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부산 해운대 벡스코 제 4전시홀. 한국과 중국, 일본의 유명 매니지먼트 회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JYP, 키이스트, BH를 비롯해 중국의 이지엔터테인먼트, 일본의 어뮤즈엔터테인먼트도 참여했다.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중 열리고 있는 ‘아시아필름마켓 2014’ 부대행사로 진행된 ‘아시아 스타캐스팅 포럼’이다. “아시아 각국 매니지먼트 회사들이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시장의 차이를 알고자 하는 시도”로 올해 처음 기획된 행사다.
각 매니지먼트사는 소속된 배우들을 소개하고, 현재 진행 중인 사업과 앞으로 계획 등을 공개했다.
JYP와 키이스트는 지난 2011년 드라마 ‘드림하이’를 시작으로 콘텐츠 제작에 발을 들였음을 강조했다. ‘드림하이’는 한국뿐 아니라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도 관심을 받았다. 속편까지 제작돼 사랑받았다.
표종록 JYP픽쳐스 대표는 “최근 중국과 활발한 합작을 진행하고 있다. 영화 ‘아이 워너 홀드 유어 핸드(I wanna hold your hand)’를 제작 완료해 내년 상반기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최대 동영상 공유 사이트 요쿠투도우와 함께 만든 온라인 드라마 ‘드림 나이트(Dream Knight)’도 촬영을 끝내 하반기 혹은 내년 상반기 요쿠투도우에 독점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이 워너 홀드 유어 핸드’의 주인공은 신인인 중국 배우 위대훈인데, JYP는 위대훈을 시작으로 중국 배우 매니지먼트를 적극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표 대표는 “‘드림하이’ 때만 해도 가수가 연기를 하는 건 드문 경우에 속했는데 이제는 일반화되고 있다”며 “현재 JYP 연습생 40명 중 절반은 외국인이다. 닉쿤은 한국에서 가수가 돼 중국에서 드라마를 찍었고, 태국에서는 영화, 일본에서는 그룹 가수 활동을 하는 등 아시아 전체를 배경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적으로 좋은 인재를 뽑아 트레이닝하고 그들의 적성에 맞게끔 활동하는 시스템이 구축되고 있고, 그 중심에 좋은 감독과 작가들도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아시아류’를 만들 수 있는 좋은 콘텐츠가 나오는 기회들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0년 한국 지사 어뮤즈코리아를 설립한 일본의 어뮤즈의 아티스트 매니지먼트&영상제작부문을 담당하는 하라다 치아키도 한류가 아닌 ‘아시아류’ 발언에 동의했다.
하라다는 “일본에서도 10년 전부터 노래와 연기의 경계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는데, 한국은 뮤지컬이 잘 되지만 일본에서는 안 된다. 멋진 음성으로 노래를 하는 가창력을 갖춘 가수는 없다”며 “노래와 연기를 잘하는 게 ‘아시아류’를 만들 때 한국, 중국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필요 스킬이라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아시아의 우수한 크리에이티브들과 협력해 좋은 콘텐츠를 만들면 좋겠다”고 바랐다. 어뮤즈에는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은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후쿠야마 마사하루와 ‘노다메 칸타빌레’의 우에노 주리, 그룹 퍼퓸과 베이비메탈을 비롯해 한중일 멤버로 이뤄진 크로스 진 등이 소속돼 있다. 특히 크로스 진의 테라다 타쿠야는 현재 ‘비정상회담’에 출연해 한국에서도 높은 인지도를 쌓고 있다.
아시아뿐 아니라 할리우드에서도 활동하는 배우 와타나베 켄이 소속된 일본 K-DASH의 상무이사 이시와타 토모미는 최근 일본에서 개봉한 ‘보이스 오브 워터’의 주연을 맡은 일본 여배우 현리를 이날 행사에 참석시켜 눈길을 끌었다. 이시와타는 “이 영화는 굉장히 무거운 이야기를 다뤘지만 현리가 훌륭하게 연기를 해내 인터넷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앞으로 활약이 기대된다.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주목받았으면 해서 함께왔다”고 적극 홍보하며, “아직 구체적이진 않지만 아시아에서 한두 명 정도 통할 수 있는 배우들을 키워나가고 싶다”고 희망했다.
미국 최대 매니지먼트사 중 하나인 CAA차이나에서 2005년부터 5년동안 근무하다 최근 중국의 이지엔터테인먼트를 공동 설립한 제시카 첸은 “중국 매니지먼트 시장은 성숙기이지만, 중국 전체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초창기라고 할 수 있다”며 “중국에 맞는 시스템으로 모든 분야를 섭렵해 회사 발전의 기회를 만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지엔터는 배우뿐 아니라 감독, 작가들과도 전속계약을 맺고 중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다.
한국 매니지먼트 회사들의 발언도 큰 관심을 받았다. 배우 이병헌을 할리우드에 안착시킨 BH엔터테인먼트의 해외업무 담당 박정근 실장은 할리우드 진출과 관련한 조언을 해달라는 요청에 “배우와 프로덕션의 관계를 연결해주는 통로가 많은데, 배우들이 영어를 할 줄 알아야 하는 게 첫 번째로 해결돼야 할 문제”라며 “언어를 기본으로 알고 그 나라의 문화도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해외진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할리우드 활동은 아시아의 스타를 미국에 데려가 처음부터, 초보처럼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상당히 새로운 경험이다. 자신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성찰함으로써 더 나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고 조언했다.
박 실장은 “프로젝트 중에는 우리가 원하는 수준이 아닌 것들도 많다. 미국 독립영화도 TV 드라마에 자리를 빼앗기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블록버스터뿐 아니라 독립영화에서도 좋은 역할을 하고 싶은 마음은 크다”고 말했다. 키이스트의 양근환 대표도 “특정 작품에만 출연하는 건 들어오는 기회가 없어서일 수도 있다”며 “우리나라 배우도 작은 역할, 큰 역할을 구분하지 않고 참여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할리우드 대작에서 아시아 배우를 쓰는 이유는 아시아 시장이 커졌으니 그들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 같다. 그건 우리 의지와는 상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영미권 진출 계획은 아직 없다. 기회가 된다면 진출하고픈 큰 시장이긴 하지만 우선 아시아를 타깃으로 모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8일 끝나는 ‘아시아필름마켓2014’의 마지막 부대행사는 강우석, 강제규, 윤제균, 김한민 외 천만영화의 제작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천만제작자 포럼’이다. 이후 아시아프로젝트마켓(APM) 시상식도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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