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노래가 부산 해운대 영화의 전당에 울려 퍼졌다. 일본 가수 나츠카와 리미는 ‘사탕수수밭의 노래’로 축하공연을 펼쳤다. 2일 성황리에 끝난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다. 일본 배우 와타나베 켄은 한국의 문소리와 개막식 사회를 보기까지 했다. 올해 부산영화제 개막식에 왜색이 짙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3일 “사회자와 축하공연을 일본인이 동시에 맡은 건 의도치 않게 그렇게 됐다”며 “오래전부터 이미 논의되고 섭외된 인물들이었다”고 설명했다.
영화제 측 관계자는 특히 “개막식 축하공연의 내용은 평화를 강조하는 노래였다”며 “부산영화제가 가진 통합과 화합의 의미가 담겼으면 했다. 문화적으로 화합의 길을 이끌어내 보고자 하는 의미였다. 이 역시 오래 논의해 나온 결과”라고 강조했다.
‘사탕수수밭의 노래’는 미군의 무차별 폭격, 심지어 일본군도 가담해 수많은 이들이 사망한 오키나와 전투 당시 태어났던 소녀가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전쟁과 상관없는 이들이 전쟁터로 내몰린 비참함이 드러나 있고, 평화를 바라는 내용도 강조됐다는 설명이다. 굳이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개막작 ‘군중낙원’의 수위도 도마에 올랐다. 1960, 70년대 대만 금문도를 배경으로 군대 내 합법적인 매춘부를 관리하는 보직을 맡게 된 파오(롼징티엔)의 성장 이야기이긴 하지만, 소재 탓 영화에서 나오는 신음과 성애 묘사는 아이들이 보기 민망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에 대해 부산영화제 측은 “등급 검열을 하지 않는 게 영화제 취지에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전제하며 “프로그래머들의 모임인 선정위원회가 일정한 기준을 통해 영화를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또 “관객들에게 이 영화는 굳이 따지자면 19세 관람가라는 이야기를 했다. 현장에서 표를 못 사게 했고, 출입을 통제하기도 했다”며 “한 젊은 부부가 아이를 데리고 개막식에 참석하려고 했는데 정중하게 양해를 구했다. 이해하시고 돌아가기도 했다”고 전했다.
‘군중낙원’은 매춘부가 소재이긴 하지만 중국과 대만 사이 이산민의 아픔, 여성에 대한 도덕적 관념, 억압적 군대 문화 등 당시 대만 사회의 자화상을 담아낸 게 핵심이다. 앞서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2일 언론시사회 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군 위안부 문제를 담은 영화를 개막작으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영화 속 내용이 과거와 현재가 다르지 않고 아시아 전체가 소통할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밝혔다.
웃돈을 얹어 개막식 티켓을 구하려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인터넷에는 2만원 표를 10만원에 팔겠다는 글도 있었다.
그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레드카펫 노출이 올해는 자제됐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던 부산영화제는 몇몇 배우들의 과감한 옷차림이 여전히 존재하긴 했지만 첫날 일정을 무난하게 소화했다.
한편 올해 영화제에는 10일간 세계 79개국에서 314편이 영화 마니아들을 찾는다. 거장의 작품을 소개하는 ‘갈라 프레젠테이션’, 젊은 감독의 작품을 발굴하는 ‘뉴 커런츠’,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 등에서 소개되는 기대작들이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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