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먼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인당수에 몸을 던진 효녀 심청. 대중들은 늘 심청의 효에만 관심을 보였지만, 심청의 뒤편이자 그녀의 효성을 강조하기 위한 뺑덕어멈과 심봉사에 초점을 맞춘 영화가 탄생해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 ‘마담뺑덕’
[MBN스타 여수정 기자] 고전 ‘심청전’을 비튼 19금 동화 탄생이 신선하고 역발상 자체가 기발하다.
전작 ‘남극일기’ ‘헨젤과 그레텔’ ‘인류멸망보고서’로 대중에게 인사를 건넨 영화감독 임필성이 신작 ‘마담뺑덕’으로 스크린을 찾았다. 그의 전작 모두 ‘인간의 욕망’을 신선한 각도로 다뤘기에 이번에도 역시 100%의 신선도를 자랑한다.
개봉 당시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던 ‘남극일기’ ‘헨젤과 그레텔’ ‘인류멸망보고서’가 전 대중이 아닌 마니아층만의 공감대를 형성했다면, ‘마담뺑덕’은 임필성 감독 특유의 색과 조금이나마 대중성을 담아 전작보다 관객과의 거리감이 좁다.
↑ 사진=MBN스타 DB |
“난 영화감독으로서 운이 좋아 송강호, 유지태, 류승범 등 최고의 배우들과 작업을 많이 했다. 과거 비주얼이나 스토리에 집착하지 않아 비판을 받기도 했다. ‘마담뺑덕’은 전작과 달리 관객들이 배우와 스토리를 더 편하게 보도록 최선을 다했다. 물론 영화의 내용이 어렵고 이해가 안갈 수도 있지만 이런 사랑을 경험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간접경험을 줘 위험하고 끝까지 가는 사랑에 대해 생각할 계기를 주고 싶다. 정우성, 이솜 등 좋은 배우 덕에 퀄리티 역시 좋다.”
“개봉시기가 가을인데 보통 가을은 마음이 외롭지 않냐. 마음이 외롭다면 ‘마담뺑덕’을 통해 외로움의 끝을 느껴보길 바라고, 사랑에 빠져있다면 파국이 생기기 전 곁에 있을 때 잘하자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다. (웃음)”
본래 ‘마담뺑덕’에는 동성애 코드와 완성본보다 더한 학규의 찌질함이 담겨있었지만, 시나리오 과정에서 수정됐다.
“배우들의 정서대로 가려고 현장에서 설정을 바꾼 적도 있다. 때문에 한 현장 제작진이 나에게 ‘왕가위 감독이 아닌 임가위 감독님이냐. 이러다 1년 넘게 촬영하겠다’고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웃음) 결말과 중간 과정에 스릴러를 넣으면서 시나리오부터 원작과 많이 달라졌다. 원작을 뒤틀고자 했지만 멜로의 본질은 유지하려 했다. 본래 청이와 덕이의 동성애 코드가 있었다. 청이가 덕이에게 집착하고 아버지 학규를 질투한다는 내용이었는데 덕이의 이야기에 집중하기 위해 수정했다. 학규도 더 찌질했는데 멋지게 나쁜 남자라기보다는 현실적인 남자이기에 정우성과 캐릭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덕분에 처음보다 지금의 학규와 정우성이 더 잘 어울리더라.”
전작을 통해 알 수 있듯. 임필성 감독은 ‘대중성’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주로 작품에 담아왔다. 때문에 작품이 어렵거나 난해할 수 있다. 그러나 ‘마담뺑덕’은 임필성 감독과 대중성의 적절한 중간점을 담아 그에게 있어 ‘새로운 도전’이다.
임필성 감독 외에도 연기 인생 20주년을 맞은 정우성의 데뷔 이래 강렬한 베드신과 노출이 담겼고, 이솜 역시 파격 모습 공개로 대중 앞에 눈도장 찍기 충분하다. 한 마디로 ‘마담뺑덕’은 감독과 배우에게 새로운 도전이자 시도를 알리는 작품이다.
“나에게 도전이기도해 전작보다 애정을 가지고 작업에 임했다. 이 노력이 관객에게 전달되기를 바란다. 내 생각에 감독에게 있어 중요한 책임은 작품의 색을 만들고 마음으로 찍는 것이다. 그러나 색 있는 감독은 대중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것 같다. 한국영화의 빠른 발전은 색 있는 감독과 제작진, 배우의 노력이 쌓여 가능했던 일이다. 앞으로도 개성 있는 영화를 만들 것이고 이런 부분이 잘 발전되길 바란다.”
“사실 흥행공식이 존재한다면 다 따라하지 않냐. 예상외로 흥행하지 못한 작품도 있고 예상과 달리 흥행한 작품도 많이 있다. 물론 빠르게 변화하는 관객들의 생각을 캐치해 작품에 담아 이들을 행복하게 하고 이들의 생각과 일치한다면 이건 천운이다. 그동안 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의욕이 넘쳤고 다행히 날 지지해주는 이들을 만나 운 좋게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마담뺑덕’부터는 산업적인 책임감도 생기기 시작했다. 영화제 수상 성적과 나 이만큼 찍어요 식의 자랑이 내 목표가 아니다. 관객이 없으면 영화를 제작할 수 없기에 앞으로는 내 생각에 대중성을 녹여 볼 예정이다”
↑ 사진=포스터 |
“현재 계약되어 있는 하나의 차기작이 있다. 여러 아이디어를 놓고 고민 중이다. 신선한 영화를 선보일 것인가 또는 호러를 보일까 또는 ‘마담뺑덕’을 깊게 파고들까 생각 중이다.”
대중에게 익숙한 심청이 아닌 대중에게 한발 멀리있던 심학규와 마담뺑덕을 관객 앞에 등장시킨 임필성 감독. 독특한 발상 전환 덕분에 관객들의 상상력도 깊어졌고, 고전 비틀기로 예상치 못한 웃음도 선사하고 있다. 특히 “여긴 너희 집 밖이자 나의 집 밖이다. 우린 밀폐된 공간에서만 완성되는 인간이다. 발상의 전환을 해봐라”라는 식의 정우성 대사와 “독한 두 여자끼리 잘해봐라. 난 빠지겠다”식의 김희원 대사는 관객들의 웃음을 책임진다.
“신기하게도 토론토 영화제 초청 상영 때에도 그 부분에서 관객들이 웃더라. 일부러 웃음 포인트 식으로 넣은 게 아니다. ‘마담뺑덕’을 보고 웃거나 우는 관객들은 그만큼 스토리 과정을 흥미롭게 봤다는 것이다. (웃음)”
‘심청전 비틀기’도 신선하지만 가장 돋보이는 건 정우성과 이솜의 베드신이다. 확실히 해당 장면이 신선함을 줄 수는 있지만 예상보다 길고 배우들의 파격 변신에 ‘충격’은 크다.
“순간의 긴장과 감정을 방행하고 싶지 않았다. 정우성과 이솜의 베드신은 앞으로의 파국을 암시하는 장면이다. 롱테이크로 진행됐기에 위험한 선을 넘어가는 이들을 숨죽이고 지켜보면 된다. 또 이들의 위험한 순간에 동참하게 만들고 싶었다. 배우를 소모시키고 단순히 야한 장면이 아닌 롱테이크기법으로 감정까지 길게 잡고 싶었다. 베드신으로 관객을 설득하는 건 간단한 게 아닌데 배우들의 케미가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2~3번 촬영했고 콘티 속 디테일보다는 직관에 의존해 촬영했다.”
↑ 사진=MBN스타 DB |
“내 개성을 관객에게 주입하기 보다는 배우들 자체의 매력을 알려주고 싶었다. 같은 학규와 덕이라도 어떤 배우가 임하느냐에 따라 상상이 다르다 생각한다. 난 정우성이 가진 아우라, 즉 숙성된 위스키처럼 배우 정우성이 가진 스펙트럼, 표정 등이 학규라는 캐릭터에 좋은 작용을 한 것 같다. 정우성이 학규를 연기하기에 여자 관객입장에서 이런 남자를 만나면 이럴 것이다 라는 간접경험을 주고 싶었다. 반대로 이솜은 남성 관객들로 하여금 이런 여자를 만나면 이럴 것이다를 알려주고 싶더라.”
“대리경험을 시켜준다고 생각하면 된다. 영화와 드라마, 오페라의 목표는 이입을 통해 간접경험하게 돕는 게 아니냐. 덕분에 더 흥미롭게 작품을 느낄 수도 있다. 앞서 언급했듯 20대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