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MBC 일일드라마 ‘오로라공주’로 막장의 대모를 넘어 신화를 창조해낸 임성한 작가가 새 드라마 ‘압구정 백야’로 오는 6일 안방극장에 귀환한다.
이번에는 제작발표회도 진행하지 않는다. 제작발표회는 드라마의 전반적인 흐름을 알 수 있는 하이라이트 영상과 함께 작품을 만드는 배우와 PD가 작품에 대한 설명을 하며 홍보하는 자리다. 제작발표회를 진행하지 않는 다는 건 임 작가가 추구하는 신비주의를 끝까지 고수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며, 홍보가 필요 없을 만큼 자신감이 넘친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시작부터 철저한 신비주의로 똘똘 뭉친 ‘압구정 백야’는 방송가 예능국을 배경으로 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정보 외에는 외부에 알려진 것이 없다. 첫 방송에 앞서 공개된 티저 영상 역시 타이틀롤인 백야 역의 박하나가 어떠한 길을 걸으며 “내 이름은 백야. 사람들은 나를 야야라고 불러요”라고 말할 뿐이다.
이어 공개된 예고 동영상은 강렬하다. 승려복을 입은 박하나가 송원근이 성폭행과 폭행죄를 언급하며 언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송원근은 박하나를 행해 ‘꽃뱀’이라고 칭하기까지 해 가족드라마라고 하기에 다소 갸우뚱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임 작가의 작품 특징 중 하나는 바로 극중 인물들의 독특한 이름이다. 전작 ‘오로라 공주’에서도 오로라, 황마마, 노다지, 사임당 등 평범하지 않은 이름을 선택한 임 작가는 ‘압구정 백야’에서도 특유의 작명센스를 증명했다.
‘압구정 백야’에서는 무엇보다 종교적 색체, 특히 불교의 느낌을 물씬 풍긴다. 박하나가 연기하는 여주인공 백야의 또 다른 이름은 바로 백선종이다. 선종은 본성과 부처의 깨달음을 근본으로 하는 불교 종파 중 하나이다. 백야와 운명으로 엮일 남자주인공의 이름은 장화엄(강은탁 분)이다. 화엄은 불교용어중 하나로 꽃으로 장엄하게 장식하다는 뜻과 함께, 불교 사상 중 화엄사상을 뜻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기독교적인 이름도 있다. 조나단(김민수 분)에서 나단은 기독교 구약성서에서 다윗고 솔로몬 시대 활동했던 선지자의 이름 나단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이외에 반석(오기찬 분)이라는 이름 역시 기독교에서 일컫는 반석을 떠올리게 한다.
이 모든 것이 임 작가가 의도한 것인지 우연의 일치인 것인지 알 수 없으나, 확실한 것은 이들의 이름들 모두 평범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 ‘임성한 사단’에 합류한 ‘중고 신인’은 누구?
임 작가 작품의 두 번째 특징은 바로 아직 발굴되지 않은 신인 혹은 연기력이 보증되는 ‘중고신인’을 중심으로 캐스팅 한다는 것이다. ‘인어아가씨’의 장서희, ‘신기생뎐’의 임수향, ‘오로라공주’ 전소민 등의 대표적인 예다.
이번 ‘앞구정 백야’에서 임 작가의 선택을 받은 신인 배우는 바로 박하나, 강은탁이다. 박하나는 이름과 얼굴은 생소하지만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해온 다작 배우다. 지난 2012년 드라마 ‘판다양과 고슴도치’로 데뷔한 박하나는 이후 ‘투윅스’ ‘미스코리아’ ‘기황후’ 등에 출연해 왔다. 끊임없이 작품 활동을 해 오다 임작가의 눈에 발탁되며 단숨에 주연을 연기하게 됐다.
강은탁의 경우 10년 이상의 연기경력을 자랑하는 이른바 ‘중고신인’이다. ‘압구정 백야’의 남자 주인공으로 일찌감치 발탁된 강은탁은 2005년 영화 ‘골목길 쌈박질’로 연기자 데뷔한 후 2006년 드라마 ‘주몽’과 ‘에덴의 동쪽’ ‘바람불어 좋은 날’ 등에서 얼굴을 알렸다. 최근까지 KBS2 TV소설 ‘순금의 땅’에서 남자주인공 강우창으로 열연해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이 외에 주목해야 할 배우는 임 작가의 조카로 알려진 백옥담이다. ‘임성한 전문 배우’로 불릴 정도로 출연작 대부분이 임 작가의 작품이다. 그동안 조연에 머물렀던 백옥담은 ‘압구정 백야’를 통해 본격적으로 주연으로 발돋음 하게 됐다. 임 작가의 힘을 받아 주연으로 도약하는 백옥담의 연기변신 또한 주목할 만하다.
◇ 이번엔 진짜 가족드라마 맞나요?
하지만 많은 시청자들은 ‘압구정 백야’가 과연 진정으로 웃고 즐길 수 있는 드라마가 될 수 있을지에 의문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도 그럴 것이 계속되는 이유모를 죽음과 갑작스런 출연배우들의 하차, 유체이탈, 말도 안 되는 막장 시월드에 개연성 없는 전개로 언성을 샀던 ‘오로라 공주’ 역시 초반 강조했던 것은 바로 ‘따듯한 가족드라마’였기 때문이다.
초반 안하무인 아가씨 오로라(전소민 분)와 황마마(오창석 분)의 사랑이야기 일 줄 알았던 ‘오로라 공주’는 뒤로 갈수록 조연급으로 출연했던 설설희(서하준 분)의 비중이 높아지더니, 급기야 주인공의 자리를 꿰차고 원래 주인공이던 황마마는 교통사고로 죽는 알 수 없는 황당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많은 이들을 의아하게 했다.
꼭 ‘오로라 공주’가 아니더라도 임 작가의 작품은 TV 보고 웃다가 죽고, 잠들다가도 죽고, 추락사 당해서 죽는 등 유독 ‘죽음’이 다뤄진 경우가 많다. 이에 새로 시작하는 ‘압구정 백야’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사람은 누구일지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 이번에는 방송국, 제2의 ‘피고름 대본’ 등장할까
대사만 보고 작가가 누구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스타 작가들은 작품 속 특유의 문체와 특징이 묻어 있다. 임 작가 작품 대사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대사를 통해 대중들과 소통하려 한다는 것이다.
포털사이트에 프로필도 삭제하고, 인터뷰도 불가, 철저한 비밀주의를 고수하는 임 작가는 유독 대본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특징이 있다. 때로는 극의 전개와 상관없이 딸기를 칫솔로 다듬으면 좋다, 어떤 음식끼리 궁합이 좋은지와 같은 생활 정보에서부터 배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직접 하지 않고 대사로 하기도 한다. ‘오로라 공주’에서는 주인공인 전소민이 출연진들의 연이은 하차와 관련해 트위터에 글을 올리자 ‘오로라 공주’ 대사를 통해 “트위터는 인생의 낭비”라고 질책해 눈길을 끌었었다.
임 작가 대사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피고름으로 쓴 대본’과 같은 독특한 대사다. 전작에서는 ‘암세포도 생명’이라는 명대사를 낳기도 했다. 예능국을 배경으로 하는 ‘압구정 백야’는 이 같은 명대사를 배출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압구정 백야’, 120부작만 하는거죠?
임 작가 작품 치고 초반 정해진 분량만 진행했던 적이 없었다. ‘오로라 공주’의 경우 120부작에서 30부가 늘어난 150부로 늘어나며 많은 논란을 야기했었다.
사실 임 작가의 ‘연장의 역사’는 실로 오래됐다. 대표작 중 하나인 ‘보고 또 보고’는 계속되는 연장 끝에 약 6개월 넘게 추가 방송이 됐으며, ‘인어아가씨’의 경우 무려 150회 넘게 연장하며 246부작으로 종영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하늘이시여’ 역시 4차례 연장에 성공해 50회에서 85회로 연장시키기도 했었다.
연장
한편 ‘압구정 백야’는 오는 6일 오후 8시55분에 첫 방송된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