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극 중 권율은 중요하다. 아버지 이순신이 나라를 얼마나 생각하는지를 관객들에게 알려주는 역할이다.
혹자는 아들 이회가 팔을 다치긴 했지만 왜 목숨을 건 싸움에 나서지 않았는지를 의심스러워 한다.
권율은 "우리는 이순신 장군님이 어떻게 싸웠는지는 너무나 잘 알지만 왜 싸웠는지는 잘 모른다"며 "아들이 관객의 입장에서 '장군님은 도대체 왜 싸우십니까?'를 물어보는 것이다. 이회는 극 중 화자의 입장 혹은 관객을 대변했다. 이회를 통해 이순신 장군의 마음을 관객이 알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후반부 이회는 백성들과 함께 산에 올라갔을 때, 전쟁을 보고 사람들과 감정 표현을 함으로써 관객들과 함께 그 아픔에 감정이입을 잘할 수 있게 해야 하는 역할이었다"며 "또 이회가 전투에 나가버리면 관객들이 묻고 싶은 것을 묻지 못했을 것 같다. 감독님도 쉽지 않을 거라고는 했지만, 영화적으로 그런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했다. 왜군과 조선수군과의 전투신만 있었으면 더 긴장감은 있었겠지만, 우리영화는 61분의 전쟁신 안에 백성들의 감정도 다 담겨 있고 드라마도 있으니 함께 울고 공감한 것 같다"고 짚었다.
'명량'은 벌써 730만명(7일 영진위 기준)이 관람했다. 권율은 관객이 보내준 반응과 환호에 얼떨떨한 기분이다. "사실 배우들은 연기할 때 스코어 생각하지 않아요. 진심으로 장군님의 모습을 전해주고자 하는 최민식 선배 이하 모든 배우와 스태프 등이 진심으로 열심히 다가갔죠. 그걸 이해해주신 것 같아요. 이순신 장군님을 존경하고 따르는 대한민국이 있다는 게 배우에게 기분 좋은 것일 뿐입니다. 무대 인사 때 나이 지긋한 노부부부터 아무것도 모를 것 같은 꼬마 아이들까지 극장에서 영화를 함께 보는 모습이 정말 좋았어요. 큰 박수 쳐주시고, '좋은 영화 만들어줘 감사합니다'라고 하시는 분의 말씀도 들었는데 배우 하길, '명량'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감격스러웠어요."
"사실 현장에서 최민식 선배를 비롯한 모든 선배의 포스는 굉장했어요. 그 기운을 받아치려고 했다면 아만 전 게임도 안 돼 나가떨어졌겠죠. 다만 저는 아버지 이순신만을 걱정하는 이회의 마음이라는 진심만 가져가려고 했어요. 최민식 선배를 바라보는 후배 권율의 마음도 있었고요. 선배가 어떻게 고민하고 탐구하는지를 진심으로 함께하고 싶었던 것뿐이죠. 전 어떤 선배냐고요? 전 아직도 후배들에게 배우는 게 많다고 생각해요. '20대 친구들 나이 때 난 왜 진지하지 못했을까?'라는 생각도 해요. 솔직히 후배도 아니고 동료라고 생각합니다. 전 이제 연기라는 출발선에 서서 모든 준비를 마치고 '명량'을 통해 달려가려고 고개를 든 시점이 아닐까 생각해요."(웃음)
"제 열정만큼,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힘들고 자책하는 시간이었지만 그런 시간이 저 스스로에게 여유와 믿음을 준 것 같아요. 연기에 대한 생각과 태도를 더 진지하게 만들어줬어요. 그때 잘 됐으면요? 아마 장군님의 아들 역할이 안 왔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웃음) 다른 길이 있었겠지만 그래도 다른 배우들처럼 연기를 시작한 마음으로 중심을 잡고 가려고 노력한 건 변함 없었을 것 같아요."
권율은 대선배들과 연기한 것만으로 행복해하지는 않았다. 그는 "연기 잘하는 선배들과 언제라도 다시 만나 호흡을 맞추는 게 행복한 일일 것"이라며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흐르면서 꾸준히 함께 갈 수 있는 배우가 될 수 있도록 연기를 하고 싶은 게 내 꿈"이라고 강조했다. "사람 냄새나는 드라마들을 좋아한다"는 권율. 곧 또 다른 작품에서 만날 그가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관심이 쏠린다.
jeigu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