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는 개막작부터 충격이었다. 개막작 ‘군중낙원’은 중국 본토와 대치 상태에 있던 1969년 대만 금문도에서 운영되던 군영 내 공창이 소재다. 공창(公娼)은 관청의 허가를 받고 매음 행위를 하는 여자를 뜻한다.
물론 이게 전부는 아니다. 소재만 그렇지, 자극적이진 않다. 어쩔 수 없이 허벅지나 등이 드러나고 신음소리가 들릴 뿐이다. 대만 출신 도제 니우 감독은 스크린에 성적인 것들을 구현하는 걸 최대한 자제한 듯 보인다. 오히려 영화가 끝났을 즈음에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졌다고 하는 공창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이 더 크게 느껴진다.
60~70년대 대만에서 군 생활을 했던 아버지 세대의 추억을 반추한 감독이 금문도의 해안정찰 부대에 파견된 신병 파오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여러 이야기를 통해 당시 대만 사회의 자회상을 보여주려는 목적은 잘 전달된다.
수영과 잠수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파오가 옮겨간 부대는 ‘831’ 또는 ‘군중낙원’이라고 불리는 군영 내 공창. 파오는 선임의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하고 한 매춘부와 함께 탈영한 친구, 매춘부와 현실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비극적 결말을 맞이하는 친분있는 원사, 죄를 짓고 감형 받기 위해 공창에 자원한 여성 등과 교감하면서 성장해 간다. 사랑과 공감, 성장이 이 영화의 중요한 핵심이다.
과거 대만 사회의 모습은 우리의 것과 비슷, 교집합이 꽤 있다. 공창까지는 아니더라도 영화에 공감해 웃거나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지점이 많다. 불안한 사회상과 분단·이산의 아픔도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폭행으로 인한 사망, 가혹행위, 성추행 등으로 얼룩진 우리나라 군대 내 문제도 떠오를 수밖에 없는 영화다.
9살부터 연기를 시작해 1983년 영화 ‘소필적 고사’로 최연소 금마장영화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도제 니우 감독은 주목해야만 하는 연출력을 선보인다. 배우, 작가, 감독으로서 다재다능한 그를 새롭게 알게 된 기쁨이 크다. 감독의 따뜻한 시선도 느껴진다. ‘군중낙원’은 2분 32초 만에 예매가 매진됐다.
한편 올해 부산영화제는 2일부터 세계 79개국에서 초청된 314편을 만날 수 있다. 폐막작인 홍콩 리커창 감독의 ‘갱스터의 월급날’은 개막작과는 또 다른 분위기다. 사양길에 접어든 중년 갱단 두목과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코믹하면서도 감동적으로 엮었다.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