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태권타악퍼포먼스팀 비가비 |
그리고 2014년. 우리를 마냥 들뜨게 했던 에딘버러에 다시 왔습니다.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10대 극장으로 손꼽히는 어쿠스틱뮤직센터의 정식 초청으로 10일간의 극장 공연과 5회의 거리공연이 저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8월 4일 인천공항에서 런던 히드로 공항으로 그리고 다시 스코틀랜드 에딘버러까지 버스로 이동하여 꼬박 하루 24시간을 비행기와 버스 안에서 지냈지만 힘들다는 생각은 눈곱만큼도 들지 않았습니다.
에딘버러에 도착한 첫날. 짐을 풀고 스텝들은 극장컨디션을 체크하러 나가고 단원들은 숙소 근처에 있는 주차장에 모여 거리공연 준비를 했습니다. 2011년에 이곳을 왔던 배우들은 어느새 선배가 되어 신입단원들에게 거리공연의 활기찬 모습을 설명합니다.
8월 6일. 비가비의 첫 번째 거리공연이 있는 날 공교롭게도 새벽 5시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비가 많이 내리면 거리공연을 할 수 없기에 프린지 페스티벌의 상징인 로열마일로 북과 북대를 들고 이동하며 비가 그치기를 수없이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공연 10분 전 거짓말처럼 비가 그쳤습니다. 흠뻑 젖은 돌바닥은 무척 미끄럽고 위험했지만 에딘버러에서의 첫 신고식인 거리공연은 성황리에 끝이 났습니다. 비가비의 속뜻인 ‘날고 더해 날다’처럼 자유로운 예술의 숨결이 살아있는 이곳에서 한번 더 힘차게 날아오르리라는 자신감이 한껏 피어오릅니다.
↑ 사진=거리 공연 |
특히 프린지페스티벌의 주황색 로고가 새겨진 게이트부터 2~3m 간격으로 곳곳에서 펼쳐지는 거리공연들은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버스커인 살아있는 동상이나, 칼이나 공 등을 돌리는 저글링부터 흥겹게 춤추며 연주하는 현악4중주단 그리고 무대에 바로 세워도 손색이 없을 만큼 훌륭한 구성과 연기력을 지닌 다양한 퍼포먼스나 연극, 뮤지컬과 같은 작품까지 실로 다양하다.
이 거리공연들은 프린지 페스티벌의 꽃이라 불린다. 이들은 프린지 페스티벌을 살아있게 만드는 핵심 가치가 바로 이 거리공연에 있다고 한다. 이 축제에 참여하는 그 누구도 거리공연을 극장에 올라가지 못해 무료로 거리에서 하는 수준 낮은 공연이라는 생각은 갖지 않는다. 거리공연자들은 대단한 자부심으로 그들이 지니고 있는 모든 힘을 모아 공연에 임하고, 그 공연을 보는 관객들은 환호와 박수를 아끼지 않고 마음껏 즐긴다. 프린지 페스티벌의 거리공연에 참가하기위해 극장 공연만큼 많은 시간을 들여 준비하는 팀들도 적지 않다.
이러한 거리공연에 대한 프린지 페스티벌만의 독특한 자부심은 1947년 에딘버러 국제페스티벌에 초청받지 못한 개성이 강한 작은 공연 단체들이 축제의 주변부 거리에서 무료로 공연을 하면서 시작된 이 축제의 유래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다. 특정 기준에 따라 작품을 선정하지 않고 아마추어에서 전문 예술단체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하는 축제! 이곳은 길거리가 공연장이며 구석구석 모든 곳이 그 자체로 흥겨운 예술의 장터이다.
↑ 사진=태권타악퍼포먼스 비가비 |
공식화된 것은 아니지만 거리공연에서 인기를 얻은 작품들 중 극장이나 기획관계자들의 눈에 띄면 정식 초청을 받아 극장공연을 올릴 수도 있다. 태권타악퍼포먼스 비가비도 2011년 거리공연에서 커다란 인기를 얻고 난 후 어쿠스틱 뮤직센터의 초청으로 이번 해에는 극장공연과 거리공연을 동시에 진행하게 되었다.
이렇게 거리공연에서 극장공연으로 초청된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기는 하나 공연자들은 이런 기회를 얻기 위해 거리공연을 준비하는 것은 아니다. 예술가들이 이 곳 프린지에서 느끼는 거리공연은 자유로운 예술에 대한 갈망, 조명이나 음향 없이 화장하지 않은 맨얼굴과 같은 순수함으로 관객들과 가까이에서 호흡하며 느끼는 살아있는 열정, 예술가의 갈증이 채워지는 오아시스 같은 공간이다.
↑ 사진=거리 공연 |
성상희 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