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2013년 7월11일 개봉한 ‘명왕성’을 시작으로 2014년 ‘한공주’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 ‘18-우리들의 성장 느와르’(이하 ‘18’) ‘야간비행’까지 청소년 이야기를 담았지만, 정작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작품들이 여전히 관객들에게 ‘불편한 진실’로 남아있다.
‘명왕성’은 입시지옥과 그 안에서 치열한 경쟁으로 비극을 맞게 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로부터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때문에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신랄하게 담았지만 정작 그 이야기의 주인공인 청소년들이 못 본다는 아이러니를 안겼다. 특히 제63회 베를린영화제,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등 다수의 영화제에서는 12세 관람가 혹은 15세 관람가 등급으로 상영됐기에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논란이 됐다. 그러나 다행히 재심의를 통해 15세 관람가를 받았다.
앞서 ‘명왕성’의 신수원 감독은 “‘명왕성’이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기에 과한 표현은 삼가했다. 과도한 폭력도 삼가했고, 노출도 자제하면서 찍었다. 영등위가 문제시하고 있는 기준이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개인의 성향이 작용한다. 1년 동안 만들어낸 열정의 결과가 단순히 몇 명의 의견에 의해 차단되는 것이 옳은 것인가”라며 “제작팀에서도 자제하면서 만든 영화인데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 나온 것은 의아하다. 2년 전 ‘인 어 베러 월드’에서도 똑같이 사제폭탄이 소재가 됐지만 12세 관람가였다. 심의의 기준이 무엇인지 헷갈린다”고 억울한 심정을 전한 바 있다.
↑ 사진=포스터 |
‘한공주’의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에 대해 이수진 감독은 “기대는 안 했지만, 막상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 나오니 아쉽다. ‘한공주’를 고등학생들도 봤으면 하고 학부모도 함께 관람해 고민하는 시간이 있었으면 했는데...”라며 아쉬워했고, 출연배우 천우희 역시 “청소년들이 ‘한공주’를 봤으면 하는데 청소년관람불가라 아쉽다. 어른들도 영화를 보고 많은 것을 느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비록 상영 가능한 관객들이 제한됐었지만 22만 관객을 돌파하며, 작지만 큰 쾌거를 누리기도 했다.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와 ‘18’ 역시 청소년이 주인공이지만 정작 주인공인 이들이 절대 영화를 볼 수 없다.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는 여러 주인공이 등장하는 만큼 다양한 사연을 지닌 청소년들이 등장한다. 때문에 유형별로 공감할 수 있고 보는 재미도 가득하다. 그러나 공감을 할 청소년들은 보지 못해 안타깝다. ‘명왕성’과 마찬가지로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 월드프리미어 초청 당시에는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는데, 극장 개봉에 앞서 돌연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셈이다. 그러니 더 황당하고 어처구니가 없다.
욕설이 과했다고는 하지만 청소년들이 쓰는 욕설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닌 딱 현재의 수준임에도 해당 등급을 받은 것이다. 극 중간 중간의 자극적인 장면도 실제 어디에서나 벌어질 수 있는 사건의 수준이기에 과하지 않고 적당하다. 이에 김경묵 감독은 “젊은 세대에 대한 이야기를 다뤄 청소년이 보길 원했는데 (등급 때문에) 못 봐 아쉽고 안타깝다. 지금의 현실, 청소년을 미개인 취급하는 처사라 생각한다”라며 “실제로 다른 영화들에 비해 욕설도 표현부분에 있어 그 이상이 아니고 수위도 높지 않다. 그런데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아 납득이 안 간다. 실제적으로 편집해야 될 구간이 없다고 생각한다. 등급에 대해 회의감도 들며 이는 문화예술에 대한 권한을 제한하는 것 같다. 몇몇의 사람만이 등급 결정에 참여하는 것 아니냐. 문제의식을 가져야 될 것 같다”고 등급에 대한 황당한 심정을 알렸다.
↑ 사지=스틸 |
‘18’에는 지금은 볼 수 없는 교복과 그 시대의 풍경, 당시 학생들의 놀거리, 남자들의 우정 등이 담겨있다. 또 성장통, 가족과의 소통, 청소년 시기의 불안감도 영화의 깊이를 더했지만 아쉽다. 이에 한윤선 감독은 “청소년관람불가라 아쉽다. 아쉬운 대로 중, 고등학교 자녀를 둔 부모님이 ‘18’을 봤으면 좋겠다. 입시교육, 공부와는 별개지만 학창시절 아이들이 안고 있는 부모와의 소통이 담겨있기에 관람했으면 한다”고 전했고, 출연 배우 차엽 역시 “아쉽다. 청소년은 못 보지만 20~30대가 ‘18’을 보고 추억을 생각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야간비행’ 역시 아이러니한 등급을 피해갈 수 없었다. 입시경쟁, 왕따, 자살, 폭력으로 뒤엉킨, 괴물로 변해버린 학교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배신하고 이용하는 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야간비행’도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다. 이송희일 감독은 “작정하고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를 만든 적이 없다. 욕만 해도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 나오는 상황이다”라며 “(청소년들이) 극장에서는 영화를 못 봐도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오히려) 청소년들이 SNS를 통해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라 못 본다’고 짜증을 내더라. 많은 청소년이 보면 좋을 영화인데 아쉽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현실적으로 청소년들의 세상을 표현했음에도 욕설, 적나라한 표현, 모방 위험 등을 이유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준다면, 누가 자신 있게 청소년 영화를 제작할 것인가. 또 청소년 이야기지만 정작 이들을 볼 수 없는 아이러니한 등급을 준다면 더 이상 극장에는 청소년을 소재로 한 작품은 없어질 것이고, 모두 다 액션, 스릴러, 공포, 로맨스 등만이 가득할 것이다. 이 역시 청소년, 관객들의 선택할 기회를 제한하는 것이며 넓게 보면 한국영화계의 발전을 짓밟는 행동이다.
↑ 사진=스틸 |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