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정석(34)은 “신민아와 사귀는 건 아니다. 그렇게 봐주면 정말 고마운 시선이다. 극찬인 것 같다”고 했다. 10월8일 개봉하는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서 진짜 커플인 것처럼 나와 다짜고짜 사귀냐고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영화는 4년간의 연애 끝에 이제 막 결혼한 영민(조정석)과 미영(신민아)의 신혼생활을 그린 작품. 1990년 당대 최고의 로맨틱 코미디였던, 박중훈·최진실 주연의 동명 작품을 현시대에 맞게 리메이크했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조정석을 만났다. 유쾌함이 진동했다.
-첫 주연작이라서 남다른 의미가 있는가?
신민아씨와 공동 주연이긴 하지만 조정석이 남자로서는 단독 주연인 거니까 굉장히 의미 있다.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시사회에서 앞에 있는 분들이 정말 재미있게 보더라. 민아씨, 감독님과 같이 고민하고 생각한 장면들에서 사람들이 웃으니 보람 있었다.
-‘건축학개론’의 납뜩이와는 다른 모습인 건가?
어떤 작품이든 그 상황과 캐릭터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어떤 코미디를 해도 납뜩이처럼 보일 수 있는데 그렇게 보셔도 난 이해한다. 다만 다르게 표현하려고 섬세하게 접근한다. 그 디테일을 알아봐 주는 건 고마운 일이다. ‘건축학개론’에서 원맨쇼였다면,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서는 상황적인 코미디가 많았다.
-영민과 미영의 결혼생활에 대해 공감하나?
시나리오 대사에서 전해져 오는 감정들이 모두 와 닿았다. 남녀 사이에 오가는 마음까지도 말이다. 시나리오를 재미있게 봤는데 영화에서도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과거의 경험에 비춰, 서른 다섯 살 내 나이의 연륜이라고 할 수 있다. 초반 프러포즈할 때도, 병원 신에서도 다 공감이 갔다.
공감 못 한다는 말 속의 뼈는 좀 더 리얼하지 못해서인 것 같다. 좀 더 싸우고, 욕도 하고 할 수 있는데 영민과 미영은 착해 보이기만 한다. 하지만 그게 우리 영화의 톤이다.
-두 사람의 호흡이 잘 맞는다.
코미디적인 부분은 민아씨와 호흡이 중요했다. 민아씨가 받아주지 않았다면 살아나지 않았을 거다. 이 작품을 향한 열정 때문에 아이디어를 수도 없이 냈다. 내가 바지 벗는 신은 민아씨의 아이디어다. 신혼생활을 스케치해보자는 상황만 주어진 건데, 민아씨가 영민이 바지를 시도때도없이 벗는다는 얘기를 했다. 나도 좋아했고, 촬영 스태프, 감독님 모두 좋아했다. 대사 중에 고스톱 치면서 ‘크게 한 번 혼내줄 거야’라고 말한 건 내 아이디어다. 그런데 잠깐, 민아씨는 그 아이디어가 어떻게 떠올랐는지 모르겠다.(웃음)
-둘이 무척 좋아 보이는데 사귀는 것 아닌가.
그렇게 봐주면 정말 고마운 말이다. 남녀 커플 연기를 했는데 ‘만나는 것 아니냐, 사귀어라’ 하면 극찬인 것 같다. 민아씨와 호흡을 맞춰 행복했다. 사실 캐스팅됐을 때 주변에 여자들까지도 부럽다고 하더라. 어떻냐고 물어보고, 그러면 나는 ‘진짜 예쁘다’고 했다. 그 질문에 이골이 났다. 하하.
-촬영을 하면서 결혼에 대한 환상을 품은 부분과 깨진 부분이 있나?
둘다 별로 없는 편이다. 행복은 소소한 것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다만 결혼하고 나면 뭔가 잘못한 다음에는 빨리 사과해야 할 것 같다. 연애할 때는 싸우고 그냥 가버리고 나중에 풀어지기도 하지만, 결혼하면 같은 공간에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빨리 빨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애기해본 적은 없다. 어떤 말을 해줄지 무척 궁금하다. 하지만 박중훈 선배 역을 하게 돼 영광이었다는 말을 하고 싶다. 이명세 감독님 작품을 리메이크한 것도 영광이었지만, 당대 최고 스타인 박중훈-최진실 선배의 위치에 나와 민아씨가 들어간 것만도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박중훈 선배보다 낫다는 얘기를 듣는다면? 완전 극찬이다.
-박중훈 선배보다 잘한 점? 아쉬운 점?
다들 재미있게 봤다고 해주시니깐 아쉬운 건 없는 것 같다. 내가 아쉬워하면 보는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겠구나라는 생각도 있어서 아쉬움은 없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최선을 다해서 기분이 좋을 뿐이다.
-뮤지컬에 이어 영화, 드라마까지 승승장구다. 배우로서 다 이룬 걸까?
아니다. 나 자신이 기특하다는 생각뿐이다. 앞으로 할 것도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건축학개론’ 이후 쉼 없이 달리고 있다.
생각해보니 그렇다. 다음 작품은 임수정, 이진욱 배우와 10월부터 ‘시간이탈자’라는 작품에 들어간다. 현재는 쉴 수 없지만, 내년에는 좀 쉬려 한다.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쉬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이 영화에서 판해일 시인이 얘기한 것처럼 소중한 것을 잊지 않고 싶기 때문이다.
jeigu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