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안성은 기자] 개그 프로그램에서 풍자와 해학은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소재이다. 정치,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개그맨들은 풍자와 해학을 즐기며 웃음을 선사한다. 이들이 선보이는 개그는 때로는 시청자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제목과 내용으로 인해 곤욕을 치룬 프로그램이 있다. KBS2 ‘개그콘서트’의 ‘억수르’다.
‘억수르’는 첫방송 당시 ‘만수르’라는 이름으로 무대에 올랐다. 국제석유투자회사(IPIC)의 사장이자 아랍에미리트 부총리인 만수르의 이름에서 따온 타이틀이었다. 그러나 해당 코너명은 한국석유공사의 요청에 의해 ‘억수르’로 변경됐다. 한국석유공사 측은 “만수르의 이름을 따온 것이 자칫 외교적 결례가 될 우려가 있기에 코너명 변경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 사진=개그콘서트 캡처 |
물론 이들의 개그를 단순한 풍자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풍자와 해학은 사회의 부조리한 면, 잘못된 면을 우스꽝스럽게 꼬집는 것이지 ‘다른 문화’를 웃음거리로 삼는 것이 아니다. 즉, 잘못된 것이 전혀 없는 이슬람의 문화가 ‘억수르’에서는 희화화의 대상이 된 것이다.
만수르라는 실존 인물이 지닌 부, 명예가 존경 혹은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이를 개그 소재로 활용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전에 필요한 것은 상대에 대한 이해인 것이다. ‘개그콘서트-억수르’의 개그는 우리의 오랜 유교 사상 혹은 개인이 믿는 종교를 우스꽝스럽게 만든 것과 다를 바 없다.
이처럼 최근의 개그 프로그램들은 도를 지나친 듯한 풍자와 해학으로 논란을 겪고 있다. 지난 3월에는 ‘SNL 코리아’에서 해외 입양 가정의 모습을 단순한 개그 소재로 사용하며 지탄을 받았다.
시청자의 시청 수준이 향상함에 따라 이들은 더욱 높은 질의 콘텐츠를 원하고 있다. 때문에 ‘개그콘서트-사마귀 유치
하지만 풍자와 해학을 해야할 때와 말아야 할 때를 가리지 못한 프로그램은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시청자가 원하는 것은 시원한 웃음이지 찝찝한 웃음이 결코 아니다.
안성은 기자 900918a@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