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다영 인턴기자] 감독 이름 하나로 관객을 영화관으로 불러들이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다. ‘범죄와의 전쟁’으로 흥행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아 이름만으로 영화에 기대를 걸게 만든 감독, 윤종빈. 그가 ‘군도:민란의 시대’(이하 ‘군도’)로 출사표를 던졌지만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치 못했다.
윤 감독은 배우 하정우, 최민식 주연의 2011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를 세상에 내놓으면서 자신의 이름을 대한민국 감독 자리에 확고히 인식시켰다. 인맥을 토대로 생계형 조폭이란 한국의 새로운 조폭상을 시대적 상황과 어울리게 풀어내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던 그가 ‘군도’로 새롭게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누적 관객 수 477만 명으로 예상보다는 밑도는 수치의 결과를 기록했다.
‘군도’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장고:분노의 추격자’를 떠올리게 만든다.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조선시대판 서부극이다. 조선시대 배경에 이질적이게도 황토색의 모래먼지가 흩날리는 서부의 마초적 요소가 가미됐다. 이 부분이 함정이었다. 감독만의 컬트영화가 돼버린 것이다. 관객은 사회성이 투영된 대중적 요소와 그 특유의 디테일을 기대하고 극장을 찾았으나 영화는 관객의 기대를 만족시켜주지 못했다.
↑ 사진 제공=쇼박스 |
오히려 ‘군도’는 ‘명량’의 역대 흥행기록에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관객은 심오하고 각성할 수 있는 영화를 찾았고, 오락성을 지향한 ‘군도’를 보고 감독에게 걸었던 그들의 기대가 무너진 것을 ‘명량’으로 보상받은 것이다. 개봉 전 ‘군도’의 포스터만 보고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이 뒤통수를 맞은 셈.
포스터만 보자면 영화는 탐관오리의 핍박과 수탈에 못이긴 민중이 봉기를 일으키는 역사적인 순간이 고스란히 느껴질 것만 같다. 관객들은 이런 영화를 기대하고 극장을 찾았고 영화를 보면서 배신감을 느꼈다. 가볍고 코믹적인 오락영화를 진지한 역사물로 인식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군도’는 개봉 전에 이미 노선을 잘못 탔다. 감독이 보여주고자 한 점을 잘못 짚어 소개한 것이다. 처음부터 ‘군도’가 역사의 의식이 배제된 윤 감독 말 그대로 순수한 오락영화라고 홍보했다면 관객들의 실망은 좀 줄어들었을 것이다.
‘명량’에 뒤이어 개봉한 ‘해적:바다로 간 산적’(이하 ‘해적’)은 지난 25일 기준, 600만을 넘기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명량’의 독보적인 흥행선두에 가려질 것이라는 평이었으나 더운 여름을 잡는 통쾌한 액션의 순수 오락영화를 표방하여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를 보려는 관객들을 잡았다. ‘군도’와 ‘해적’의 흥행성적의 갈림은 목적했던 점을 확실하게 ‘명시했냐’ ‘안했냐’의 차이다.
‘해적’ 역시 오락성이 강한 영화로 ‘군도’와는 달리 개봉 전부터 당당하게 오락물임을 전했다. 무거운 주제가 깃든 영화를 보기 싫은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해적’을 선택했고 재미로 보답한 ‘해적’은 흥행 성적을 계속 높여갈 수 있었다.
↑ 사진 제공=CJ(명량), 롯데시네마(해적) |
그렇다고 ‘군도’가 망한 작품은 아니다. 역사의 진지함을 좀 더 뺐더라면 윤 감독이
‘군도’는 오는 29일 북미에서 개봉을 앞두고 있다. 앞서 개봉한 우리나라에서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영화의 정체성을 확고히 해야겠다.
박다영 인턴기자 dy1109@mkculture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