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수많은 작품을 해온 그이지만 유독 첫사랑, 순수의 이미지가 컸다. 물론 다른 드라마나 영화 작품 등의 역할에도 잘 어울렸다. 하지만 손예진이라는 이름만 놓고 본다면 '첫사랑의 이미지'였다.
그런 손예진이 바뀌었다. 액션에 도전했기 때문이다. 극 중 몸을 제대로 쓴다. 못 믿겠다고? '몸 좀 쓴다'는 대표 여배우 하지원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가 아닐까. 스크린에 구현된 손예진의 액션은 꽤 고생했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하 해적, 6일 개봉)의 여주인공, 해적단 소단주 여월 말이다. 하지원이 질투 날 정도라고도 할 수 있다.
손예진은 쑥스러운 듯 웃었다. "'타워' 때는 김지훈 감독님과 연이 있어서 지원 언니를 만나서 밥도 먹고 했는데, 이번에는 만나지 못했어요. 그런데 질투할 정도까지는 아닐 걸요?"(웃음)
그는 '해적' 시나리오를 받아들고 마음이 동했다. "여자 해적이 신선했다"는 이유다. 영화는 조선 건국 보름 전 고래의 습격을 받아 국새가 사라진 전대미문의 사건을 둘러싸고 이를 찾는 해적과 산적, 그리고 개국세력이 벌이는 바다 위 통쾌한 대격전을 그린 액션 어드벤처. 엉뚱한 해적과 산적들도 재미가 있었다. "안 하면 엄청나게 후회할 것 같았다"는 손예진.
중학교 3학년 때까지 계주 선수였고 항상 체력장 1급을 따냈다는 그는 운동 신경이 나쁘지 않은 편이다. 다이내믹한 걸 좋아한 그였는데도 '해적'은 쉽지 않은 촬영이었다. 고생한 만큼 반응이 나쁘지 않아 만족스럽다.
'해적'의 관람포인트는 웃음이다. 유해진과 김남길 등이 터뜨리는 웃음이 관객을 들썩이게 할 것 같다. 손예진은 해적과 산적이 과하지 않게, 적당한 선에서 웃기도록 이석훈 감독이 조절했다고 전했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좌충우돌? 배우들이 다 함께 모였을 때의 케미스트리가 전해져 재미있어지는 것 같아요. 더운 여름 웃을 일 없겠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낄낄댔으면 좋겠어요. 다행히 영화를 보고 '재미있게 봤다'는 말을 많이 들어 좋아요."
김남길과의 호흡도 좋았다. 이미 두 사람은 드라마 '상어'에서 한차례 호흡을 맞췄고, 친해져 열애설까지 났던 사이다. 손예진은 "특히 후반부 내용을 처음 호흡을 맞추는 배우와 했다면 어색하고 민망한 상황도 연출됐을 것"이라며 "남길 오빠는 편안함을 줬다. 평소에 워낙 웃긴 사람이다. '개그콘서트 만날 따라 한다니까. 이제껏 왜 실제 성격과 다른 역할을 맡았는지 궁금할 정도였다"고 웃었다.
'해적'은 아쉬운 지점이 있다. 대표적인 게 CG가 눈에 거슬렸다는 것. 손예진도 일부 인정한다. 하지만 그는 "기술은 한 끝 차이라고 하더라. 얼마나 더 많은 인력이, 비용이 들어가느냐의 차이"라며 "한정된 예산에서 최선이었던 것 같다"고 대변했다.
"흥행이나 시청률에 대한 부담은 있었지만 인기가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는 손예진. 솔직히 자신이 "인기가 거품처럼 거대해진 배우는 아니었던 것 같다"고 짚었다. "그래서 오래가는 배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이 먹은 손예진을 생각할 수 없을 것 같은데 그는 "이 일은 하면 할수록 재미있는 것 같다"며 "나중에 이모나 엄마 역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결혼해도 아마 이 일을 계속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jeigu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