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배우 강동원과 송혜교가 비주얼 부부로 만난 것도 모자라, 기존의 신비롭고 도도한 이미지 대신 현실에서 볼 법한 친구같은 부모로 열연했다. 거기에 이들을 철들게 할 성숙한 아들까지 있으니 가족 영화로서는 딱이다.
그러나 이들이 처한 상황만큼은 보편적이기보다는 특수하다. 강동원과 송혜교는 선천성 조로증을 앓고 있는 아들 아름이(조성목 분)을 둔 부모 대수, 미라로 변신했다. 특수하기에 공감이 가능할까 싶지만 다르기에 더욱 눈길이 가고, 궁금하다.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은 17살의 나이에 자식을 낳은 어린 부모와 17살을 앞두고 80살의 신체 나이가 된 늙은 아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 2011년 출간과 동시에 14만부 이상의 판매부수를 기록하며 베스트셀러가 된 김애란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때문에 내용과 인물의 상황 등은 이미 만천하에 공개된 셈이다. 그래서 영화화 됐을 때 원작이 주는 느낌을 방해하거나 원작과 비교해 영화가 주는 메시지의 힘을 잃으면 어쩌나 우려가 됐다. 그러나 영화는 굳이 소설을 보지 않아도 그 자체만으로 힘을 가지며, 원작이 미처 주지 못한 글의 이미지화까지 돕는다. 독자들의 상상 속에서만 꿈틀댔던 대수, 미라, 아름이 형체를 갖추고 이들을 만나러왔기에 반갑다.
↑ 사진=포스터 |
과거 헛발 왕자와 X발 공주로 이름을 날렸던 대수와 미라가 아름이를 낳고 성숙해진다는 뻔하디 뻔한 이야기는 억지로 눈물샘을 자극하는 신파와 다르다. 성숙해지는 과정이 유쾌하고 희망적이기에 관객들이 알아서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또 슬픔과 웃음을 적절하게 녹아냈기에 울다가도 웃을 수 있고, 웃다가도 울 수 있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자신들의 꿈을 포기한 채 살아가는 대수와 미라는 안타깝지만, 꿈보다 더 소중한 아들 아름이가 있기에 절대로 불행한 인물은 아니다. 아들 덕분에 성숙해지고 살아있음과 일상에 대해 감사함을 느껴, 관객들에게 인생, 청춘을 되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 희망차게 살아가려는 부모의 입장이 아닌 삶과 이별을 준비하는 아름이의 시점으로 전개돼 감정의 깊이는 깊어지고, 그의 고통이 곧 관객들의 고통이 된다.
강동원은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위해 묵묵히 밝게 살아간다. 주로 초능력을 발휘하거나 해맑은 미소로 여심을 흔들던 그의 가장 변신은 어색하기보단 제 옷을 입은 듯 자연스럽다. 배역을 위해 몸무게도 10kg 늘리고 2개월 태권도를 배웠다고 전해졌다. 그러나 태권도 실력을 발휘할 장면이 너무 적어 정작 그 빛을 발하진 못한다.
여배우라면 한번쯤 엄마 역을 맡게 된다지만 특수한 병을 가진 아들을 둔 엄마 역을 연기하는 기회는 드물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송혜교는 많지 않은 기회를 잡은 행운아인 셈이다. 송혜교가 맡은 미라는 슬프지만 쉽게 눈물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씩씩하다. “너처럼 어린 나이에 힘든 수술을 여러 번 참는 건 대단한 일이다. 그러니 당당히 걸어”라는 식으로 아들을 위로하며 늘 행복을 안겨주려 노력한다. 송혜교는 대사와 표정 하나하나 ‘아들바보’ 같고 쉽지 않았을 사투리 연기까지 자연스럽게 해냈다. 또 “제발 태어나지 않게 해달라” 기도했다며 과거 어린 나이의 임신에 대한 두려움을 고백하는 장면은 뭉클하고, 그 상황을 직접 경험하지 않아도 불안함이 느껴진다.
오직 세 식구만의 이야기가 아닌 이들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도 일부분 담겨 정겹다. 어색하지만 애틋한 대수와 아버지(김갑수 분) 사이, 장씨(백일섭 분)와 아버지의 이야기 등이 작품을 빛나게 한다. 특히 아름이 와의 나이차에도 돈독한 우정을 보여주는 장씨는 웃음과 감동을 책임진다. 때문에 나이도 초월한 우정의 바른 예이면서, 치매 걸린 아버지를 살뜰히 챙기는 모습은 뭉클하지만 미소짓게 된다.
극중 아름이의 사연이 소개되는 ‘이웃에게 희망을’이라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과 결과는 비극이지만 잠시나마 사랑을 느꼈을 서하와 아름이의 이메일 공유는 영화 속 또 다른 이야기를 보는 것 같아 놓칠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 사진=스틸 |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