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인터뷰] 강동원 “‘친구 같은 아빠’ 대수와 성격 비슷하지만, 무뚝뚝해”

17살 ‘헛발 왕자’ 태권도 유망주에서 33살 아들 바보가 된 아빠 대수(강동원 분). 걸그룹에 열광하고 아들의 게임기를 탐내는 철부지이지만, 각종 아르바이트로 생계와 아들 병원비를 책임지는 든든한 가장이다. 단 한 번도 힘든 내색 없이 그저 똑똑한 아들이 자랑스럽고, 함께 할 수 있는 지금이 행복하기만 한 대수. 그러나 17살을 앞둔 아름이(조성목 분)에게 찾아온 변화는 그의 삶도 바꾸어 놓는다. / ‘두근두근 내 인생’

[MBN스타 여수정 기자] 세상 그 어디에도 없던 얼굴 훈훈하고 마음까지 훈훈한 아빠가 2014년 스크린에 등장했다. 이는 배우 강동원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는 전작 ‘군도-민란의 시대’(이하 ‘군도’) 속 미워할 수 없는 슬픈 악역 조윤에 이어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 철부지 아빠 대수로 또 다시 대중을 만나게 됐다.

조윤으로 부드러운 칼 솜씨와 악인다운 면모를 과시했던 강동원은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 송혜교와 부부로 호흡해 완벽한 비주얼까지 뽐낸다. 거기에 선천성 조로증을 앓고 있는 아들 아름이(조성목 분)를 친구처럼 돌보며, ‘진짜’ 아빠가 된 강동원을 상상케 한다.

↑ 사진=이현지 기자

어린 나이에 사고를 쳐 아직 철부지 아빠일 수밖에 없지만, 아름이 덕분에 대수는 성장하고 그 역을 맡은 강동원도 한층 성숙해 보인다.

“대수는 내 출연작 중 나와 성격이 가장 비슷한 캐릭터다. 덕분에 나의 성격에서 어느 정도 가져와 대수를 연기했다. ‘두근두근 내 인생’ 속 대수가 ‘군도’ 조윤과 반대 이미지라 선택했다기보다는 시나리오가 정말 좋았다. 비행기 안에서 읽었는데 너무 훌쩍거렸는지 스튜어디스 한 분이 감기 걸린 줄 알고 뜨거운 수건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웃음)”

아들 아름이가 선물 받은 게임기를 호시탐탐 노리는 모습부터 걸그룹을 보고 해맑게 웃는 장면까지, 대수는 확실히 철부지 아빠다. 그래서 더 아들과 친구 같고 점점 철들어 가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앞서 강동원은 “어떤 아빠가 될 것 같냐”는 질문에 “대수 같은 아빠가 될 것 같다”고 거듭 답해온 바 있다. 때문에 강동원이 곧 대수 같고 그와 아버지의 관계까지 궁금해진다. 친구 같은 부자지간을 너무 잘 표현했기에.

“아버지와 난 경상도 남자다. 실제로 무뚝뚝한 편은 아닌데 그렇다고 살가운 아들도 아니다. (웃음) 그러나 굳이 따지자면 무뚝뚝한 편이다. (웃음) 사실 아버지와의 정이 담겨 출연을 결심한 부분도 있다. 아버지로 등장하는 김갑수 선배님과의 장면은 보면서 많이 울었다. 영화 자체가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그렸고 이를 표현하고자 만들어서인지 나 역시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나더라. 또 나의 10대~20대 시절도 되돌아봤다.”

강동원이 언급한대로 극에서 김갑수는 그의 아버지로 등장한다. 어린 시절 꼬일 대로 꼬인 부자지간은 세월이 흘러 서로를 이해하며 용서한다. 그래서 눈물샘을 자극하기에 제격이다. 무엇보다 김갑수가 철부지 어린 강동원의 뺨을 때리는 장면은 보는 이가 더 아프다.

“김갑수 선배에게 20~30대 정도 뺨을 맞은 것 같다. 때리는 시늉이 아니라 진짜 맞았다. 너무 아프니까 울상은 저절로 된 것이다. 사실 안 아프게 때려야 되니까 맞는 사람보다 때리는 사람이 더 힘들다. (웃음)”

그가 표현한 대수는 한마디로 천의얼굴이다. ‘늑대의 유혹’에서 보였던 풋풋함을 시작으로 ‘그녀를 믿지 마세요’ 속 순진무구한 모습,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속 부드러움 ‘전우치’ 속 능청스러움이 한데 어우러져 대수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조금은 찌질하다가도 멋있어 보이고 능청스러워보이다가도 순수해 보인다.

↑ 사진=이현지 기자

특히 강동원은 완벽한 대수를 위해 몸무게 10kg을 늘리고 2개월간 태권도를 배우는 등 노력을 가했다. 그러나 정작 늘린 체중은 완벽한 비율 때문에 티 나지 않고, 갈고 닦은 태권도 실력 역시 선보일만한 장면이 없다.

“‘군도’ 당시 64kg이었다. 체중을 늘리기 위해 운동을 하면서 식이요법을 병행했다. 촬영당시 74kg이 넘었다. 감독님이 ‘그만하라’고 해서 체증 증가를 멈췄다. 찌운 살은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감량했다. 사실 태권도 실력을 보일 장면이 한 장면이었지만 멋지게 나와야 되기에 연습을 안 할 수 없었다. (웃음) 2개월 연습한 것치고는 아쉽지만 스스로 멋지게 연기하고 싶었다. 다행히 나쁘지 않게 나왔더라.”

이외에도 강동원은 풋풋한 송혜교와의 만남 장면을 위해 조금이지만 상반신 노출도 선보인다. 그는 “4월, 치악산에서 찍었는데 정말 너무 추웠다. 물이 7도였는데 이는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온도 중 가장 낮더라. 정말 얼음물에 들어간 것이었다”라며 노출보단 참을 수 없었던 추위에 대해 강조, 때 아닌 연기 고충도 토로했다.

또 강동원은 귀에 착 감기는 경상도 사투리로 관객에게 친숙한 이미지까지 더하고 있다.

“원래 시나리오 상 안산, 수원 쪽 사투리를 써야 됐다. 그러나 대수가 지방에 살다 서울로 이동하면서 여러 가지 언어를 쓰기에 이재용 감독님이 경상도 사투리를 하자고 했다. 처음에는 다들 반대했지만, 사투리와 서울말을 번갈이 쓰면 골치가 아플 수 있기에 또 작품의 몰입도를 위해 경상도 사투리를 쓰기로 했다.”

이번 작품으로 강동원은 소속사 식구인 송혜교를 비롯해 아역배우 조성목, 걸그룹 소녀시대 유닛 태티서와 연기호흡을 맞추게 됐다. 이중 단연 돋보이는 건 태티서와의 연기호흡일 터.

“아이돌을 가까이에서 본 적이 없다. 때문에 내 영화 촬영장에 소녀시대가 와서 신기했다. 아이돌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기념사진은 찍었다. 한편으로는 낯설기도 해 어디에 앉아야 될지 모르겠더라. (웃음) 송혜교와는 친분도 친분이지만 이미 한번 작품을 했었기에 긴장하지 않았다. 가끔 나에게 사투리 연기를 묻고 했는데 (사투리 연기를) 잘 소화한 것 같다. 아역 조성목은 속이 정말 깊다. 애늙은이랄까? (웃음) 그래서 대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정말 어른스러웠는데 역시 아이라 그런지 잠은 못 참더라. 잠을 참지 못하고 도중에 넘어가는 모습을 보고 애는 애구나 싶더라. (웃음) 나중에 조성목이 크면 ‘너 대사 치다가 졸았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화기애애한 현장 분위기가 느껴지는 강동원의 답변에서 영화에 대한 애정도 느낄 수 있었다. 이 애정은 이재용 감독에 대한 마음으로 이어졌다.

“‘군도’ 촬영 때와는 너무 달랐다. 항상 산속에서 많은 배우들과 촬영했었다면 ‘두근두근 내 인생’은 도심에서 촬영했고 출연진도 얼마 없었다. 두 감독님의 성향도 다르다. 이재용 감독님은 조용조용하고 차분하지만 장면을 빨리 찍는다. 물론 빨리 촬영하고 늦게 촬영하는 건 상관이 없지만 감독님은 놓치는 부분 없이 빠르게 찍는 게 장점이다.”

↑ 사진=이현지 기자

마지막으로 영화의 제목처럼 인생에 있어 언제 가장 두근두근 거리냐는 질문에 “엄청 두근두근 거릴 때는 언론배급시사회 전 날이다. 기자간담회 직전도 떨린다. 그 외에는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갈 생각을 할 때나 예쁜 옷을 보면 두근두근 거린다”며 개봉 후 관객들의 평가도 기대하고 있음을 전했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