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광객들과 시민들이 함께 있는 축제 풍경 |
에딘버러에서 24명의 비가비 식구들을 케어해주시고 계시는 브아인터내셔널 정준우 대표님이 빨리, 빨리에 익숙한 우리에게 웃으며 하는 말이다.
정 대표님은 스코틀랜드 왕릉음악원에서 성악을 전공한 성악가로 유학시절 학교 친구들과 함께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가하게 되면서 프린지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매년 한국 공연팀들이 프린지에 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곳을 잘 알고 있는 한국유학생으로써 자연스럽게 도움을 주다가 본격적으로 프린지 페스티벌에 찾아오는 팀을 관리하는 일을 하시게 됐다. 이 일만 전문적으로 하시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는 성악을 가르치시는 선생님이기도 하다.
언제나 느긋하게 웃는 얼굴로 우리를 맞아주시는 모습이 이곳 사람들과 정말로 닮았다. 마치 치열한 싸움에 임하는 사람들처럼 바삐 일하는 우리에게 천천히 여유를 즐기며 일하는 것은 왠지 낯설다. 그러나 여유를 가지면 송곳처럼 날카롭던 시선이 넓어진다고 한다. 이곳에 있는 동안 삶을 관망할 수 있는 넓은 시선을 배워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 관광객들과 시민들이 함께 있는 거리풍경 |
[MBN스타] 서울 강남에 매년 프린지 페스티벌과 같은 세계적인 축제가 한 달씩 개최된다면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매일 타는 출퇴근 버스에 전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 가득하고, 택시를 타면 평소 10분 만에 갈 수 있는 거리가 30분이 넘도록 막히고, 거리 곳곳에서 펼쳐지는 거리공연으로 걸어다니기가 힘들 정도로 사람들이 모여 있다면?
↑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 노부부 |
연출가로 처음 이곳에 와서 공연을 준비하고 축제에 빠져 있을 때는 여기서 보이는 모든 풍경들이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다. 여기는 꿈의 무대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이니까! 거리에 넘쳐나는 공연자들과 관광객들의 흥분되고 즐거워하는 모습만 눈에 띄었다. 모든 사람들이 싱글벙글 환하게 웃고 있다. 바삐 지나가는 사람들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우리가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리를 거닐며 공연을 보고 즐기거나, 카페의 야외테라스에 앉아 커피 한잔에 책을 읽거나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모습들이었다. 마치 놀이동산에서 만나는 사람들 같다.
↑ 시민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경찰들 |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이곳 에딘버러가 생활의 터전인 현지인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슈퍼마켓에 아이의 유모차를 끌고 와 장을 보는 아주머니, 기차를 타고 일터로 나가는 직장인들, 펍에서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는 청년들까지 관광객과는 확실히 차별되는 모습들이다. 이들에게 프린지는 어떤 의미일까? 한 달이라는 긴 시간동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떠들썩하게 놀다 가면 생활에 지장은 없을까? 더구나 이곳 에딘버러는 많은 사람들이 밀집해 있는 스코틀랜드의 수도이니 더욱 궁금한 일이다.
↑ 출근길의 직장인들 |
“불편하지 않아요. 그냥 8월에는 축제가 있고 우리는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이런 질문을 하는 내가 이상하게 느껴질 만큼 이곳 사람들에게 축제는 생활의 일부분이 되어 있었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이들에게 8월은 당연히 축제가 있는 시간인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시끄러워지기도 하고, 불편해지기도 하지만 그것은 봄이 오면 꽃 알레르기가 생기는 것처럼 불편하지만 지나가는 일인 것이다. 꽃 알레르기가 생겼다고 봄이 오는 것을 막지는 않는 것처럼 말이다.
↑ 시내의 카페 야외테라스 |
이 궁금증이 풀리니 자연스럽게 풀린 또 하나의 의문이 있다. 프린지에는 바가지 요금이나 노점상이 없다. 천원이면 살 수 있는 아이스크림을 축제장이라는 이유로 삼천 원에 팔거나 꼬리에 꼬리를 물고 행사장 주변을 점령하고 있는 노점상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프린지는 공연예술이 주가 되고 또 그것이 전부인 축제이다. 거리에는 공연자들과 그것을 즐기는 관객들만이 눈에 띌 뿐 그 외의 다른 것들로 지저분해지거나 가려지지 않는다.
↑ 신문을 보고 있는 할아버지 |
이토록 즐겁
성상희 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