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셈블리홀 안에 있는 티켓구매소 |
에딘버러에 온지 6일째. 이제 모든 일정들이 안정되었다고 판단되어 단원들에게 자율시간을 주기로 했다. 지금까지 정해진 일정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단원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흥분에 휩싸여 들썩인다.
어린 친구들은 기념품 가게를 가겠다고 하고 또 몇몇은 근사한 노천카페에 앉아 여유를 즐기겠다고 한다. 나 역시 프린지 페스티벌에 왔으면 공연을 많이 보는 것이 남는 장사라는 연출자 근성이 꿈틀거린다. 앞으로 비가비 공연 틈틈이 하루에 두 세편씩의 공연을 볼 계획이다. 첫 공연관람은 어셈블리 메인홀에서 공연되는 ‘브라조우카’라는 댄스 드라마로 결정했다.
오늘 비가비 공연과 홍보를 기분 좋게 마치고 단원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흩어졌다. 그러나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숙소로 돌아온 후 성시훈 태권도연출님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홀로 숙소에 들어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단장님 저는 여기에 온 목적에만 충실해야 할 것 같습니다.”
비가비 단원들의 태권도 훈련과 극 안에 들어가는 태권도의 모든 것을 연출하는 사람으로 또 극을 이끌어가는 비가비 배우의 한 사람으로 늘 기대 이상의 것을 보여주는 우리 단원들의 멘토이자 롤모델인 사람답다는 생각에 믿음직스러우면서도 그 많은 부담을 혼자 안고 있는 것 같아 미안했다. 시훈씨는 어느새 비가비와 한 몸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 어셈블리홀에서 공연을 보고 난 후 |
[MBN스타] 프린지 페스티벌을 즐긴다는 것은 다양한 공연을 즐긴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프린지의 공연은 대부분 10파운드 내외이고, 같은 공연이라도 요일이나 기간에 따라 훨씬 저렴한 가격에 볼 수도 있다. 또 거리홍보를 하는 공연팀들 중에는 공짜표를 나눠주는 경우도 많다. 꼼꼼히 살펴보고 부지런히 챙긴다면 프린지는 경제적 부담 없이 많은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꿈의 축제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저렴한 가격에 많은 공연을 볼 수 있다고 좋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공연을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느끼는 프린지 페스티벌은 무엇이 걸릴지 모르는 뽑기와도 같다. 특히 프린지의 정신을 살린 개성적인 실험작들은 이해하기 어렵거나 보기에 껄끄러운 작품들도 많다. 혹은 깜짝 놀랄 만큼 퀄리티가 떨어지는 작품을 만나기도 한다.
공연에 대한 평가나 느낌은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어떤 것이 좋은 작품인지에 대해서는 논하기 어렵지만 프린지 페스티벌 공연을 편하게 즐기기 위한 몇 가지 노하우를 정리해보았다.
↑ 어셈블리홀 티켓을 구매하려고 줄을 서 있는 사람들 |
로컬 극단의 공연이나 코미디 공연은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라도 나라마다 서로 다른 정서를 교감하기 어려워 다른 관객들이 배꼽을 잡고 웃을 때 혼자 이해하지 못해 어리둥절한 경우가 많다. 춤이나 음악 등 어느 나라에서도 공통적으로 통하는 비언어극은 대부분 단순한 스토리라인을 지니고 있어 작품에 몰입하기가 쉽다.
두 번째 되도록 먼 나라에서 온 작품을 본다.
스코틀랜드 에딘버러까지 많은 부담을 가지고 찾아온 다른 나라의 작품들은 대부분 수준이 높다. 반대로 로컬 작품의 경우 간혹 학생들이 만든 작품을 발표하여 작품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세 번째 가능하면 이름 있는 공연장에 올라간 작품을 먼저 보자.
프린지의 세종문화회관이라 불리는 어셈블리홀이나 어더밸리 등 이름 있는 공연장의 작품들은 대부분 기본 이상의 퀄리티를 갖추고 있다. 에딘버러에 오래 머무를 계획이 없거나 2~3편 미만으로 공연을 볼 계획이라면 어셈블리 조지 스퀘어에 있는 박스오피스에서 그날그날 매진된 작품들을 체크했다가 다음날 예매하자. 매진된 작품들은 분명히 매진이 된 이유를 가지고 있다.
↑ 어셈블리 메인홀에서 하루동안 공연되는 작품들 |
마지막으로 포스터에 별표가 많이 붙은 작품들을 찾아보자.
프린지에서 공연 포스터에 붙은 별표는 언론매체가 인증하는 작품을 의미한다. 쓰리위크, 더 스태이지같은 공연 전문 매체부터 타임즈, 헤럴드, BBC 등 다양한 언론매체들이 프린지에 올라간 공연들을 직접 보고 평가하여 별표를 준다. 유력한 매체일수록 별표를 받기가 하늘의 별따기이다. 프린지에서 포스터에 붙은 별표를 보고 작품을 선정하는 것은 고전적인 방법이지만 가장 보편화된 방법이기도 하다.
올 해 처음으로 프린지에 참여하는 비가비의 몇몇 스탭들은 공짜표를 얻은 공연을 보러 갔다가 20분만에 몰래 나왔다며 다음부터는 나와 같은 작품을 선택하겠다고 한다. 3년 전 프린지에서 얻은 공짜표 공연에 실망하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 매진된 공연을 알리는 판 |
나는 위의 방법들을 활용하여 ‘브라조우카’를 선택했다. 브라조우카는 댄스드라마라는 장르에 속한 비언어극으로 미국에서 제작하여 다양한 나라에서 공연된 작품이며 프린지의 세종문화회관 대강당격인 어셈블리 메인홀에서 하는 공연이다. 공연의 처음에는 푹 빠져들 듯이 흥미로왔지만 너무 화려한 춤이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나오니 마지막 부분에서는 조금 지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성상희 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