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쁜 숨소리와 살려달라는 비명, ‘수정아’라고 납치된 동생을 목놓아 부르는 소리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심지어 동생은 청각장애를 앓고 있어 듣지도 말하지도 못한다. 배우들의 대사는 적지만 영화는 흥미진진하고 긴장감 가득하다.
친숙하긴 하지만 굳이 알고 싶지 않았던 맨홀을 배경으로 정체불명의 남자와 그 속으로 납치된 자들의 목숨을 건 생존 게임은 잘빠진 초반 전개로 흥미를 더 돋운다. 영화 ‘맨홀’이다.
신재영 감독은 25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맨홀’ 언론시사회에서 “100분이 넘는 영화에 대사가 거의 없다. 그나마 (경찰 역으로 나오는) 조달환이 대사를 하는데 모든 배우를 합쳐도 A4용지 2장이 안 나온다”고 말했다. 감독의 말처럼 대사가 적은 덕에 초중반의 긴장감과 흥미진진한 전개는 스릴러 보는 맛을 더한다.
정경호가 연쇄 살인마 수철 역, 장유미가 납치된 동생을 찾아 고군분투하는 언니 연서 역할이다. 정경호는 “왜 수철이 사람들을 납치하고 나쁜 짓을 하는지 타당성을 얻으려 했다”며 “수철이의 아픔을 넣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모든 작품에 참여할 때 대학 동문이자 친한 형, 소속사 동료인 하정우에게 조언을 구한다는 정경호는 “이번 작품에 대해서는 특별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고, 건강히 재미있게 하고 오라고 하더라”고 덧붙여 눈길을 끌었다.
정유미는 "처음으로 스릴러를 했는데 장르에 대해 어떤 생각보다 동생을 찾아야겠다는 생각만으로 연기를 했다”며 “액션이 힘들진 않았다. 좀 더 액션을 하고 싶었는데 액션 분량이 많지 않았다. 그게 더 힘들었던 것 같다”고 웃었다. 정경호와 몸싸움하는 등 고생한 장면에 대해서는 “육체적으로 힘든 것은 시간이 지나면 잘 생각이 안 난다. 부딪치고 다치는 건 괜찮았다. 오히려 세트라는 걸 알면서도 맨홀이라고 느껴야 하는 점이 어려웠던 것 같다”고 짚었다.
‘맨홀’은 눈을 질끈 감게 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렇게 잔인하진 않아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몇몇 트릭은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하다. 영리한 방법을 택했다. 다만 후반부 사족 같이 느껴지는 부분과 너무나 타이밍 적절하게 문제가 해결되는 지점 등은 초중반의 강렬함과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의 매력을 반감시켜 아쉽다. 10월 8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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