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강동원(33)은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감독 이재용)의 '아들 바보' 대수가 자기와 무척이나 닮았다고 했다. 멋지기만 해 보이는 그를 약간 찌질하게 만들어 안 좋아할 줄 알았는데, 강동원은 정말 만족해하고 있었다.
17살에 아이를 낳은 부모와 17살을 앞두고 80세의 외모를 가진 선천성 조로증에 걸린 아들의 이야기를 다룬 '두근두근 내 인생'. 강동원은 극 중 걸그룹에 열광하고 아들의 게임기를 탐내는 철부지 아버지다. '강동원=철부지 아빠!?', 안 어울릴 것 같은 등식이 성립된다. 물론 극 중 대수는 택시 운전에 각종 아르바이트를 해 생계와 아들의 병원비를 책임지는 책임감 강한 가장이기도 하다.
"제게 원래 있는 모습을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대수 캐릭터를 의심한 적도 없고, 힘들었던 것도 없었죠. 감독님은 최대한 자연스럽게만 연기하라고 하셨고, 그다음부터는 문제없이 잘 촬영한 것 같아요. 주변 사람들이 '네 모습을 그냥 보여주기만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송혜교씨도 제 성격을 잘 아니 '정체를 드러내라'고 했죠."(웃음)
강동원은 만화를 좋아한다고 했다. 이번 영화를 통해 만화 '슬램덩크'의 강백호 같은 이미지를 보여주려 한 듯, 수차례 '강백호처럼'이라는 말을 했다. "시나리오상에 어린 시절 꼴통이라고 나와 있는 걸 보고 강백호 같은 이미지를 많이 살려보려고 했거든요. 현재 장면은 현실적으로 하려 했지만, 과거신은 약간 만화처럼 하려고 과장하기도 했죠. 애드리브 하는 것도 안 좋아하는데 이번에는 많이 해본 것 같아요."
"어린 대수가 기합을 외치고 발차기하며 계곡 물에 뛰어드는 건 제 아이디어였어요. 대수는 꼭 그렇게 뛰어들 것 같았거든요. 첫 탈의신인데 그 장면이 웃겨서 정말 좋았어요. 개인적으로 코미디 장르도 좋아하거든요."(웃음)
만화와 코미디를 좋아하는 강동원은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 웃을 수 있는 장면이 있어 좋았지만, 감동코드에는 또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울컥한 장면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특히 17년 만에 아버지(깁갑수)를 만난 장면이 인상 깊다. 그는 "꽤 많이 울었다"며 "리허설 전부터 감정이 올라왔다. 몰입하는데 시간이 별로 안 걸렸다. '17년 동안 아버지를 봐야지' 했겠지만 애가 아프니 시간이 오래 걸렸던 것 같다. 그 신은 시나리오에서도 가장 슬픈 장면 중 하나였다"고 떠올렸다.
아직 결혼에 대한 생각은 없는 그이지만, 훗날 아빠가 되면 어떤 아빠가 될 것 같으냐고 물었다.
"대수처럼 될 것 같아요. 95%는 그렇게 될 것 같아요. 아이들과 놀 때 정신연령이 잘 맞거든요. 일본에 친한 부부가 있어서 가끔 만나는데 아들이 절 무척 좋아해요. 그 아이와 둘이서 일본을 거닐기도 했죠. 사람들이 오해할 수도 있겠다고요? 그렇죠. 실제로 따라오면서 수군대기도 했어요(웃음). 저는 가정적인 아빠가 되지 않을까 해요. 집에 있는 걸 좋아해요. 요리하는 것도 좋아하고요."
그렇다면 그는 어떤 아들일까. "지금은 얼마만큼 좋은 아들인지 모르겠어요. 예전에는 말을 잘 들었죠. 공부도 열심히 했고요. 축구부 활동도 했는데 하지 말라고 하셔서 바로 그만뒀어요. 지금은 저 때문에 가족들이 생활하는데 애로사항이 있어요. 강동원 부모, 강동원 누나, 강동원 조카 등이 됐거든요. 꼬리표가 붙어 미안해요. 가족들은 또 실수하면 저 욕 먹인다고 조심하세요. 그런 것도 미안하죠."
"강요로 움직이거나 제가 생각했던 대로 안 움직이면 무척 스트레스받는 스타일이거든요. 두 시간으로 담은 영화와 16시간 동안 담아내는 드라마는 다른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드라마는 안 하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제작 환경이 많이 바뀌었대요. 지금은 시나리오는 받아보겠다고 했는데 안 들어와요. 과거에 그렇게 얘기해서 그런가 봐요. 허허."
jeigu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