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고전은 영원하다. 드라마에서도 이 속설은 통한다. 하지만 고전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는 것만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없다. 고전의 교훈을 교묘하게 비틀어서 영리하게 이용한 고전을 모티브로 한 드라마들을 꼽아봤다.
◇ 팥쥐가 정말 못되기만 했을까 ‘내사랑 팥쥐’
당시 신드롬을 일으켰던 장나라가 팥쥐 역을 맡아 심통 많지만 속내는 따뜻하고 안쓰러운 연기를 펼쳤고 홍은희는 얄미운 콩쥐 역으로 시청자들의 뭇매를 맞았다. 특히 극 말미에는 두 남자 주인공인 김재원과 김래원이 모두 장나라에게 빠져 사랑의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 홍자매 신화의 시초 ‘쾌걸 춘향’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춘향전’을 현대식으로 새롭게 각색했다. 지고지순함의 아이콘인 춘향이를 왈가닥에 똑소리 나는 현대 여성으로 탄생시켰고 이몽룡은 공부만 하던 인물이 아닌 사고뭉치로 그려냈다. 고등학생으로 처음 만남을 가진 두 사람은 티격태격하며 사랑을 키워나갔다.
특히 ‘쾌걸 춘향’에선 악의 상징이었던 변학도를 젠틀한 엄친악로 그려내 화제를 모았다. 큰 히트작이 없었던 엄태웅은 변학도 역을 통해서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쾌걸 춘향’은 고전을 현대식으로 재탄생시켜 웃음과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그려냈다. 특히 홍자매의 톡톡튀는 대사와 매회 등장하는 사극판 에피소드는 드라마를 보는 깨알 재미를 선사했다.
◇ ‘겨울왕국’보다 먼저? 한 겨울 로맨스 ‘눈의 여왕’
지난해 돌풍을 일으킨 영화 ‘겨울왕국’이 안데르센의 동화 ‘눈의 여왕’을 모티브로 삼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그전에 ‘눈의 여왕’의 매력을 알아본 것은 KBS였다. 2006년 방송된 ‘눈의 여왕’은 동화를 모티브로 삼아서 한 겨울 애절한 로맨스를 그려냈다.
동화 ‘눈의 여왕’에서 얼어 붙은 카이의 마음을 녹인 것이 진정한 사랑이듯이 심장병을 앓고 있는 차가운 보라(성유리 분)의 마음을 녹여낸 것은 태웅(현빈 분)의 사랑이었다.
이들의 가슴 절절한 사랑 이야기는 두 사람의 케미로 극대화됐다. 현빈은 친구의 죽음에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남자로, 성유리는 부잣집 딸이지만 오빠를 잃고 마음의 문을 닫은 보라로 열연을 펼쳤다. 특히 연기자로 전향한 이후 꾸준히 연기력 논란을 안고 왔던 성유리는 ‘눈의 여왕’을 통해서 연기자로 한걸은 발돋움 했다.
◇ 정의의 홍길동이 사고뭉치로 ‘쾌도 홍길동’
‘쾌걸 춘향’으로 재미를 본 홍자매가 이번엔 ‘홍길동’으로 돌아왔다. 한국 최초의 소설인 ‘홍길동’을 퓨전 사극으로 선보였다. 정의롭기만 할 것 같던 홍길동의 ‘쾌도 홍길동’에선 그저 망나니에 사고뭉치였다.
서자 출신으로 집안에서 내놓은 자식이었지만 우연히 반역자로 몰리면서 집에서 나와 민중의 영웅이 된다. ‘경성스캔들’을 통해서 코믹연기를 선보였던 강지환은 이 작품에서 코믹 연기에 정점을 찍었으며 청순미의 대명사 성유리는 왈가닥으로 분했다. 특히 장근석은 버림 받은 왕실의 핏줄인 창휘로 분해 여성 팬들을 사로잡았다.
◇ 현대판 왕자와 거지 ‘신데렐라맨’
동대문을 전전하던 양아치 오대산이 재벌가로 입성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려낸 ‘신데렐라맨’에서 권상우는 1인 2역을 소화해냈다. 소녀시대 윤아의 여주인공 도전으로 화제를 모으긴 했지만 ‘카인과 아벨’ ‘미워도 다시 한번’에 밀려 한 자릿수 시청률로 종영했다.
◇ 신데렐라 아닌 언니가 주인공 ‘신데렐라 언니’
우리 모두 동화 속 주인공에게만 집중하지만 ‘신데렐라 언니’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를 비틀어버렸다. 엄마의 재혼으로 한 순간에 아버지와 동생이 생긴 신데렐라의 언니를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까칠해 보이지만 엄마로 인해 외로움을 안고 있는 은조로 분한 문근영은 기존의 착한 이미지를 깼다. ‘신데렐라 언니’는 초반에 “은조야”라는 한 마디로 많은 시청자들을 울렸지만 점점 산으로 가는 스토리로 용두사미 드라마로 남게 됐다.
◇ 직장 생활 속 초한지 ‘샐러리맨 초한지’
신약 개발을 둘러싼 대기업의 암투를 중국의 대하 소설 ‘초한지’에 접목시켰다. 등장 인물도 진시황, 유방, 항우, 장량 등이다. 대기업을 배경을 삼았기 때문에 직장 생활의 애환과 팁을 코믹하게 잘 버무려냈다.
충청도 사투리르 구사하는 지방대 출신의 유방으로 분한 이범수는 코믹 연기의 정점을 보여줬고 가수 출신 연기자 정려원은 입만 열면 욕을 하는 백여치로 분해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이외에도 이덕화, 김서형, 이기영, 김일우 등 조연들의 열연까지 돋보여 상승세를 탔다.
◇ 초딩들의 우상으로 재탄생 ‘전우치’
고전 소설인 ‘전우치전’을 소재로 한 퓨전 무협 사극으로 차태현이 1인 2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코믹 연기의 달인인 차태현과 무협 사극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초반부터 미흡한 CG로 뭇매를 맞았다.
하지만 그래도 동시간대 1위를 지킨 것은 물론이며 차태현을 초딩들의 우상으로 만들기도 했다. 극 중에서 도술을 부리는 차태현의 모습이 어른들을 사로잡았고 ‘1박2일’에서도 초통령으로 등극한 차태현을 간간히 볼 수 있었다.
◇ 동서양의 조화 ‘잉여공주’ - ‘삼총사’
고전을 모티브로 한 작품은 올해에도 이어진다. tvN은 동화 ‘인어공주’와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삼총사’를 모티브로 한 ‘잉여공주’와 ‘삼총사’를 동시에 선보인다.
‘잉여공주’는 사랑을 찾아서 서울에 온 인어공주라는 설정으로 판타지 로맨스를 그린다. 다만 그 안에서 취업난에 시달리는 20대 청춘들의 현실을 녹여내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한다.
‘삼총사’는 소설을 모티브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