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유용석 기자 |
정동하는 첫 솔로 앨범 '비긴(Begin)'을 8일 정오 발매했다. 이에 앞서 그는 당일 오전 서울 신사동 M콘서트홀에서 쇼케이스를 열고 앨범 수록곡들을 팬과 취재진에게 들려줬다.
정동하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늘 그랬던 것처럼 묵묵히 최선을 다할테니 많은 응원 부탁 드린다"며 첫 곡 '쉬 갓(She got)'을 불렀다.
살랑살랑 가을 바람을 맞듯,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곡이다. 정동하 답지 않은 노래다. 통통 튀는 재즈 펑키 리듬에 가성을 사용한 그의 목소리가 달콤한 곡 분위기와 어우러졌다.
타이틀곡 '이프 아이(If I)'가 이어졌다. 이 노래는 '부활' 보컬의 냄새가 남아있다. 애절하면서도 호소력 짙은 그의 음색과 목소리의 힘이 잘 살아있는 곡이다. 후반부 절정으로 치달음에도 듣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다만 '이프 아이'라는 생뚱맞은 영어 가사가 다소 몰입을 방해해 아쉽다.
정동하의 본색을 알기 위해서는 오히려 다른 곡을 들어보길 추천한다. 바로 '폴링 폴링(Falling Falling)'과 '위로'라는 곡이다.
정동하 스스로도 '폴링폴링'에 대해 "'이프 아이'와 타이틀 경합을 벌였던 곡"이라며 "지금까지 했던 음악 스타일과 많이 다른 곡"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처음 데모를 받았을 때 댄스곡 같아서 나랑 잘 어울리까 의문이 든 곡이지만 녹음을 하면서 완성도 있게 나와 굉장히 기대가 크다"고도 덧붙였다.
'폴링 폴링'은 신 나는 록 비트에 직설적인 가사가 인상적이다. 노랫말이 많은 만큼 템포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정동하의 남성미가 느껴지는 곡이다. '넌 내 여자로 숨쉬어야 해'라는 등의 가사는 여성 팬들의 마음을 뒤흔들 만하다. 로커 정동하와 남자 아이돌의 가능성이 교묘히 배합된 곡이다.
'위로'는 정동하의 자작곡이다. 따뜻한 감성이 느껴지는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가 아름답다. 정동하 역시 목소리에 힘을 빼고 의자에 앉아 서정적인 면모를 보였다. 마치 팝스타 제이슨 므라즈를 떠올리게 했다.
정동하는 어느새 데뷔 10년차다. 2005년 부활 10집으로 데뷔한 이후 간간히 OST를 통해 다른 음악 스타일을 해왔지만 부활의 그늘이 컸다. 제법 잘 생긴 외모와 젊은 나이지만 아무래도 부활의 '오랜' 이미지가 그와 교차됐다.
정동하는 "그룹 부활의 음악 정말 훌륭하다. 그래서 더욱 완전히 녹아들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다른 색깔 장르의 음악을 경험해 보고 싶었다. 이번 앨범을 통해 어느 정도 참고 있었던 부분이 해소된 것 같다"고 말했다.
솔로 가수로서 부담은 없다. 장단점이 있을 뿐이라고 했다. 정동하는 "팀은 무대 위에서 든든한 느낌이 있다. 지금은 나 혼자다. 음악적으로도 기댈 곳이 없다는 단점이 있다. 굳이 그 안에서 장점을 찾자면 좀 더 객석에 계신 분들에게 집중할 수 있다. 내가 기댈 수 있는 곳은 이제 객석 밖에 없다. 그 분들과 소통을 좀더 순수하게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부활의 그늘에서 벗어나야겠다는 노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정동하는 "예전에도 부활의 팬이었고, 지금 역시 늘 놀라고 동경하는 그룹이다. 굳이 벗어나고 싶다거나 벗어나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없다. 그냥 제가 이끌리는 음악을 들려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정동하는 '상의 탈의'를 1위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그로서는 이색적인 공약이다. 솔로 가수로 첫발을 내딘 그의 표정에서 시종일관 밝은 기운이 감돌았다. 무뚝뚝한 취재진 앞에서도 그는 즐겁고 유쾌했다.
배순탁 대중음악평론가는 "정동하의 공력을 바로 이 음반 '비긴'에서 부족함 없이 맛볼 수 있다"며 "앨범 전체에 과잉표현이나 불필요한 장식 같은 것들이 없다. 부활의 보컬리스트로서, 뮤지컬 배우로서 활동하면서 그가 터득한 경험의 산물이다. 완전한 절제도 아닌, 그렇다고 완전한 내지름도 아닌, 그 절묘한 지점을 본능적으로 캐치할 줄 아는 것, 지난 세월이 그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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