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특수 분장의 매력이요? 제작 과정은 힘들지만 캐릭터가 영화에 완벽하게 나올 때 뿌듯해요”
액션, 공포, 판타지 장르의 영화가 많아질수록 특수 분장 관계자의 도움이 절실해진다. 아무리 촬영 기법이 좋고 조명이 좋아도 특수 분장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때문에 영화에 있어 특수 분장은 신의 한 수이고 작품의 품격을 높여주는 기술이다.
박애니 특수 분장 팀장은 작품에 자신의 능력을 더해 최고의 영화를 탄생하게 돕는다. 특히 박애니 팀장은 제1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Pifan) 판타스틱 단편 걸작선 13에 포함된 단편 영화 ‘인형’(감독 노도연)에 참여해 그 실력을 뽐냈다.
‘인형’은 어린 시절부터 자기 그림 속의 이상한 얼굴처럼 되고 싶은 한 소녀가 졸업사진을 찍기 전 성형외과를 찾지만 좌절한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 다 똑같이 생긴 세상에서 홀로 소외감을 느낀다는 이야기를 담아 미에 대한 대중들의 시각을 다시금 일깨운다.
Q. 유독 ‘인형’은 기존에 쉽게 접하지 못한 특수 분장을 선보이고 있다. 그래서 더욱 눈길을 끄는데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
A. “통으로 뜨냐, 부분적으로 뜨냐가 도전적이었다. 사실 ‘인형’처럼 통으로 뜨면 특수 분장티가 바로 한다. 그러나 노도연 감독님이 ‘나쁘지 않다. 도자기처럼 매끈한 피부를 원한다’고 제안해 정말 도전정신을 가지고 작품에 임했다. 다행히 작품에 대한 콘셉트는 감독님의 그림 안에 다 있더라. 큰 그림은 감독님의 그림을 참조했고 디테일한 부분은 내가 조절했다. 각진 콧대와 뾰족한 턱선 등을 심하게 강조하려 노력했다. 기존의 미에서 조금 더해 앞으로는 미에 대한 기준이 애매해진다는 느낌을 작품에 담으려 했다. 감독님의 그림 덕분에 작업하기 수월했다.”
Q. 매끈한 피부와 오뚝한 콧대, 날렵한 턱선 등 정말 제목 그대로 ‘인형’같다. 스스로 만족하는가?
A. “‘인형’은 정말 어떻게 완성본이 나올지 궁금했다. 물론 촬영 당시 모니터로 보기도 했지만 직접적으로 나온 결과물과는 다르지 않냐. (웃음) 무섭고 기대되고 정말 여러 가지 감정이 담겼다. 여태까지 이렇게 큰 특수 분장을 한 적이 없어 두려운 감정이 컸다. 때문에 카메라가 배우를 조금이라도 클로즈업하면 티가 날까 걱정했다. 촬영, 조명 감독님들 모두의 노력으로 ‘인형’이 탄생됐다. 잘 나와 다행이다. (웃음) 단지 아쉬움이 있다면 사전 테스트를 못하고 시간이 부족해 바로 촬영했다는 점이다. 촬영을 하면서 많이 수정을 했다. 그러나 새로운 도전이라 재미있었다.”
↑ 사진=스틸 |
A. “도자기 같은 피부를 표현하는 게 쉬울 줄 알았다. 정말. (웃음) 그러나 생각보다 작업이 어렵더라. 찰흙으로 피부를 매끄럽게 피는데만 하루에서 이틀이 걸렸다. 모공을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렵더라. 또한 보통 특수 분장의 과정은 배우의 얼굴본을 뜨고 그 틀을 이용해 석고로 얼굴형을 잡는다. 그 다음 찰흙으로 본틀을 만드는데 이 과정에서 피부를 매끈하게 만드는 게 어렵더라. 그 후 얼굴형대로 실리콘이 나오면 꺼내 얼굴에 붙이면 된다. 남자와 여자의 특수 분장 차이는 크지 않지만 감독님이 남자는 광대가 좀 더 뾰족하길 원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감독님에게 기본적인 틀이 있어 남자와 여자 똑같이 작업했고 단지 남자의 광대부분만 강조했다.”
Q. 고생한 흔적이 ‘인형’에 담겨있다. 이외에 또 다른 위기 상황이나 고충은 없었나?
A. “아찔한 순간이 있었다. 얼굴본을 만들어야하는데 실리콘이 부족했다. 연락을 취했는데 재고가 없다더라. 시간은 부족했는데 정말 아슬아슬하게 도착해 촉박하지만 문제를 해결한 적이 있다. (웃음) 또한 내가 최고로 분장실에게 안 나오고 일한 게 9시간인데 ‘인형’이 이 기록을 깼다. 10시간도 넘게 작업했다. 배우들도 계속 앉아있어야 하기에 힘들었을 것이다. ‘인형’속 마지막 집 세트장에서의 촬영이 가장 긴 분장시간이 걸렸다.”
Q. ‘인형’을 통해 관객들에게 특수 분장의 신세계를 열어줬는데 특수 분장의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A. “정말 단순한 답이겠지만 진짜 재미있다. (웃음) 한 캐릭터를 만들어냈을 때의 과정은 힘들다. 그러나 영화에 완벽하게 나왔을 때 기쁘고 뿌듯하다. 우리나라는 외국처럼 판타지물이 부족해 상처 표현을 가장 많이 한다. 그러나 ‘인형’은 정말 특수 분장이고 내가 한번쯤 해보고 싶었던 표현이라 하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궁금했고 감독님 덕분에 캐릭터적인 부분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감독님이 더 진하고 센 표현을 원했기에 오히려 내가 더 재미있게 작업한 것 같다.”
↑ 사진제공=박애니 팀장 |
A. “내가 외국에서는 다른 부분을 전공했다. 때문에 한국에서 와서 특수 분장은 조금 늦게 시작한 셈이다. 어느 정도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나를 막내로 받아주기보다는 팀장으로 받아줬다. 지인의 소개로 한 작품, 한 작품씩 하다 인연이 닿아 꾸준히 들어오는 것 마다 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형’ 외에도 ‘산타바바라’에서 분장으로 참여한 바 있다.”
Q. 외국에서는 인테리어를 전공했다고 하는데 특수 분장을 직업으로 삼은 이유는?
A. “원래는 인테리어 전공을 했는데 단순히 취미 또는 재미를 위해 분장을 하고 영화 현장에 참여한 바 있다. 그게 인연이 되어 어느 순간 직업이 되있더라. (웃음) 단지 특수 분장을 늦게 시작한 게 아쉽다. 그러나 늦었을 때가 제일 빠르다고 하니까 이제부터라고 열심히 노력해 함께 하는 이들과 성공하도록 하겠다.”
Q. 박애니라는 이름이 독특하다.
A. “나는 현재 프리랜서로 활동 중이다. 본명은 박애달인데 영화상에는 주로 애니로 올라가더라. 사실 애니는 집에서 불리던 이름이다. (웃음) 한국에 와서 특수 분장 일을 하면서 누구의 밑에서 배워본 건 반년도 안 되었다. 팀장으로 시작했는데 지금도 꾸준히 몸소 배우면서 작업하고 있다. 과거에는 겁 없이 도전하기도 하거나 창의적인 부분이 많았는데 지금은 그런 부분이 조금은 부족한 것 같아 아쉽다.”
↑ 사진제공=박애니 팀장 |
A. “특수 분장은 뒤늦게 찾은 꿈이다. 정말 생각지도 못했는데.
최준용 기자, 손진아 기자,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