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직장인도 아니고, 출퇴근 따위는 없는 가수들이 ‘월요병’을 노래한다. 이들은 예쁜 외모에 늘씬한 각선미를 자랑한다. 세상에 이런 직장인이 어디 있어. 저런 여직원 있는 회사면 적어도 남성 직장인들에게는 월요병이 사라졌을 거다. 그런데 이들이 이처럼 황당한 ‘월요병’ 타령을 하는데도 어쩐지 공감이 간다.
‘미드나잇 써커스’ ‘백마는 오고 있는가’ 등 매번 독특한 가사와 무대 연출로 눈길을 끌었던 써니힐이 이번에는 ‘먼데이 블루스’라는 타이틀곡으로 직장인들의 월요병을 그러냈다. 특히 이들은 곡의 콘셉트에 맞는 직장인 코스프레를 하고 무대에 오르며 대중들의 재미를 돋웠다.
“월요병이라는 주제 자체가 일단 재미있잖아요. 주제를 듣자마자 아이템 회의에 돌입했어요. 무대의상부터 안무까지 모든 것에 대해서요. 어쩌다 보니 사원증을 목에 걸고 오피스룩을 입었는데 그게 신의 한수였죠.(웃음) 사실 저희도 직장인이나 다름없죠. 진짜 출퇴근도 얼추 비슷하게 했다니까? 3개월 준비하는 동안 연습실로 매일 출근하고 일요일만 쉬었죠. 월요일만 되면 ‘오늘만 안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이들은 로엔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사원증(사실 사원증이라기 보다, 출입패스·구내 카페 이용카드 정도의 용도다)을 걸고 연습실을 들락거린다. 이번 무대에 오를 때 목에 걸고 나온 그 사원증이 실제 이들이 사용하는 아이템이었다.
매번 독특한 구성의 무대를 선보이는 이들이 파격적인 변신을 꾀한 이 무대는 마치 제 옷을 입은 것처럼 보인다. 오피스룩이 잘 어울리는 것도 있지만, 적지 않은 나이에서 오는 성숙한 섹시미도 한 몫 하지 않을까.
“사실이에요. 걸그룹이라고 하기에 저희는 솔직히 나이가 조금 있잖아요.(웃음) 오피스룩을 입은 걸그룹들도 꽤 있었는데 저희는 나이 덕에 더 사실적으로 보이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자연스럽잖아요. 특히 미성 언니가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예전에 승무원을 준비했는데, 그 느낌이 물씬 나더라고요. 마치 어느 실제 직장인이 우리 무대에 피처링, 혹은 특별출연 한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해요.(웃음)”
특히나 이들은 몸매가 드러나는 오피스룩을 입고 신나면서도 요염한 안무를 소화해낸다. 여직원으로의 은근한 섹시미를 잘 살렸다는 평이다. 포인트 안무인 ‘놀까 말까 춤’은 멤버 승아가 실제로 직장인 친구의 회식자리 막춤에서 따온 것이다. 그만큼 실제 직장인들에게 공감을 살 수 있도록 실생활에서 아이디어를 찾아내려 노력했다.
“승아의 친구가 회식자리에서 춘 춤이에요. 당시에 반응이 진짜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걸 좀 보완했죠. 소심하게 춤을 추면서 놀까말까 망설이는 그런 춤이죠. 약간 조롱하는 느낌도 들어요. 살짝 출 듯 말 듯 하니까, 상사 애간장을 태우는 느낌이랄까요?(웃음)”
써니힐의 이번 앨범은 제법 알차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다. 이는 정규 1집은 파트A로 이후 파트B도 잇달아 발매된다. 처음 발매하는 정규앨범인 만큼 많은 생각을 담고, 풍성한 음악들을 준비했다는 것을 입증이라도 하려는 모양이다.
“진짜 좋은 곡들이 엄청 많아요. 파트B는 파트A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채울 예정이에요. 파트A도 엄선해서 고른 것들이에요. 첫 정규 앨범이다 보니 아무래도 더 신경을 쓰게 되고, 쉽게 만들어내지 못하겠더라고요.”
이번 앨범에서 이들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신드롬이 일었으면 좋겠다”는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실제로 이들은 뮤직비디오 순위에서 상위권에 오르는 등 대중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퀄리티에 이들만의 색깔을 덧입힌 이번 앨범이 대중들에게도 통한 셈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사실 음원순위는 조금 기대에 못 미치죠. 전보다 순위가 오르지 않더라고요. 많이 들어주셨으면 해요. 뭐든 한 번에 이루어진 게 없으니까 열심히 하면서 기다려야죠. 그래도 뮤직비디오는 제법 좋은 성적을 거뒀더라고요. 실망할 뻔 했는데 변화를 줬던 비주얼적인 면이 대중들에게도 와 닿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8년차 그룹인 써니힐은 그 연차답지 않은 겸손함을 연신 내비쳤다. 이번 앨범에 임하는 각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에 대해서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한 단계씩 올라갈 거예요. 안주하지 않고, 실망하지 않고, 지치지 않고 정상을 향해 가야죠. 그리고 써니힐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아요.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고 뚝심대로 변하는 써니힐이 될 거예요.”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