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강태명 인턴기자]
드라마나 영화 속 질병이 생소해지고 있다. 기억상실증, 백혈병, 암 같은 질병들은 너무 지루한 소재가 됐다. 최근 작품에는 투렛증후군, 선천성 조로증, 헤모라크리아, 루게릭병 등 이름만 들어선 알 수 없는 희귀병들이 등장한다.
의학 전문가들은 “과거 작품에 주로 등장했던 질병들은 의학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완치 확률이 높아진 것들”이라고 말한다. 혹은 “젊은 배우들에게도 대입할 수 있거나 개연성 있는 극 전개를 위해 희귀병이 필요하게 된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최근 영화나 드라마 속 희귀병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 사진 : SBS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이광수는 투렛증후군을 앓는 연기를 훌륭히 소화했다(좌). OCN ‘신의 퀴즈’는 희귀병 환자를 중심으로 얽힌 미스터리를 풀어간다(우). |
‘괜찮아 사랑이야’ 투렛증후군, ‘신의 퀴즈’ 30가지 희귀병
지난 달 23일부터 방송된 SBS 수목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이광수(박수광 역)는 투렛증후군을 앓는 인물로 등장한다. 투렛증후군이란 일명 ‘틱 (장애)’라고 불리는 병. 특별한 이유 없이 신체 일부를 빠르고 반복적으로 움직이거나 이상한 소리를 내는 증상을 가리킨다.
극중 이광수는 불특정하게 나타나는 틱 증상 때문에 번번이 여자에게 차이는 신세다. 공효진(지해수 역)의 룸메이트로서 열연을 선보여 연기력에 대한 호평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지난 3일 종영한 OCN ‘신의 퀴즈’ 시즌4는 아예 희귀병을 주요 소재로 삼았다. 의문의 죽음을 당한 희귀병을 앓는 등장인물에 얽힌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식이다. 헤모라크리아, 램지헌트 증후군, 만성알러지쇼크 같은 매우 어려운 질병들이 등장했다.
특히 각 에피소드마다 하나의 희귀병을 다뤘다. 시즌1부터 시즌3까지 10개 에피소드, 총 30개의 희귀병이 나왔다.
시즌 1 : 포르피린증, 갈렝-바레 증후군, 지방이영양증, 근이영양증, 페닐케톤뇨증, 난소과자극증후군, 엘러스-단로스 증후군, RAS, 서번트 증후군 / 시즌 2 : 리스트 컷 신드롬, 폰 레클링하우젠 신드롬, 롱 큐티 신드롬, 고함스병, 쿠루병, 페브리병, 백색증, 바디바바디바, 스티프-퍼슨 신드롬 / 시즌3 : 관절이완 및 협지형 척추골단골간단이형성증, 베체트병,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 하이랜더 증후군, 루푸스, 클라인레빈 증후군, 지틀만 증후군, 라포라 병, 멜라스 증후군, 아급성 연합성 척수 변성증, 코타르 증후군.
↑ 사진 :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은 선천성 조로증을, ‘통증’은 혈우병을, ‘내 사랑 내 곁에’는 루게릭병을 소재로 삼았다.(왼쪽부터 순서대로) |
‘두근두근’ 조로증, ‘통증’ 혈우병, ‘내 사랑 내 곁에’ 루게릭병
영화 속 희귀병 역시 극을 전개하는 데 필수 요소로 자리잡았다.
9월 3일 개봉을 앞둔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 속 아들은 선천성 조로증을 가진 채 태어났다. 선천성 조로증이란 어린이가 빠른 속도로 노화하는 희귀 유전 질환이다. 몸이 작고 피부에 주름이 많으며 흰 털이 많이 자라 외관이나 행동이 노인 같아 보이는 특성이 있다.
송혜교·강동원 주연의 ‘두근두근 내 인생’은 17세에 자식을 낳은 어린 부모의 이야기를 다룬다. 두 사람과 조로증 아들의 삶을 통해 감동을 전할 예정이다.
지난 2011년 개봉한 영화 ‘통증’은 혈우병을 다뤘다. 혈우병이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유전병이다. 혈액응고인자가 없어서 발생하는 질환으로 상처가 나면 피가 멈추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게 특징이다.
극중 정려원(동현 역)은 한 번 피를 흘리면 멈추지 않는 혈우병환자다. 온 몸의 감각을 잃어버린 권상우(남순 역)를 만나 가슴에 지독한 통증을 느끼는 사랑을 이어간다. 통증을 모르는 남자와 고통 속에 평생을 살아야 하는 여자의 대비를 통해 극적 긴장감을 이끌어냈다.
배우 김명민은 2009년 영화 ‘내 사랑 내 곁에’에서 루게릭병 환자를 연기했다. 루게릭병이란 근육이 위축돼 힘을 쓰지 못하게 되는 원인불명의 불치병이다. 극중 김명민(종우 역)은 루게릭병을 앓고 있지만 하지원(지수 역)과 결혼까지 한다. 심해지는 병세 앞에 선 두 사람의 힘겨운 사랑은 관객들을 눈물짓게 했다.
실제 해당 질병을 앓는 환자들은 “장애를 경시하는 사회적 편견을 조장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괜찮아 사랑이야’ 제작보고회 당시 이광수는 투렛증후군 연기에 대해 “절대 장애가 희화화되지 않고
하지만 평소 몰랐던 장애에 대해 일반인들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긍정적 부분도 있다. 다양한 희귀병이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소개돼, 작품의 화제성과 더불어 질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인다면 일거양득 아닐까.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