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연기에 대한 만족이 어디 있겠어요? 하하하.”
느리지만 차분해 귀에 쏙 박히는 말투와 한없이 착해 보이는 미소, 매 작품 속 연기인지 실제인지 구분 안가는 리얼한 연기, 쉽사리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출구 없는 매력. 이는 송새벽이 가진 장점이자 수많은 배우들 속 그를 돋보이게 만드는 단어들이다.
2014년 영화 ‘도희야’로 칸 국제영화제는 물론 한국 영화계에도 신선한 충격을 안겼던 송새벽. 그는 ‘방자전’ ‘시라노-연애조작단’ ‘위험한 상견례’ ‘아부의 왕’ ‘음치클리닉’ 등에서 비슷하면서도 묘하게 닮은 캐릭터로 송새벽인 듯 송새벽 아닌 송새벽 같은 모습을 선보였다. 때문에 그가 ‘도희야’에서 보였던 완전한 악역은 충격적이고 놀라웠다.
첫 악역 연기도 연기였지만 선한 얼굴을 하고 폭력을 일삼기에 충격의 깊이는 깊었고, 주로 어눌하고 개성적인 캐릭터를 표현해왔던 그의 변신이라 ‘송새벽의 재발견’ 그 자체였다. 그런 그가 이 시대 최고의 로맨티스트 현석으로 스크린을 두드렸다.
“‘내 연애의 기억’ 시나리오가 좋았다. 상대 배역인 강예원에게 연락이 와서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읽어보니 상투적이지 않은 남녀 간의 사랑이야기가 좋고 신선하더라. 시나리오의 템포도 재미있었고 전반부의 속도감 있는 전개와 후반부의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한 번에 시나리오를 읽고 감독님을 만나 바로 출연하겠다고 말했다. (웃음) 사실 영화를 찍으면서 멜로 영화를 찍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다. 그런데 찍을 때는 몰랐지만 찍고 나니 ‘내 연애의 기억’에 멜로가 있더라. (웃음)”
작품 속 송새벽과 강예원의 호흡은 한마디로 찰떡궁합이다. 실제 연인처럼 다정할 때는 부러울 정도로 다정하고, 살벌할 때는 격하게 살벌해 최고의 몰입도를 선사한다. 덕분에 연기라기보다는 리얼 다큐멘터리 같고 두 배우가 그냥 현석이자 은진 같다. 또한 ‘조선미녀삼총사’에서 짧게나마 호흡을 맞췄던 터라 스크린 속 두 배우의 모습이 반갑기까지 하다.
“예원이랑은 워낙 친분이 있다. 너무 편해서 좋았고 덕분에 연기가 아닌 실제처럼 즐기면서 촬영했다. 예원이도 그랬지만 시나리오를 봤을 때 은진 역이 딱 예원이다 싶었다. (웃음) 그래서인지 시나리오를 읽을 때 예원이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느낌이 들더라. 은진과의 완벽한 싱크로율을 자랑했다. 너무 친하기에 정말 편하게 촬영했지만 달달한 장면은 오글거렸다. (웃음) 우리 둘 다 촬영 전 ‘빨리 찍고 가자’라고 했다. 예원이의 성격이 시원시원해 어릴 적 짝궁 같은 느낌이 강하다. 그런 그녀와 달달한 장면을 찍으려니 얼마나 오글거리겠냐. NG가 정말 많이 났다.”
“보통 남녀 배우가 대기실 또는 분장실에서 오랜 시간 같이 있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나와 예원이는 매일 붙어있었다. 함께 대본 리딩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즐거웠다. 내가 어디를 가려고 하면 예원이가 ‘어디가’라고 묻곤 했다. (웃음) 서로 늘 이야기 한다 ‘또 좋은 작품이 있으면 함께 하자’라고.”
↑ 사진제공=영화사 워너비펀 |
“‘내 연애의 기억’에 2~3마디 정도의 짧은 애드리브가 있지만 원래 난 애드리브를 잘 치는 배우가 아니다. 애드리브를 치게 된다면 감독님이나 상대 배우에게 미리 언급한다. 내 애드리브에 당황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웃음) 상대 배우와 감독님이 당황하지 않으면서 그 상황에 맞게 애드리브를 치는 배우들을 보면 감탄이 나온다. 박철민, 성동일 형님과 촬영하면 재미있지만 어떤 애드리브를 칠지 모르기에 두렵다. 매 테이크 마다 형님들의 애드리브가 다르기 때문에 당황할 수밖에 없다.”
‘내 연애의 기억’은 반전 로맨스라는 문구로 예비 관객들을 자극 중이다. 이외에도 양파 같은 수상한 남자 현석과 그의 뒤를 추격하는 여자친구 은진, “동물들은 하고 싶은 대로 본능에 따르기에 동물이 좋다”는 식의 현석 대사, 애니메이션과 실사의 적절한 조화, 배우들의 이색적인 내레이션, 충격주고 웃기고 울리는 흥미진진 스토리,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웃음 포인트 등이 기발한 특징으로 궁금증을 높인다.
“시나리오와 완성본이 거의 같고 관객들에게 맡기는 장면도 있다. 촬영 당시 구체적으로 답을 정하고 들어가기 보단 현장에서 찾아가는 부분이 있어 의기투합이 됐다. 자연스럽게 현장에서 장면이 창작되기도 했다. 내레이션과 애니메이션이 너무 재미있고 새로운 형식이더라. 형식의 플롯이 좋았다. 영화 속 거친 장면이 거칠게 갔다면 조금은 거부감이 들 수도 있는데 그런 부분을 유하게 잘 푼 것 같다. ‘내 연애의 기억’은 충분히 색깔이 있기에 틈새시장을 노려볼만하다. (웃음)”
“연애를 진하게 해본 사람이라면 ‘내 연애의 기억’을 공감할 것이다. 난 영화가 사랑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물론 상황이 거칠고 세지만 분명 사랑이야기다. 각자의 사랑에 열병을 앓다보면 별의 별 상황이 나오지 않냐. 이런 부분이 표현적으로 많이 가미된 것 같다. 누군가에게 차였던 사람 또는 누군가를 찼던 사람. 그냥 모두가 영화를 관람했으면 한다. (웃음)”
↑ 사진=스틸 |
“너무 더워서 머리카락을 자르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러나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