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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소녀일 것만 같았다. 기타를 매고 노래 부르는 모습이 영락없이 요정 같던, 비록 동갑내기지만 늦게 데뷔한 탓에 ‘제 2의 아이유’라는 수식어를 필연적으로 달고 대중 앞에 설 수 밖에 없었던 싱어송라이터 주니엘(21).
솔로 여가수가 살아남기엔 너무도 척박한 한국 가요계지만, 자기만의 색으로 우직한 행보를 이어오던 주니엘이 오랜만에 신곡으로 돌아왔다. 다수의 이름 없는 신인들이 데뷔했다 사라지길 거듭할 만한, 무려 1년 반이라는 긴 시간의 공백이었다.
오랜만에 대중 앞에 선 주니엘은 한결 상큼해진 모습이다. 워낙 동안인 탓에 앳된 소녀의 티는 여전하지만, 풍겨나는 분위기는 한결 성숙해졌다. “‘아가씨가 다 됐다” 인사를 건네자 주니엘은 “그걸 목표로 하고 나왔다”며 반색했다.
“‘일라일라’나 ‘나쁜 사람’이 사랑 노래, 이별 노래였는데 ‘애기가 뭐 그런 노래 부르냐’는 시선도 있었어요. 그래도 이제 제가 스물 두 살이 됐으니 성숙해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머리 스타일도 바꾸고 염색도 해봤어요. 완전히 농익은 성인의 모습은 아니지만, 저도 연애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죠.(웃음)”
그래서 신곡 타이틀곡 제목도 ‘연애하나봐’다. 흔히 가을 하면 이별을 떠올리지만 “가을이면 옆구리가 시리니 더 연애를 꿈꾸는 계절인 것도 같다”는 주니엘은 “처음 들었을 때부터 연애를 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노래였다”고 신나게 곡을 설명했다.
‘연애하나봐’는 막 사랑을 시작한 연인들의 설렘을 담아낸 로맨틱한 가사와 멜로디가 인상적인 곡. 듣기만 해도 연애 초반의 푸릇한 감성이 떠오른다. 달달한 멜로디에 녹아든 달콤한 목소리는 물론, 예뻐진 외모가 혹시 실제로 연애 중인 건 아닐까 궁금하게 할 정도다.
하지만 현재 ‘솔로’임을 강조한 주니엘은 “예전 연애할 때를 많이 떠올렸다”며 녹음 당시 모습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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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법에도 변화를 줬다. “대중으로부터 ‘가성보다 진성을 듣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이번에 변화를 준 만큼 좋은 평가를 받지 않을까 기대도 되요.” 이전에 비해 가성 사용을 줄이고, 진성을 더한 덕분에 주니엘은 보다 힘 있는 보컬로 재탄생했다.
하지만 무대 퍼포먼스는 심플하게 가기로 했다. 멜로디는 들썩이지만 “결코 춤을 추진 않기로 마음 먹었다”는 그다. “‘귀여운 남자’ 때 약간의 율동이 있었는데, 그 때 이후로 만장일치로, (춤은) 안 하기로 했어요. 귀엽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저는 너무 힘들었거든요. 제가 그렇게 부담스러웠는데, 보는 분들은 얼마나 부담스러우셨겠어요(웃음).”
춤은 물론, 애교는 100% 자신 엇다는 주니엘. 아직 팬들과의 ‘밀당’을 주도하기에도 한참 멀었다. “팬들이 조련해달라고 하는데, 잘 못 하겠다”며 배시시 웃어 보인다.
지난 1년 반의 공백은 주니엘에게 어떤 의미, 어떤 변화를 줬을까.
“예전엔 제 생각을 고집하고 앞만 보고 갔다면, 지금은 주위 조언도 귀를 기울이게 됐죠.”
국내 데뷔 전, 일본에서도 매니저 없이 혈혈단신으로 일어서는 등 어려서부터 혼자 생활을 많이 한 탓에 자기만의 가치관이 확고한 편이었다는 주니엘이다. 하지만 국내 활동을 통해 주위와 소통하며 함께 작업하는 과정은 그의 사고를 조금씩 바꿔 놓았다.
보다 다양한 음악을 접하게 된 것도 지난 공백기 동안의 변화라면 변화. 하지만 주니엘은 “내 안에 솔직한 음악을 하겠다는 생각은 변함 없다”고 강조하며 말을 이었다.
“언젠가 대중성을 염두에 두고 곡을 썼는데, ‘네 색깔이 없어지고 너무 대중성만 보이는 것 같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물론 대중성을 아예 신경 안 쓸 순 없겠지만, 저만의 색을 유지하면서 가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죠.”
그런 의미에서 이번 앨범에 수록된 주니엘의 자작곡(‘버그 오프’, ‘플리즈’)은 주니엘만의 색을 쏟아내려 고심한 흔적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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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기발랄함이 넘치는 곡으로 무장한 만큼, 이번 활동 역시 기대해볼 만 하다. 데뷔 3년차에 접어들었으니 대중적인 면에서도 한 단계 도약하기를 기원하는 팬들이 적지 않은데, 이른바 ‘확 뜨는’ 데 대한 욕심은 없을까.
“요즘엔 확 뜨는 게 아무래도 어렵죠. 어쩌다 운이 좋으면 확 뜨기도 하는데, 가령 예능 프로그램을 잘 만나는 것도 운도 따라야 하는 것이고. 그래서 저는 확 뜨는 것에 대한 생각은 없어요. 제가 갑자기 확 뜨면, 제가 당황스러울 것 같아요 하하. 지금은 공연 위주의 활동을 하면서 팬들이 하나 둘 모이는 것만 해도 좋을 것 같아요.”
차트 순위 역시 큰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순위의 높고 낮음은 상관 없지만, 그저 차트에 오래 머물렀으면 좋겠어요. 꼭 1위가 아니더라도, 차트에 오래 머무른다는 건 그 노래를 대중이 많이 들어주시고 사랑해주신다는 거니까요.”
남은 석 달간의 활동 계획을 묻자 “쉴 새 없이 바빴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봄 여름엔 가족, 친구들과 힐링타임을 보냈으니 가을 겨울엔 활동으로 정신없이 바빴으면 좋겠어요.”
공식 활동을 쉰 지난 1년 여 동안, 친구들과의 즉흥 여행을 비롯해 충분한 휴식을 취한 주니엘은 몸이 근질근질해 보인다.
어린 시절부터 바라던 가수의 꿈을 일찌감치 이룬 만큼, 지금 주니엘은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음악을 통해 한국을 알리는 자랑스러운 한국의 싱어송라이터가 되고 싶다는 게 주니엘의 꿈이다.
“언젠가 공연이나 콘서트를 하게 되면, 한복을 입고 노래하고 싶어요. 동경사변이라는 일본 밴드를 좋아하는데, 그 중 한 멤버가 기모노를 입고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고 나니 저도 한복을 입고 노래함으로써, 한국 사람이라는 걸 알리고 싶다는 꿈이 있습니다.”
psyon@mk.co.kr/사진 FNC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