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인턴기자] 이제 여름도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TV에서는 귀신을 찾아볼 수가 없다.
2009년 방영된 MBC ‘혼’과 2010년에 방영된 KBS2 ‘구미호: 여우누이뎐’에서 명맥이 끊기는 듯 했던 납량특집 드라마는 2012년 MBN에서 TV영화 형식으로 제작된 ‘노크’와 ‘수목장’으로 이어졌다. 또한 2013년에는 7월 말과 8월 초에 KBS2 ‘드라마 스페셜 단막 2013’ 중 3편 ‘기묘한 동거’과 4편 ‘엄마의 섬’이 납량특집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올해는 납량특집 드라마가 아예 사라져버렸다.
그 이유로는 한국형 귀신 이야기가 반복된 탓에 더 이상 신선함을 주지 못한다는 점이 가장 먼저 꼽힌다. 원한이 맺힌 귀신이 학교, 집, 병원 등에 출몰하는 전형적인 한국형 공포 이야기는 이미 너무 식상해졌다. 대표적인 한국형 납량 특집 드라마인 KBS ‘전설의 고향’ 시리즈는 1977년부터 1989년까지 방송했다가, 1996년에 부활해 1999년까지 총 13년에 걸쳐 방영됐다. 그동안 구미호, 처녀귀신, 저승사자 등 한국 설화의 다양한 귀신들이 총망라해 등장했다. 학교 괴담 또한 수많은 공포 영화의 단골 소재라 공포를 주기에는 무리가 있다.
↑ 사진=KBS 전설의 고향 홈페이지 캡처 |
또한 싸이코패스나 치밀한 범죄 현장들이 등장하는 스릴러, 미스터리물이 인기를 끌면서 납량특집 드라마가 더욱 설 자리를 잃었다. 요즘 실제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들이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게 잔인해졌다. ‘세상이 흉흉하다’라는 말을 달고 사는 현대인들에게는 귀신보다 인간이 더 무서운 시대가 된 셈이다. 즉, 공포라는 의미가 초현실적인 상황에서 느껴지는 오싹함에서 잔인함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더 이상 귀신이라는 소재가 공포를 주기 힘들어졌다. 이는 TV에 등장하는 귀신의 역할이 달라진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시작한 드라마 MBC ‘야경꾼일지’에서는 귀신이 겁을 주는 게 아닌 코믹하고 친구 같은 이미지로 등장하고 있다. 이런 형국에서 사람들에게 한 번도 보지 못한 귀신 이야기보다는 당장 일어날 법한 강력 범죄 사건이 등장하는 드라마가 훨씬 공포를 느끼기 쉽고, 설득력이 있다.
미국드라마와 같은 미스터리물에 사람들이 익숙해지면서 머리를 풀어헤친 귀신은 구시대적이고 치밀한 두뇌 싸움을 바탕으로 하는 미스터리물은 세련된 소재라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것도 귀신을 TV에서 퇴출시킨 이유 중 하나다. 드라마 tvN ‘갑동이’ 같은 경우 싸이코패스라는 소재에 긴박감이 넘치는 세련된 영상 연출로 시작하자마자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처럼 시청자들에게 공포를 자아낼 수 있는 대안이 많은 상황에서 굳이 식상한 소재로 평가받는 귀신을 선택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 사진 제공=SBS, tvN |
이처럼 다양한 이유로 올해는 브라운관에서 귀신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얼마 전 들려온 약 10년 전 공포드라마인 ‘엠’(M)의 재방영 소식이 인터넷 인기 검색어로 등장했다. 이는 자취가 사라진 ‘귀신’의 부재에 대한 시청자들의 아쉬움이 반영된 현상으로 보여 진다.
유지혜 인턴기자 yjh0304@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