있다.
‘막장 드라마’란 복잡하게 꼬여있는 인물관계와 현실상으로는 말이 될 수 없는 상황설정, 매우 자극적인 장면을 이용해서 줄거리를 전개해 나가는 드라마를 일컫는 말이다. 대부분 선과 악이 분명하며, 꼭 그렇지 않더라도 마음 놓고 욕할 수 있는 캐릭터가 한두 명씩 꼭 존재한다. 이 같은 막장드라마는 때로 과도한 대사와 상황설정으로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욕을 먹는 만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경우도 대부분이다.
국내 드라마 업계에 이와 같은 막장드라마를 ‘맛깔나게’ 집필하는 작가들이 수도 없이 많지만, 그중 대표적인 작가 3명을 꼽으라면 당연 문영남 작가(KBS2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 김순옥 작가(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 임성한 작가(MBC 일일드라마 ‘압구정 백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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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된 것처럼 대한민국 대표 막장 작가로 꼽히는 만큼 세 작가지만, 이들이 표현하는 드라마 속 세계관은 닮은 듯 다른 모습과 표현방식으로 안방극장을 점령해 나가고 있다. 이에 대한민국 대표 작가들의 3인3색의 매력과 특징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 ‘막장드라마의 어머니’ 문영남 작가
‘막장드라마’라는 단언가 처음 사용된 시작이 언제인지 아는가. 바로 문영남 작가가 집필한 2007 SBS 드라마 ‘조강지처클럽’이 인기를 끌면서부터였다. 이른바 ‘막장드라마’라는 단어를 창조시킨 진짜 ‘막장드라마의 어머니’인 셈이다.
92년 ‘분노의 왕국’으로 제1회 MBC 문학상을 수상한 문 작가는 이후 드라마 ‘바람은 불어도’ ‘결혼의 법칙’ ‘애정의 조건’ ‘장밋빛 인생’ ‘소문난 칠공주’ 등 다수의 대표작들을 발표하며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아 왔다.
이후 ‘조강지처 클럽’을 통해 막장드라마를 탄생시킨 문영남 작가는 ‘수상한 삼형제’ ‘폼나게 살거야’ ‘왕가네 식구들’에 이르기까지, 내놓는 드라마마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스타작가 반열에 이른다.
문영남 작가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극중 인물의 이름을 독특하게 짓는 것이다. 예를 들면 시청률 40%대를 돌파기록을 세운 ‘왕가네 식구들’ 속 이름을 살펴보면 이앙금(김해숙 분) 왕수박(오현경 분) 왕호박(이태란 분) 고민중(조성하 분) 허사달(오만석 분) 등 현실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이름들이 가득하다. 캐릭터의 성격을 집약한 작명 덕분에 시청자들은 이름만 들어도 이가 어떤 성격이며, 상황 속에 놓여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또 문영남 작가 작품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설정이 있는데, 바로 철없는 남편이 조강지처를 버리고 불륜을 저지르는 내용이다. 여기에 소박하면서도 듬직한 가장은 반드시 등장하며, 이를 통해 가족 간 희로애락과 화합을 다루며 마지막에는 해피엔딩을 이룬다.
◇ 드라마 역사에 점을 찍다 ‘막장의 유혹’ 김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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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너를 만나서…용서 못해’라는 노래가 절로 떠오르는 드라마 ‘아내의 유혹’은 막장드라마의 역사를 뒤흔들 정도로 안방극장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현모양처였던 여자가 남편에게 버림받은 뒤 요부가 돼 예전의 남편을 다시 유혹하여 파멸에 이르게 하는 복수극이라는 설정만으로도 파격적이었던 ‘아내의 유혹’이 눈길을 끌었던 건 바로 여주인공의 변신 장면이었다. 은재가 팜므파탈의 민소희가 되는 장면에서 얼굴과 목소리는 그대로인데 눈 밑에 ‘점’을 찍는 것만으로 다른 여자라고 우기는 것이 마치 코미디처럼 우스웠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점’ 하나만으로 ‘막장드라마’의 역사를 바꾼 김순옥 작가의 장점은 파격적인 설정과 더불어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빠른 스토리 전개. 극단적으로 악한 악인을 앞세워 갈등을 만드는 김순옥 작가는 주인공과의 한판 대결로 긴장감을 높인다.
현재 시청률 40%돌파를 앞두고 있는 ‘왔다 장보리’ 역시 김순옥 작가 특유의 긴박한 전개와 주인공 장보리(오연서 분)와 ‘역대급 악녀’로 불리는 연민정(이유리 분)의 치열한 대결을 그리면서 안방극장을 열광케 하고 있다.
◇ ‘막장계의 절대 권력’ 임성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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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오로라 공주’로 막장계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임성한 작가는 막장드라마 사(史)에서 결코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는 작가다. 그도 그럴 것이 보통의 드라마라면 쉽게 사용되지 않는 유체이탈에 빙의, 대사논란, 급작스러운 죽음 등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나올 수 있는 논란 없는 논란을 양산해내는 ‘트러블메이커’이기 때문이다.
전작인 ‘오로라 공주’는 ‘최고의 문제작’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논란의 절정을 이룬 드라마다. 황마마(오창석 분)가 잠든 침대 발치에서 세 누나가 불경을 외우거나 출연자가 뜬금없이 춤을 추는 등 시작부터 ‘임성한식 괴작’의 기미를 보였던 ‘오로라 공주’는 여주인공 오로라(전소민 분)의 세 오빠였던 박영규, 손창민, 오대규 등을 알 수 없는 이유로 하차시키더니, 이후 유체일탈로 캐릭터를 죽이고, 이민보내는 방식으로 많은 배우들을 드라마를 떠나게 했다.
이 뿐 아니라 암 세포도 생명이기 때문에 이와 어울려 살겠다는 이해 할 수 없는 대사에, 개연성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전개, 엿가락처럼 늘어나는 연장, 조카인 백옥담의 비중을 늘려준다는 특혜 의혹, 급기야 임성한 작가의 퇴출서명 운동 등 그야말로 ‘막장의 종합선물세트’였다.
위에 언급한 대로 자극적인 소재사용에 딱딱 끊어지는 특유의 가르치는 듯 뚝뚝 끊어지는 대사어투 등 특유의 색체를 자랑하는 임성한 작가의 특징 중 하나는 아직 발굴되지 않은 신인 혹은 연기력이 보증되는 ‘중고신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인어아가씨’의 장서희, ‘신기생뎐’의 임수향, ‘오로라공주’ 전소민 등의 대표적인 예다.
이외에도 극의 전개와 상관없는 생활 정보와 재료부터 만들어지는 과정, 맛을 설명하는 유독 자세한 음식 설명 등을 자세하게 표현
논란의 강도만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임성한 작가는 신작 ‘압구정 백야’로 다시 한 번 논란의 정점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