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손진아 기자] “둘이 합쳐 폐는 1.5개, 다리는 3개.”
이보다 아름답고 멋진 커플이 또 있을까. 한정된 나날 속에서 서로를 애틋하고 더 애틋하게 생각하며 사랑하는 모습이 감동적이고 예쁘지 않을 수가 없다. 진실된 사랑을 나눈 헤이즐과 어거스터스 커플의 이야기다.
두 사람은 소설책을 나눠 읽으며 급속도로 가까워졌고, 어거스터스는 헤이즐이 그토록 좋아하는 네덜란드의 작가를 만나게 해주기 위해 ‘지니의 소원’을 빌어 암스테르담 여행을 제안했다.
가족과 주변의 걱정과 만류에도 불구하고 생애 처음으로 여행길에 오른 두 사람. 자신을 시한폭탄이라 생각하고 사랑하는 것들과 선을 그었던 헤이즐과, 거절당할까 두려워 진실을 감춰왔던 어거스터스는 서로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았고, 예측불허인 이들의 사랑은 이 세상의 존재하는 아름다운 커플 중 상위 1%였다.
손진아 기자(이하 손): 안녕하세요. 현재 몸 상태는 좀 어떠한가요? 호흡기를 찬 모습조차 사랑스럽다던 어거스터스의 말을 익히 들었는데 실제로 보니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아요.
헤이즐: 쑥스럽네요. 현재는 나쁘진 않은 것 같아요. 폐에 물이 차기 시작하면 정말 고통스러운데, 아직은 멀쩡하네요.(웃음) 암치료를 받을 때면 간호사가 항상 고통을 수치로 물어봐요. 1에서 10까지 있으면 어느 정도냐고 말이죠. 그럼 전 항상 말할 힘은 없으니 손가락 아홉 개를 펴서 보여줘요.
손: 어거스터스를 만나기 전에는 투병 생활이 어땠나요? 확실히 전후가 많이 다를 것 같아요.
헤이즐: 하늘과 땅 차이에요. 일단 심적인 상태부터 달라져요. 어거스터스를 만난 이후론 조금 더 안정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냥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하고 그런 느낌 있잖아요. 그게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저에겐 정말 큰 힘이 돼요. 그는 저에게 한정된 나날 속에서 영원을 주었죠.
손: ‘한정된 나날 속에서 영원을 주었다’는 말이 와닿네요. 어거스터스와 함께 지내는 생활로 인해 사는 게 더 특별해졌고, 특별한 일도 많았을 것 같아요.
헤이즐: 어거스터스에겐 이삭이라는 친구가 있어요. 이 친구는 눈이 아파요. 한 번은 이삭에게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그녀에게 차이고 돌아온 거예요. 헤어지잔 이유가 너무 괘씸해서 어거스터스와 세 명이서 이삭의 전 여자친구의 집앞을 찾아가 계란 테러를 벌였어요. 그런 복수나 장난은 평생 해본 적 없었기에 재밌으면서도 이삭이 통쾌해 하는 모습에 뿌듯함도 생기더라고요. 재밌는 경험이었죠.
손: 이삭 전 여자친구에게 복수하자는 계획은 이삭의 아이디어였나요? 그래도 계란 테러가 좀 더 쿨하게 그녀를 잊을 수 있는 계기가 됐겠어요.
헤이즐: 어거스터스의 아이디어였어요.(웃음) 아, 그때 여자 집앞에 찾아가 어거스터스가 한 말이 생각났어요. ‘우리가 비록 셋이 합쳐서 눈은 4개, 다리는 5개, 폐는 2개 밖에 안되지만 계란은 24개나 있거든?’이라고 소리쳤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멋져보이던지…. 그 멘트가 별거 아닌 것 같은데 몸안 깊숙이에서 자신감을 끌어올려줬어요.
손: 어거스터스 이야기를 할 때마다 눈에서 하트가 발사되는 게 사랑에 푹 빠져있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요. 부럽기도 하고요. 하하.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