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신민아(30)는 선배인 故 최진실과 자신을 비교하는 시선이 부담스럽다. 시종 “비교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한 시대의 아이콘이었던 선배를 따라하지 않고, “신민아만의 매력을 살리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8일 개봉하는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감독 임찬상)에 임한 자세다. 이번 영화에서 그는 세련되고 귀여운 모습, ‘여신’이 아닌 35살의 평범한 미술학원 강사로 남성 팬들을 자극한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4년간의 연애 끝에 이제 막 결혼한 영민(조정석)과 미영(신민아)의 신혼생활을 그린 작품. 1990년 당대 최고의 로맨틱 코미디였던, 박중훈·최진실 주연의 동명 작품을 현시대에 맞게 리메이크했다. 미영 역할에 잘 어울리는 신민아를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현실 속, 영화 속 모습이 묘하게 오버랩 됐다.
-영민과 미영의 신혼생활에 공감이 갔는가?
조정석씨는 주변에 결혼한 친구 지인들이 꽤 된다더라. 하지만 난 주위에 결혼한 사람이 거의 없다. 친한 언니들도 다 노처녀다. 어렸을 때 봐온 부모님을 떠올렸다. 꼭 결혼해야만 그 상황을 알 수 있는 건 아니다. 시나리오에 나와 있는 걸 우리 식으로 표현했다.
-조정석과 호흡이 무척 잘 맞아 보인다
처음부터 안 어색하더라. 편했다. 나도 오빠도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우리가 무척 욕심이 많다. (조정석씨가 다가가려고 노력했다고 하던데?) 나도 노력했다. 다른 작품에서보다 오빠한테 더 편하게 대하려고 했다. 영화에서 툭툭 치면서 얘기하는데 영화 끝나고도 계속 그랬다. 시사회 때 웃긴 장면이 나오면 영화에서처럼 옆에서 때렸다.(웃음)
-그러다 사귀는 것 아닌가
(웃음) 그럴 일은 없다. 영화에서 호흡이 잘 맞은 것으로만 봐 달라. 어울린다는 말은 좋은 것 같다. 스틸이나 영상만으로도 잘 어울린다고 해주니 무척 좋다.
-신민아가 먼저 캐스팅된 것이라던데. 조정석 캐스팅 비화는?
내가 추천했다. 물론 제작사에서도 생각하긴 한 것 같다. 조정석씨는 정말 영민에 잘 어울린다. 영화 보면서도 정말 영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장 편집본은 웃기지 않은 것도 내레이션으로 살려내더라. 영화를 보며 진짜 똑똑하다고 생각했다.
난 비교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촬영 전 ‘나의 사랑 나의 신부’를 다시 봤는데 명작이고, 명배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주 큰 부담이었다. 시대의 아이콘인 선배를 따라갈 수 없다. 그를 흉내 내기보다 나만의 미영을 살리고자 노력한 게 컸다. 우리 영화가 그것을 뛰어넘은 건 아닌 것 같다. 그래도 우려한 것보다는 많은 분이 좋게 봐줘서 안심이다. 이 영화를 보고 많은 분이 최진실 선배를 기억하게 하는 점에서 우리 영화가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개봉된 다음에도 최진실 선배와 나를 비교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지만.
-요즘 들어 다양한 연기를 보여주는 것 같다
최근의 고민은 아니다.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같은 작은 작품에도 참여했다. 작지만 진지한 이야기를 다룰 수 있는 이야기도 좋아하고, 나와 어울릴만한 영화도 좋아한다. 조금 더 성숙할 수 있는 연기를 보여드리는 걸 하기 위해 고민을 계속 했다. ‘경주’는 나와 장률 감독님의 조합이 의외로 받아들여진다는 점에서 좋은 작업이었다. 항상 얼마나 내 모습을 보여줄지가 고민이다.
-30대가 되면서 새로운 고민이 생긴 게 있나
한 인생을 잘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 20대에는 그런 생각을 안 했다. ‘너 잘 살고 있느냐’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만족스럽게, 떳떳하게 ‘잘 살고 있어’, ‘행복해’라고 답을 할 수 있을까? 즐기면서 살고 싶다. 하지만 일을 하면서 큰 것들도 얻었잖나.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 1차원적인 고민인데 하게 되더라.
-20대 때와 크게 변한 건?
몸에 좋은 것을 먹고 있다는 것? 아무래도 몸이 안 좋아진 것 같으니….(웃음) 무슨 무슨 효능 있다는 약을 먹는다. 건강, 행복 등을 생각한다. 나이 먹을수록 관리의 중요성을 느낀다. 다이어트도 하는데 성과가 나오는 것 같다. 예전에는 쉬는 게 그냥 푹 퍼져서 쉬는 거였는데 이제는 나를 위해 투자해야 하는 것 같다. 필라테스를 매일 하는데 활기가 생긴 것 같다. 지금은 ‘빡세게’ 관리를 해야 하는 것 같은 시기다. 하하.
-연애에는 오픈된 편인가? 연애 스타일은?
혼자 하는 연애이면 공개하는 게 상관없지만 연애는 둘이 하는 거다. 상대방과의 배려가 필요하고 존중을 해줘야 한다. 나 혼자 공개하고 싶다고 해서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상대가 일반인이든, 배우든 사람들이 쏟아내는 편견이 있을 텐데, 그런 부분 때문에 조심스럽다. 내 연애 스타일? 난 애교가 있는 건 아닌 것 같다.(웃음)
미영이 집안을 치우며 남편한테 잔소리하는데 그것처럼 결혼은 일상이 되는 것 같다. 같이 산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다. 혼자 있고 싶을 때도 있겠지만 같이 살기 때문에 맞춰야 하는 부분이 있잖나. ‘결혼하면 이렇구나'를 촬영하며 많이 느꼈다. 영민처럼 갑작스럽게 집들이를 한다고 하면 어떻겠냐고? 오코노미야키, 해줄 수 있다(웃음). 열심히 만들어 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미영이처럼 잔소리를 할 것 같긴 하지만. 하하.
jeigu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