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내 연애의 기억’ 속 은진 역에 내 모습이 많이 들어간 게 사실이지만 그렇게까지 심하게 욕 하진 않아요”
영화 ‘1번가의 기적’ ‘해운대’ ‘헬로우 고스트’ ‘퀵’ ‘점쟁이들’ ‘조선미녀삼총사’ 등에서 주로 톡톡 튀는 캐릭터를 연기했던 배우 강예원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개성만점에 공감까지 가능한 캐릭터로 스크린을 찾았다. 늘 맡은 캐릭터를 확실하게 표현하는 그녀이기에 ‘내 연애의 기억’속 은진은 강예원스럽다. 아니 그냥 ‘강예원=은진’이다.
‘내 연애의 기억’은 연애 실패 후 커플을 증오(?)했던 은진이 운명의 남자 현석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 달콤한 로맨스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현석 휴대전화 속 문자메시지 때문에 숨은 비밀이 밝혀져 적당히 살벌하고 입이 떡 벌어지는 반전도 담겼다. 때문에 반전 로맨스다. 극에서 그녀가 맡은 은진은 시원시원하고 털털하지만 내 남자의 과거에 있어서는 쿨하지 못해 미안한 인물이다.
↑ 사진=곽혜미 기자 |
“은진에게 내 모습이 많이 들어간 게 사실이지만 그렇게까지 심하게 욕을 하지는 않는다. (웃음) 송새벽도 나에게 ‘네가 평소에 욕을 하지는 않는데 자연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 욕이 더 많았는데 너무 와일드해보여서 줄였다. (웃음) 은진은 대범하지만 난 그렇지 못하다. 사람이 화가 나면 아무것도 안 보이지 않냐. 이처럼 은진도 현석 때문에 화가 난 상태라 아무것도 안보인 거다. 때문에 연기함에 있어 시원했고 평상시에 못하는 부분을 뽑아내니까 성취감도 느껴졌다.”
“그러나 정말 너무 화가 나서 혈압이 올라 촬영 당시 머리가 아프기도 했다. 진짜 화가 난 것 같다. 은진과 다른 점은 대범함이지만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부분은 닮았다. 나 역시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편이다. 의외로 솔직하고 할 말 다하는 성격인데 촬영 중간 중간 감독님이나 제작진, 배우들에게 ‘시나리오에서 이 부분이 좋다’ ‘이걸 먹어서 정말 맛있어요’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 같아요, 맛있는 것 같아요’ 등 사소한 것을 격하게 표현하곤 한다. (웃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사랑한다 말하고 하고 싶은 말을 솔직하게 다 하니 난 내일 죽어도 후회가 없다.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다는 게 처음에는 어렵지만 계속 하다보면 익숙해진다.”
감정 표현에 솔직한 강예원 덕분에 관객들 역시 은진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난 은진처럼 솔직하지 못하는데 부럽다, 내가 다 시원하다”등 대리만족을 하게 된다. 이미 예쁜 미모와 달리 너무도 털털하기로 소문난 강예원. 모든 작품에서 그녀가 그랬듯 ‘내 연애의 기억’에서도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고 열연 또 열연한다.
“스스로 미모를 예쁘게 보이려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망가지는 게 두려웠다면 이런 연기는 못했을 것이다. 물론 카메라에 예쁘게 나오면 기분은 좋겠지만 내 감정을 관객들도 솔직하게 받아줬으면 한다가 연기하는 1순위다. 내가 지금 슬프거나 웃긴데 관객들은 슬프지도 웃기지도 않는다면 안 된다. 연기자는 감정을 전달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난 사람들과 내가 표현하는 인물의 정서를 공감하고 싶다. 그래서 주변에서 예쁘게 나오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하더라. (웃음) 화면빨 이야기도 하는데 인터뷰나 무대 인사를 하면서 ‘실물이 나아요’라는 말을 들으면 되는 게 아니냐. 난 몰입을 위해 망가지는 연기를 할 때 내 연기보단 얼굴이 보일까봐 모니터링도 안한다. 연기를 하고 모니터를 보고 오는 동안 쌓았던 감정이 흔들리거나 집중이 흩어지곤 한다. 그래서 모니터링은 역효과다. 이번 작품에서 그랬고 내가 날 열어두니 관객들도 열어서 보고 그냥 잘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 그 자체를 예뻐해 주는 것 같다. (웃음)”
로맨스로 시작해 예상 밖의 공포와 반전을 안기는 ‘내 연애의 기억’. 다양한 장르가 자연스럽게 뒤섞여있어 웃고 울리고 두근거리고 살벌하다. 때문에 분명 무섭고 긴장 넘치는 장면인데 관객들의 웃음보를 자극하기도 한다.
“관객들이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많이 웃더라. 사실 떨 줄 알았다. (웃음) 난 관객들의 웃음보를 자극한 대사를 칠 때 웃기려고 한 게 아니다. 송새벽은 물론 나까지 당황했다. (웃음) 해당 장면을 촬영할 때 촬영장은 무서웠다. 대사의 길이를 계산하면서 정말 예민하게 촬영한 부분이다. 분명 극에서 난 밝다기보다는 화내거나 의심하는 부분이 많다. 그런 나를 보고 웃어주고 유쾌하다 생각해줘서 고맙고 관객과의 호흡이 안 끊긴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 스스로 연기할 때는 몰랐지만 완성 본을 보니 내가 저때 저런 대사도 쳤어 라는 부분이 많더라. 전혀 의식하지도 못하고 은진에 몰입하다보니 절로 대사가 나온 것이다. 감독님이 나의 그런 부분을 디테일하게 잘 찍어준 것 같아 고맙다.”
↑ 사진=곽혜미 기자 |
“내가 그린 여러 작품 중 영화에 어울리는 2개의 그림 중 하나를 선택한 것이다. 지금 두 번째 개인전을 진행하고 있다. 혼자 있는 시간을 어떻게 잘 보내지, 내가 갖고 있는 감정, 표현해야 될 감정을 채우고 싶어서 하고 싶었던 게 그림이었다. 그림 그리는 게 나에게 잘 맞더라. 또 그림을 그리면 각 작품마다 표현이 다르게 나오고 색상도 다양해 질리지 않는다.”
특별하고 기발하게 ‘내 연애의 기억’에는 대사 외에도 배우들이 각 인물의 감정을 내레이션으로 설명해준다. 기존의 영화들과 달라 낯설 것도 같지만 더 공감되고 마치 친한 친구의 이야기를 전해 듣는 듯 친숙하다.
“다들 새로운 시도라 내레이션을 걱정했지만 난 이 부분이 새롭고 재미있고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느낌을 받아 좋다. 평소 ‘인간극장’ ‘동행’ 등 다큐멘터리를 즐겨 봐서인지 내레이션에 익숙하다. 내 이야기 같고 한 배를 탄 것 같고 정말 너무 좋더라. (웃음) 관객들이 새롭고 재미있게 봐줘서 감사하고 만족한다. 흥행도 좋지만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된 것이다.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때는 내 선택이 옳았구나, 잘했어라는 생각이 든다. 글귀 하나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하다. ‘내 연애의 기억’은 20회 차 촬영이라 집중하면서 모든 장면을 촬영했다. 압박감도 있었지만 감독님, 송새벽, 제작진과 머리를 맞대고 좋은 아이디어를 끄집어내려 노력했다. 다소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이정도로의 완성도를 내어 감사하다.”
↑ 사진=곽혜미 기자 |
“나 또는 대중들에게 200%, 20%의 만족도를 주는 작품이 있기에 완성본을 보기 전까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