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지난 2012년 Mnet ‘슈퍼스타K4’에 출연하면서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린 연규성이 지난 12일 미니앨범 ‘리벌스’(Rebirth)를 발매하고 본격적으로 가요계에 발을 들였다.
인터뷰에 앞서 앨범을 건네받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의 목소리에서 불안감이 묻어났다.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겨우 인사를 하고 앨범에 대한 무용담을 털어놓는 연규성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죄송하다”며 연신 목을 가다듬었다.
방송을 통해 알려진 것처럼 연규성은 연축성 발성장애를 앓고 있다. 뇌에서 후두신경을 자극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성대가 움직여 목소리를 조절할 수 없게 되는 불치병이다. 방송 당시 그는 이 같은 병을 앓고 있음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감동을 자아낸 바 있다.
↑ 사진=천정환 기자 |
이번 앨범 역시 포기를 모르는 연규성의 끈질긴 노력의 결과물이다. 신경 질환의 특성상 컨디션에 따라 목의 상태가 급격히 달라져 녹음하는데 애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대기를 하고 있다가 컨디션이 좋으면 녹음을 하는 식이었다. 앨범 발매가 늦어진 것도, 그만큼 더 애틋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연규성은 앨범에 대한 설명을 하며 눈물을 글썽이고,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앨범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벅차요. 제목을 ‘리버스’라고 한 이유도 가수라는 큰 꿈을 가지고 있다가 장애 때문에 포기를 하고 (어쩔 수 없이) 꿈을 잊고 살고 있다가 다시 가수로 태어났다는 의미죠. 힘든데 절대 그걸 포기할 수 없어서 놓지 않고 물고 늘어지는 거예요. 말로 표현하기는 정말 힘든데, 정말 가슴이 뭉클해요.”
지난 2003년 그룹 페이퍼의 객원보컬로 활동하던 그는 2007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앨범을 발매했다. 그에게 음악을 일상 그 자체였다. 걸으면서, 일하면서, 뛰어 놀면서 항상 노래를 부르며 음악과 함께 한 그였다. 그런 연규성이 목상태가 좋지 않아 음악을 포기하고 직장을 다닌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그는 다시 음악을 놓지 못하고, ‘슈퍼스타K4’가 다시 음악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방송 출연 이후에도 그는 드라마 OST, 뮤지컬 등에 참여하며 계속해서 노래했고, 이번 앨범에서는 직접 프로듀싱에 나서면서 발전을 계속했다.
“‘슬픈노래’ ‘빠샤’ 등을 쓰기 위해 공부를 했어요. 녹음하는 것과 작곡도 배웠죠. 제 첫 앨범인데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것보다 진짜 나의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컸어요. 내가 하고 싶은 진짜 내 얘기요.”
특히 수록곡들 중 연규성에게 의미가 남다른 곡은 ‘빠샤’(BBA SSA)다. 이 노래는 가수를 하려다 못하고 직장인으로 살다가 느낀 점을 옮겨 놓은 곡으로, 현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냈다.
“직장인을 보면 모두가 비슷한 삶을 살고 있잖아요.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출근하고, 퇴근하고, 집에 가고. 제가 겪었던 일을 토대로 적고 나를 위해서 살아보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어요. 직장을 다니고 있는 30대 남자들이 공감을 많이 할 것 같아요. ‘아 이거 내 얘기네’라고 생각 할 거예요.”
↑ 사진=천정환 기자 |
연규성이 음악을 다시 꿈꿀 수 있었던 이유는 음악에 대한 열정도 애정이 큰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현실적인 도움을 준 것은 소속사와 그의 아내의 덕이 컸다. 그가 둥지를 튼 스타엔트리 관계자들은 연규성이 음악을 할 수 있는 최상의 환경을 만들어줬고, 아내는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했다.
“사실 정신적으로 힘든 게 가장 큰 벽이었는데 아내가 많은 도움을 줬어요. 저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줬고, 두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서 걱정을 없게 만들어줬어요. 사실 직장 그만두고 노래를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처음에는 돈도 못 벌 텐데. 일반 가정이라고 생각하면 쫓겨날 상황이죠(웃음). 아내가 ‘끝까지 해봐라, 나머지는 다 내가 해주겠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든든했죠.”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앨범까지 발매했지만 그에게 여전히 고민은 있었다. 바로 자신을 걱정해주는 사람들의 시선이다. 그의 장애를 아는 사람들은 그가 무대에 오르는 것 자체를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것이었다. 언제 목소리가 안 나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지금도 긴장이 풀리면 목소리가 제법 잘 나오잖아요. 처음에 인터뷰 시작할 때랑은 많이 다르죠?(웃음) 긴장하고 불안할 때 목소리가 안 나오거든요. 그래서 무대에 오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노래를 해요. 저에게는 무대가 세상에서 가장 편한 곳이에요. 독특한 상황이죠. 그럼에도 사람들은 무대에 선 저를 마냥 편하게 바라보지 않아요. 그게 느껴지니까 속상하더라고요. 그 불안함을 없애는 것이 앞으로 제가 해야 할 일인 것 같아요.”
그의 이름을 내건 앨범이 발매되고, 무대에 서면서도 그의 꿈은 ‘가수’가 되는 것이었다. 여느 신인들이 목표라고 말하는 신인상도 그에게는 큰 의미가 없었다. 이번 앨범을 통해 연규성은 진짜 가수 연규성으로 거듭나고 싶다는 입장을 연신 피력했다.
“사람들이 동전 노래방으로 이름을 알린 연규성이 아닌, 가수 연규성으로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어떻게 보면 이 앨범이 저의 첫 앨범이라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