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열일곱 살에 아이를 낳은 부모와 열일곱을 앞두고 80세의 외모를 가진 선천성 조로증에 걸린 아들의 이야기를 다룬 '두근두근 내 인생' 홍보차 만난 송혜교는 '송혜교가 전설의 씨X 공주'라 깜짝 놀랐다고 하니, 못내 아쉬운 듯한 눈치였다. 욕이 두 차례밖에 나오지 않기 때문일까. 송혜교는 웃으며 "아무래도 욕을 더 해야 했죠?"라고 반문했다. "기왕 할 거면 좀 더 제대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거든요."(웃음)
송혜교는 밝고 씩씩하지만 언제 세상을 떠날지 모를 아들로 인해 두근두근한 인생을 살아가는 미라 역을 맡았다. 안 어울릴 것 같지만, 역시 배우는 배우다. 영화 상영이 시작되면 그는 어느새 아이만 생각하는 엄마로 관객을 울리기도 하고, 웃음을 주기도 한다. 욕도 어색하지 않다. 영화에서는 욕하는 송혜교 말고도 귀여운 아줌마 같은 모습도 만나볼 수 있다.
송혜교는 귀여운 외모에 애교도 많을 것 같다고 하니, 또 뜻밖의 대답을 내놓는다. 그는 "무뚝뚝한 편"이라며 "과거 남자친구를 만날 때도 그랬다(무뚝뚝한 편이었다)"고 했다.
"저는 나름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뭘 해도 무뚝뚝하다고 하더라고요. '아, 나는 애교와는 거리가 멀구나!'라고 생각했죠. 집에서는 더 해요. 엄마가 가끔 '애교 좀 떨어주면 안 되느냐'고 하실 때도 있어요. 다른 집에 갔다 오시면 그런 걸 부러워하시더라고요. 밖에서는 그래도 살갑게 하는 게 '약간'(강조) 되는 것 같은데 가족한테는 더 안 돼요. 마음은 하고 싶은데…."(웃음)
송혜교는 결혼도 하지 않았고, 엄마도 아니다. 모성애를 연기하는 것도 고민이었을 것 같다고 하니 고개를 저었다. 그는 "내 또래 친구 같은 엄마의 모습이라 덜 부담됐던 것 같다"며 "강하고 모든 걸 다 바치는 모성애가 있어야 하는 엄마의 모습이었으면 힘들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다행히 "친구 같은 엄마라서 마음이 놓였다"고 한다. 물론 어른스러운 아이 때문에 감정 기복이 심해야 해 연기하기 힘들긴 했다.
"실제 상황이라면요? 저는 아이와 친구처럼은 지낼 수 있어도 미라처럼은 못할 것 같아요. 책임감을 느끼고 아이를 지키며 살아온 것 자체만으로 대단하잖아요. 저도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친구 같은 엄마가 되고 싶어요. 이 일을 일찍 시작해서인지 사회에 있다 보면 모르는 것들이 많은데 멍청하다고 생각할 때가 있죠. 그래서 아마 제가 아이에게 뭔가를 가르쳐 줄 수는 없을 거예요. 하지만 친구처럼 이성상담도 해주고 이것저것 얘기해줄 수 있는 엄마가 될 수는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아직 자신이 없네요. 헤헤."
강동원과의 호흡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친하긴 하지만 솔직히 서로 잘 안 맞는 부분이 있어요. 얘깃거리나 주제가 있으면 서로 의견 일치가 안 되죠. '내 의견이 맞네', '네 의견이 틀리네'라고 서로의 의견만 강조해요. 싸운 적은 없지만, 어떤 이야기가 나오면 포털 사이트에 검색까지 하며 누가 맞는지 확인해요. 대수 같은 남편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요? 잘 생겼으니 좋긴 해요. 재미있고요. 음, 또 뭐라고 얘기해야 하죠? 하하하."
앞서 송혜교는 탈세 논란으로 뭇매를 맞았다. 세무사의 실수였다고 입장을 밝혔으나, 폭격의 대상이 됐다. 그는 감내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내 불찰이었으니 대중의 안 좋은 시선은 당연한 거로 생각해요. 쓴소리와 충고는 들어야죠. 앞으로 더 주의하려고요."
"과거에는 더 잘 보이고, 많이 주목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더 잘 보이길 원하면서도, 촬영은 빨리 끝내고 놀러 가고 싶었죠. 책임감이 많이 있지도 않았어요. 하지만 중국에서 왕가위 감독님과 작업하고 나서 소중함이라는 걸 느꼈죠. 낯선 환경에 있어야 해서 괴로웠는데 끝나고 나니 어떤 공부가 됐더라고요. 예전에는 내 촬영이 끝나면 집에 가기 바빴는데 이제는 현장이 정말 좋아요. 상대방이 어떻게 연기했는지도 궁금하고요. 어려운 신이 있으면 '어떻게 하면 더 풍부하게 끌어내 볼 수 있을까?' 고민도 하게 됐죠. 예전에는 사람들이 별로 안 나오는 영화에 많이 나왔는데, 이제 멀티캐스팅 영화에도 출연해서 다양한 모습도 보이고 싶어요."
jeigu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