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영화 ‘군도-민란의 시대’(이하 ‘군도’, 477만1735명, 9월4일 기준)를 시작으로 ‘명량’(1701만3496명) ‘해적-바다로 간 산적’(이하 ‘해적’, 718만6317명) ‘해무’(146만8370명)는 2014년 기대작 중 하나다.
‘명량’은 한국영화계의 역사를 새로 쓰며 놀라운 저력을 과시했고 ‘해적’은 ‘개싸리기’ 흥행을 이어가며 뒤늦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반면 ‘군도’와 ‘해무’는 기대와 달리 다소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이 상황에서 영화인의 눈에 비친 ‘군도’ ‘명량’ ‘해적’ ‘해무’의 흥행 성적을 알아봤다.
◇ 평론가 정영권
‘군도’ - “코드에 있어 마니아층을 형성하는 것 같다. 일부 관객들은 여자 내레이션 등을 생뚱맞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또 영화 자체가 패러디는 아니지만 설정, 음악, 대나무 숲 결투 등이 향수를 자극해 이런 부분을 좋아하는 즉 이런 코드를 잘 아는 이들에게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하정우 외 다른 배우들은 영화감독 윤종빈의 작품에 흡수되고 있지만 강동원만 튄다. 의상과 스타일 등으로 그를 부각시키려 한 것 같다. 때문에 강동원 혼자만 화려해 그의 팬들에게는 좋지만 다른 배우들과는 마치 물과 기름같다.”
‘명량’ - “영화 자체가 스펙터클하고 배우 최민식, 이순신이라는 한국의 영웅 등의 조화가 돋보인다. 관객들의 민족주의, 애국 등의 정서가 흥행에 작용한 것 같다. 영화를 안 본 사람보다는 한 번 봤던 사람이 더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일종의 ‘팬덤’이 생겨 매우 빠르게 흥행을 돌파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적’ - “큰 고민 없이 여름에 즐겁게 볼 수 있는 오락영화다. ‘명량’에도 오락적인 측면이 있었지만 중압감 없이 즐길 영화는 ‘해적’이며 그 자리를 채운 셈이다. 유해진의 연기는 재미를 더하기도 했다. 스펙터클한 재미도 있었고 대중적인 잔잔한 웃음을 안겼다.”
‘해무’ - “영화를 보지는 않았지만, 주변에서 무겁고 칙칙하다고 이야기 하더라. 또 박유천과 한예리의 러브라인이 생뚱맞다는 의견도 있고 갑자기 애정신이 등장해 스토리 라인에 맞아 들어가지 않는다더라.”
◇ 문화산업전문가 구문모
‘군도’ - “드라마적인 요소가 강하다. 양반과 탐관오리의 대결과 백성 구하기 등이 마치 ‘다모’ ‘홍길동’ 등을 보는 것도 같다.”
‘명량’ - “시대적으로 볼 때 리더십의 부재이고 이순신은 이 시대가 원하는 리더상이다. 또 그런 리더가 필요한 상황이다. 과거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이 ‘서편제’를 관람했고, 노무현 대통령 역시 ‘왕의 남자’ ‘맨발의 기봉이’를,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등을 관람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명량’을 보지 않았냐. 정치적 지도자들이 영화를 관람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흥행몰이 요소 중 하나다. 자연스럽게 대중들은 대통령이 봤으니 나도 관람해볼까라는 일종의 모방 심리가 작용한 것 같다.”
‘해적’ - “디테일 면에서는 네 작품 가장 뛰어나고 대중들이 좋아하는 장르다. 대중들의 관심을 끄는 판타지적인 요소도 있다. 판타지와 액션의 조합이 관객들을 불러 모은다. 또 디테일한 CG도 볼만하다. 다른 네 작품과 달리 가족이 함께 보고 웃고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해무’ - “밀항을 소재로 했고 스릴러적이라 대중적인 흥행 요소와는 조금 거리가 멀다. 드라마적인 요소도 있다.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볼거리적인 측면이 떨어진다. 세월호 참사로 사회가 어두운데 밀항이라는 소재와 스릴러, 어두운 배경이 관객들의 흥미를 잡지 못했다.”
◇ 대중문화평론가 최규성
‘군도’ - “중요 캐릭터가 많다보니 집중이 안 되는 것 같다. 임팩트는 있지만 산만한 부분도 있다. 영화와 재미 부분에 혼란을 줘 호불호가 갈리는 상황이다. 스토리도 다소 복잡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 호불호가 나뉜다.”
‘명량’ - “김한민 감독은 이미 ‘최종병기-활’로 재미를 선사한 바 있고, ‘명량’은 군더더기 없는 전쟁으로 승부하고 있다. 영화의 독주로 다른 영화들이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긴 하다. 심지어 ‘명량’은 예매하기도 어렵더라. 한번 본 사람들이 또 다시 재관람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해적’ - “진지한 영화가 아니라 가볍게 볼 수 있다. 주인공이 김남길과 손예진은 이미 드라마를 통해 콤비로서 인정받은 이들이다. 때문에 이들의 조합은 돋보이고 거기에 코믹적인 요소까지 들어가 제격이다. 재미는 보장됐고 거기에 진지한 부분도 있다. 특히 그동안 주로 나쁜 이미지, 멋진 이미지를 보였던 김남길의 코믹적인 변신이라 반갑다. CG도 뛰어나다.”
‘해무’ - “상대적으로 작품성은 뛰어나지만 다른 작품과 달리 어둡다. 사극을 담은 세 작품 사이에서 개봉해 상대적으로 시기가 안 좋았다.”
◇ 문화평론가 하재근
‘군도’ - “통쾌한 민란 활극을 기대한 관객들은 다소 실망했을 수도 있다. 민란이 아닌 악당이 부각됐다. 또 하정우가 너무 답답했다.”
‘명량’ - “운이 좋았다. 개봉 당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도 없었고 ‘해무’도 관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지 못했다.”
‘해적’ - “무거운 영화들 사이에서 경쾌하다. 때문에 가볍게 보기에 좋다.”
‘해무’ - “여름 블록버스터는 재미가 중요한데 무겁다. 지나치게 무거워 보기 힘든 부분도 있다.”
◇ 영화평론가 최광희
‘군도’ - “강동원의 분량이 과잉돼 뒷부분과 엮이지 않는다. 악역인데 멋지게 나오기도 한다. 사실 주인공은 하정우인데 주인공이 누구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이 점에서 강동원을 멋지게 그려내고자 한 감독의 강박이 느껴지기도 한다. 기획, 캐스팅 등 종합적으로 볼 때 흥행요소를 많이 포함하고 있지만, ‘명량’이 너무 강력했다.”
‘명량’ - “한국적인 특수성과 이순신 장군이라는 유명한 아이콘 조명으로 흥행에 성공한 것 같다. 또 이순신의 리더십과 부재한 리더십에 대한 대중의 결핍감이 만들어낸 거대한 집단 무의식적 반작용이 흥행 요인이다.”
‘해적’ - “탄탄하게 잘 만들어진 코미디같다. 영화 안에 기본적으로 오락의 완성도가 중요한데, ‘해적’은 통쾌하며 시원한 느낌을 준다. (마지막에 흥행 성적을 올렸지만) 잘될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다. ‘아바타’가 흥행할 당시 ‘전우치’도 같이 개봉했는데 동반 흥행했다. 지금 ‘해적’이 ‘전우치’와 같다고 볼 수 있다. 보통 기대작이 극장가에 몰리면 두 편 정도는 성과
‘해무’ - “훌륭한 작품이지만 세월호 사건 후 어두운 분위기에서 이런 류의 영화를 보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다. 네 작품 중 가장 괜찮고 완성도도 뛰어나지만 사회적 분위기의 영향을 받은듯하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