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또 한 번의 이별의 아픔을 겪고 집에 가려는 순간 만난 남자 현석(송새벽). 순박해 보이는 이 남자에게 '이상한' 매력을 느낀 은진은 빠져들어 연애하고 결혼까지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이 남자 뭔가 수상하다. "사랑한다"는 말도 한 번 않고, 친구·동료들을 소개해 준 적이 없다. 또 우연히 본 휴대전화에는 낯선 여자의 이상야릇한 문자가 와 있다. 의심은 증폭된다. "이 두 연놈들을 현장 포착해야겠다"고 생각한 은진은 후배인 경찰 소영(박그리나), 해병대 출신 동생 은결(김현준)과 함께 잠복한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로맨틱 코미디,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소재와 내용이다. 하지만 영화 '내 연애의 기억'의 여주인공 강예원이 일반적이지 않는 연기로 재미를 전한다. "바람 피우는 수컷들은 가위로 거기를 잘라야 한다"는 등의 대사와 욕설, 슬랩스틱 코미디를 방불케 하는 강예원은 극 중 본인을 철저하게 내려놓으며 웃음 폭탄을 투하한다. 감독의 초반 만화를 보는 듯한 연출은 그 웃음을 배가한다.
여주인공의 망가짐에 싫증을 느끼는 이들을 위해서인지 감독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영화를 흘러가게 해 의외의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하는 이들은 싫어할 수도 있겠으나, 영화의 색깔 변화는 꼽아야만 하는 '내 연애의 기억'만의 매력이다.
특히 관객은 소름 돋는 후반 반전에 깜짝 놀라기도 할 것 같다. 스릴러로 변화는 영화는 공포감도 전해준다. 송새벽이 후반부 주인공이다. 그는 영화 '도희야'에 이어 이번에도 그가 코미디만이 장기가 아닌 연기자라는 걸 보여준다. 안 어울릴 것 같은 강예원과 송새벽의 조화가 이렇게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나 생각하게 한다.
B급 정서라고 느낄 수도 있으나 유치하거나 조잡하지 않다. 현석의 과거 설명을 위해서는 애니메이션을 삽입해 독특한 형태로 관객을 몰입시키기도 한다. 감독의 재기발랄한 연출 덕이다.
은진의 조력자 김현준과 박그리나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드라마 '닥치고 꽃미남 밴드'와 영화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을 연출한 이권 감독의 작품이다.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폐막작으로 초청됐다. 93분. 청소년관람불가. 21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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