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결국 SBS 예능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 마저도 변칙편성을 선언했다. 기존에 편성됐던 4시 15분에서 10분 앞당긴 4시 5분에 프로그램을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일요 예능을 둘러싼 지상파 방송3사의 미묘한 눈치싸움이 또 다시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이와 같은 변칙편성 논쟁을 처음 불러일으킨 곳은 KBS다. KBS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가 첫 코너인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기존에 공지된 4시 10분이 아닌 7분 앞당긴 4시 3분에 시작한 것이다. 앞당긴 7분의 힘은 생각보다 효과가 좋았다. 아슬아슬하게 동시간대 1위를 했던 ‘슈퍼선데이’에 힘을 실어주며 그 자리를 더욱 공고하게 지키도록 도와준 것이다.
이에 반응한 곳은 시청률 2위의 MBC였다. “KBS가 편성규정을 어겨서 어쩔 수 없이 하게됐다”고 밝힌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은 첫 코너인 ‘아빠 어디가’를 4시 10분이 아닌 4시에 방송한다고 공지했고, 이는 이후 편성전쟁의 서막을 열게 됐다.
방송3사의 편성전쟁에 가장 먼저 지친 이들은 시청자들이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보던 프로그램의 시작시간이 변경돼 앞부분을 놓쳤다고 투덜대는 이들이 등장했으며, 잠시의 쉴도 없이 진행되는 방송에 피곤함을 호소했다. 피곤함은 제작진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소득 없는 소모전으로 신경 쓸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닐 뿐더러 일은 일대로 늘어난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변칙편성에 대해 비난하는 이들이 늘어났고, 부정적인 여론의 시선이 이어지자 SBS는 “우리는 변성시간 변동 없이 기존의 입장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하고 MBC는 “4시 방송을 공지했던 27일 방송분은 그대로 가되, 그 다음 주인 3일 방송은 기존의 편성시간인 4시 10분에 방송할 것”이라고 한 발 물러서는 입장을 보였다.
1차 변칙편성 논란의 결과는 28일 드러났다. 순위변동은 없지만 ‘아빠 어디가’의 시청률이 소폭 상승하고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소폭 하락하며 절반의 성공을 이룬 것이다. 반면 편칙편성을 시도하지 않은 ‘일요일이 좋다’는 첫 코너인 ‘룸메이트’는 물론 후속 프로그램인 ‘런닝맨’마저 시청률이 뚝 떨어지면서 동시간대 3위에 머무르게 됐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SBS는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고 얼마 지나지 않은 30일 편성시간 변경을 알리면서 “타 방송사에서 시간 변칙을 하니, SBS도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현재 방송 3사는 서로 ‘네 탓’이라고 미루는 형국이다. 가장 먼저 불을 지핀 KBS는 “중요한 건 시작시간보다 프로그램의 질”이라며 발을 뺐고, MBC와 SBS는 그런 KBS를 비난하며 “먼저 시작했으니 변칙편성을 안 할 수가 없다”며 ‘내 탓이 아닌 네 탓’으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이번 편칙편성 논란은 과거 지상파 드라마의 방송시간 논쟁과 궤를 같이 한다. 과거 시청률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각 드라마국은 안방극장을 사로잡기 위해 1분이라도 보여주기 위해 야금야금 방송시간을 늘려나갔고, 급기야는 80분으로 확대되기까지 했다.
날이 갈수록 문제가 심각해지자 방송3사는 2008년 같은 시간대 방송되는 드라마의 방송시간을 72분에 맞추자는 ‘72분룰’을 내놓게 된다. 하지만 이후에도 72분룰을 지키지 않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고, 잠잠해졌던 논란의 불씨는 다시 타오르게 됐다.
일요 예능은 춘추전국시대에 비유될 정도로 절대 강자 없는 혼전양상을 보이고 있다. 치열한 경쟁은 어느덧 콘텐츠의 차별성을 두기보다 ‘누가 먼저 시작해 리모컨을 사로잡느냐’에 더 큰 관심을 부르게 됐다.
이와 관련해 한 방송관계자는 “물론 남들보다 일찍 시작해서 시청률이 소폭 상승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얼마나 양질의 콘텐츠를 창조해내느냐다. 재미있는 콘텐츠를 개발하기보다 시작시간으로 경쟁을 벌이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라며 “이제 방송3사가 한 데 모여 어떤 식의 가이드라인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자해지(結者解之)라는 말이 있다. 매듭을 묶은 자가 풀어야 한다는 뜻으로, 일을 저지른 사람이 일을 해결해야 함을 비유한 한자성어다. 최근 벌어진 일련의 논쟁들은 어찌됐든 20일 KBS가 정해진 시간을 지키지 않음으로써 발생된 일이다. 그렇다고 KBS만을 비난할 수는 없다. 네가 먼저 규정을 어겼으니 나도 어기겠다는 자세 또한 옳지 않기 때문이다.
KBS 고위 관계자는 변칙편성 관련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드러내며 “지금으로써 드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