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인턴기자] 한 감독이 같은 장르의 영화를 연이어 흥행시키는 것은 분명 힘든 일이다.
하지만 존 카니 감독은 지난 13일 개봉한 ‘비긴 어게인’으로 2007년 개봉한 ‘원스’에 이어 또다시 흥행에 성공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으로 ‘비긴 어게인’은 누적관객수 37만2745명을 달성해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폴링 슬로우리’(Falling Slowly) 등 OST로 주옥같은 명곡을 쏟아낸 ‘원스’와 같이 ‘비긴 어게인’의 ‘로스트 스타스’(Lost Stars)를 비롯한 OST가 인기를 얻고 있다.
‘비긴 어게인’이 개봉하기 전, 몇몇 관객들은 존 카니 감독이 만든 또 다른 음악영화라는 점에서 영화가 ‘원스’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슷할 것만 같았던 ‘원스’와 ‘비긴 어게인’은 몇 가지 요소들로 인해 전혀 다른 분위기를 띄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 사진 제공=영화사 진진, 판씨네마 |
이와 달리, ‘비긴 어게인’은 등장인물들이 많다. 그레타(키아라 나이틀리 분)와 전 남자친구 데이브(애덤 리바인 역),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쫓겨난 천재 프로듀서 댄(마크 러팔로 분) 뿐만 아니라, 그레타의 노래를 연주하기 위한 밴드들, 댄의 회사 동료들, 데이브의 주변 사람들 등이 연인, 회사 동료, 친구 등의 관계들을 지니고 있다. 이를 대변하듯 영화에는 다양한 악기들로 다양한 분위기를 내는 음악들이 등장한다. 첼로, 바이올린, 드럼 등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악기들이 켜켜이 쌓이면서 만들어내는 화음으로 영화의 역동적인 분위기와 함께, 서로 다른 줄만 알았던 댄과 그레타, 그리고 밴드 친구들이 점점 음악이라는 구심점 아래 서로를 알아가고 화합해간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즉, ‘원스’에서의 음악은 남녀 주인공들의 미묘한 감정들을 비추는 확대경 역할을 하면서 때로는 행복감을, 때로는 긴장감을 유도하는 장치로 사용됐지만, ‘비긴 어게인’에서는 등장인물들이 음악을 함께 즐기면서 친밀한 유대감을 형성해 전체적으로 밝은 분위기가 연출됐다.
영화의 배경 또한 두 영화의 차이점을 보여주는 요소다. ‘원스’의 배경은 아일랜드 더블린 거리다. 더블린의 작은 마을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와 여자는 작은 작업실에서 함께 피아노를 연주하고 멜로디를 만든다. 필연적으로 이 두 사람은 몇 장면을 제외하고는 영화 내내 더블린의 작은 마을을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비긴 어게인’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전면에 보이는 한 건물의 옥상부터 아이들이 뛰노는 뒷골목까지 뉴욕의 구석구석을 배경으로 한다. 극중 댄의 아이디어로 그레타는 ‘뉴욕 곳곳의 소리를 담는다’는 콘셉트로 현장 녹음을 담은 앨범을 출시하기로 한다. 이를 위해 그레타와 거리 밴드는 경찰의 사이렌과 자동차들이 지나가는 소음을 배경 삼아 음악을 연주한다. 이 과정에서 즉석으로 동네 꼬마들이 코러스에 참여하기도 하고, 댄의 딸 바이올렛(헤일리 스테인펠드 분)도 베이스로 선율을 보태기도 한다. 이처럼 뉴욕의 생동감 있는 모습이 영화에 담겨 등장인물들이 들썩거리는 댄스곡을 하지 않더라도 저절로 신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원스’와 ‘비긴 어게인’은 한 감독이 만들어낸 같은 장르의 영화이지만, 전혀 다른 색채를 띄고 있다. 이에 ‘원스’의 섬세한 감정선을 기대했던 관객들은 ‘비긴 어게인’에 실망감을 보이기도 하지만, 어떤 관객들은 ‘원스’의 스케
유지혜 인턴기자 yjh0304@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