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인턴기자] 라식과 라섹 수술이 부작용이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임이 밝혀졌다.
5일 방송된 MBC ‘PD수첩’에서는 라식 수술 이후 심각한 부작용으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을 만나 라식, 라섹 수술의 부작용과 이를 간과하고 마구잡이로 환자들에 수술을 권하는 병원의 만행에 대해 심층 취재했다.
라식 수술 후 얇아진 각막이 돌출되어 부정 난시가 발생하는, 이른 바 ‘원추각막증’ 판정을 받은 정지연(가명) 씨는 일어나자마자 특수 렌즈를 껴야만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병원과의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11년 째 언제 실명할지 모른다는 것으로 불안에 떨고 있다. 그는 “자살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가더라. 나도 이 일을 겪으니 죽음 아니면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눈물지었다. 그는 뮤지컬 배우의 꿈까지 포기한 채, 그저 세 아이 모두가 스무 살이 지날 때까지 만이라도 현재 시력을 유지하는 작지만 간절한 바람을 가지고 있었다.
↑ 사진=PD수첩 방송 캡처 |
라식과 라섹 수술은 각막을 절개하는 수술이지만 많은 병원들이 간단한 수술처럼 마케팅을 해 10분 만에 끝나고, 부작용도 빛 번짐과 건조증 정도 밖에 없는 수술로 인식됐다. 실제로 환자로 위장해 상담을 받은 많은 병원에서 라식 수술에 대해 아주 간단한 부작용 설명과 할인 유혹으로 수술의 중대함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어 2013년 라식 수술을 하고 심한 빛 번짐 때문에 일상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부작용을 겪고 있는 박승찬(가명) 씨의 수술 사례는 허술한 병원의 눈 검사가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의심을 자아냈다. 게다가 박 씨는 “눈 검사를 한 의사, 수술을 한 의사, 부작용 때문에 재수술을 해줬던 의사가 전부 다르다”며 “심지어, 재수술을 하던 도중 각막을 절개하고 나서 기계가 고장 났다고 임시 렌즈를 삽입한 채 방치했다”고 말해 충격을 줬다.
이에 한 안과 의사는 “한 번에 무리하게 너무 많은 수술을 하는 시스템이 근본적인 문제다”라고 말했다. 그는 “병원에서 기계 유치 등에 돈을 많이 투자할 수 밖에 없다”며 병원의 마구잡이식 수술 권유를 비판했다.
또한 환자들의 수술 이후에 대한 아무런 사후 관리가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일본 소비자청은 라식 수술 후 부작용을 겪은 환자들의 사례를 모아 통계를 냈고, 10여 가지 이상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일본 소비자청에서 조사한 라식 수술부작용 통계 보고서에는 ‘라식수술을 쉽게 받는 것을 피하고, 설명을 충분히 받읍시다’라고 안내문이 적혀있었고, 일본의 의사들도 “통계 자료를 통해 라식 수술 이후 5년 이상이 지나도 안구 건조증과 같은 부작용이 낫지 않는다”는 것을 미리 경고했다. 하지만 한국소비자원은 “라식, 라섹 수술의 카테고리가 분류되어 있지 않고 조사를 아직 실시하지 않아 자료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해 일본 소비자청과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몇몇 환자들은 이런 세태를 알리려 인터넷에 글을 써봤지만 이 또한 쉽지 않았다. 제작진은 홍보 대행업체로부터 일부 병원전문 홍보대행 업체들이 홈페이지 게시판은 물론, 각종 포털 사이트나 SNS 후기를 조작하고, 병원에 대해 부정적인 글들이 올라오면 즉각적으로 관리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심지어 병원은 이런 환자들에 ‘부정적 글을 쓰는 행위를 중단하라’는 내용 증명까지 보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환자들은 병원 측에서 명예 훼손으로 신고 당해 경찰서에 소환당하기까지 했다. 전문 변호사들로 무장한 병원 측의 신고에 환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또한 취재 도중, 한국계 독일인 안과 의사이자 라식 수술의 위험성을 경고해온 스벤 리부터 “대한안과의사회로부터 MBC ‘PD수첩’과 인터뷰를 하지 말라며, 인터뷰를 할 경우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공문을 받았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알게 됐다.
이에 제작진은 정부와 의료계의 관심과 법적 안전 가이드라인 제정을 촉구했다.
유지혜 인턴기자 yjh0304@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