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좀 더 극적인 상황과 갈등을 유발하기 위해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설정이 있다. 바로 여자 주인공들이 어쩔 수 없이 남장을 하고 남자 주인공과 사랑에 빠지는 상황이다. 은근히 브로맨스(브라더+로맨스의 합성어) 효과를 볼 수도 있고 상황을 극적으로 몰아가면서 흥행에 청신호를 보이고 있다. 남장여자 캐릭터로 화제를 모은 작품을 모아봤다.
◇ 남장여자의 원조격 ‘젊은이의 양지’ 이지은
1995년 방송된 KBS2 주말드라마 ‘젊은이의 양지’에는 지금은 대한민국에 내로라 하는 스타들이 대거 출연했다. 배용준을 비롯해 전도연, 차태현, 박상민, 하희라 등이 눈에 띈 가운데 소매치기 역을 맡은 이지은은 깜찍한 외모로 주목을 받았다.
◇ 남장을 해도 숨길 수 없는 미모 ‘대망’ 손예진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룬 ‘대망’은 故 김종학 PD, 송지나 작가의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다. 장혁, 이요원, 조현재, 한재석, 박상원 등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했으며 사극이지만 액션이 가미돼 볼거리를 충족시켜줬다.
극 중 손예진은 장사꾼인 아버지를 항상 기다리던 어머니가 죽음을 맞이한 후 어머니처럼 살지 않기 위해 남장을 결심한다. 장사꾼의 딸답게 총명한 머리로 똘똘하면서도 귀여운 매력을 뽐낸 손예진은 장혁을 짝사랑하는 순애보를 보여주기도 했다. 특히 손예진은 남장을 했음에도 감출 수 없는 풋풋한 미모를 자랑해 시선을 사로잡았다.
사극 속 남장여자 캐릭터의 甲 한혜진
한혜진은 무려 사극에서만 세 번의 남장을 했다. 2002년 방송된 MBC ‘어사 박문수’, 2006년작인 ‘주몽’, 2010년작 SBS ‘제중원’의 극 중 시대상황은 다 달랐지만 한혜진은 모두 중성적인 매력을 뽐내는 캐릭터로 사랑을 받았다.
‘어사 박문수’에선 박문수가 위험에 빠질 때마다 등장하는 협객 소화련 역으로 출연해 화려한 액션을 선보였다. ‘주몽’에선 총명함과 용기를 가진 인물이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뜻을 펼칠 수 없었다. 그래서 남장을 한 채 나라의 굵직한 일을 해냈다. 개화기를 맞은 조선을 그린 ‘제중원’에서도 마찬가지다. 의사를 꿈꿨던 한혜지은 여자는 아예 의사 시험에 응할 수조차 없게 되자 자신의 능력을 확인하고자 남장을 하고 시험을 봤다.
분명 화려한 미모를 지닌 한혜진이지만 남장을 할 때만큼은 중성적인 매력이 빛을 발했다. 특히 ‘제중원’에선 수염까지 붙이는 열연을 펼쳤다.
'◇ 사회적 약자의 반란 문근영-이요원-박민영
사극에서 여자들이 남장을 하는 주 이유는 바로 신분과 유교관습 때문이다. 능력을 펼칠 기회조차도 갖지 못하자 남장을 해결책으로 삼으며 극을 전개한다.
문근영이 남장을 해 화제를 모은 SBS ‘바람의 화원’은 조선 후기의 화가인 김홍도와 신윤복의 일생을 픽션화 한 작품이다. 조선시대에 여성은 화공이 될 수 없었기 때문에 신윤복(문근영 분)은 가슴에 압박 붕대를 감고 궁에서 제 능력을 발휘했다.
특히 문근영은 진짜 소년같은 풋풋한 매력을 뽐냈고 기생 정향 역으로 출연한 문채원과 묘한 러브라인까지 형성하며 그해 연기대상에서 베스트커플상까지 수상했다.
‘선덕여왕’의 이요원은 태어났을 때부터 죽음의 위기를 겪은 덕만으로 분했다. 성장하면서도 계속해서 쫓기고 목숨이 위협 당해왔기 때문에 그의 남장은 당연한 것이다. 남장을 하고 화랑이 된 덕만은 전쟁까지 뛰어들며 그가 나중에 신라를 통치할 수 있는 카리스마를 가진 인물임을 증명해냈다. 덕만 역으로 남장을 한 이요원은 아역인 남지현과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해 화제를 모았다.
송중기, 유아인, 박유천 등 꽃미남이 총출동한 ‘성균관스캔들’에서 이들과 함꼐 잘금 4인방을 구성한 인물을 배우 박민영이다. 몰락한 집안을 일으킬 생각으로 남장을 한 윤희(박민영 분)이 뛰어난 글실력으로 성균관에 입학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단순히 집안을 위해 남장을 했던 윤희는 성균관에서 공부를 하며 여자로서의 삶에 대해 고심하게 된다.
◇ 남자보다 더 잘생긴 ‘다모’-‘기황후’ 하지원
하지원도 한혜진 만만치 않게 사극에서 남장을 해왔다. 우연찮게도 두 작품 모두 시청률로 하지원을 함박웃음 짓게 만들었다.
폐인을 양성했던 ‘다모’에서 하지원은 좌포도청 소속의 다모로 뛰어난 무술 실력을 가진, 남자보다도 강한 인물이지만 좋아하는 황보윤(이서진 분) 앞에서 수줍음을 드러내는 채옥 역을 맡았다. 부모님을 잃고 노비로 살아가던 그는 다모로 살아가기 위해 남장을 선택했으며 그가 남자라는 사실을 아는 황보윤은 채옥과 함께 사건들을 해결해냈다.
반면 ‘기황후’에서 하지원이 남장을 한 이유는 시대상황과 맞닿아 있다. 당시 고려는 원나라에 매년 공녀를 바치고 있었고 승냥(하지원 분)은 공녀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남장을 결심했다. ‘다모’와는 달리 왕유(주진모 분)과 타환(지창욱 분)은 그가 여자라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깨닫게 된다.
이외에도 ‘추노’의 이다해, ‘조선총잡이’ 남상미, ‘구가의서’ 수지, ‘기황후’ 유인영 ‘최강칠우’ 구혜선 등이 남장여자로 등장했다. 극 속에서 위기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자주 등장하는 설정이 바로 남장여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남장여자 신드롬 불러일으킨 ‘커피프린스 1호점’ 윤은혜
사극에선 여자라는 이유로 뜻을 펼치는 못하는 인물들이 남장을 했다면 현대물에선 경제적 이유로 남장을 결심한다. 대표적으로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윤은혜가 연기한 고은찬이 이에 해당한다. 소녀가장이나 다름없는 고은찬은 남자 직원만 모집하는 카페에 취직하기 위해 압박붕대를 감쌌다.
무엇보다 사극과 달리 현대물은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에 더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고은찬을 남자로만 알고 있는 최한결(공유 분)은 그에게 끌리면서 성정체성 혼란을 겪고 두 사람은 남남커플로까지 등극한다.
가수에서 연기자로 변신한 윤은혜는 ‘궁’으로 성공적인 데뷔를 했지만 연기력을 인정받진 못했다. 하지만 ‘커피프린스 1호점’을 통해서 민낯을 공개하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쳐 호평을 받게 됐다.
◇ 해외에서도 통한 남장여자 ‘미남이시네요’ 박신혜
‘미남이시네요’는 누가 봐도 만화적인 설정과 꽃미남들의 대거 등장으로 국내 보다는 오히려 해외에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수녀를 꿈꾸던 고미녀(박신혜 분)는 밴드 보컬이 된 쌍둥이 오빠 고미남이 갑작스러운 일로 데뷔를 하지 못하게 되자 그를 대신해 밴드 보컬로 변신한다.
남장을 해도 숨길 수 없는 여성성과 미모로 박신혜는 금세 여자라는 사실을 들키지만 이를 대중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밴드 멤버들의 모습이 묘한 중독성을 자아냈다.
이 작품으로 박신혜는 해외에서 높은 인기를 얻었으며 각종 시상식에서 인기상을 휩쓸기도 했다.
◇ 남장여자의 흥행불패 신화를 깬 ‘아름다운 그대에게’ 설리
남장여자 캐릭터가 등장한 드라마는 대부분 성공을 거두었다. 남자 배우들보다 맡을 수 있는 캐릭터의 한계가 있는 여배우들에겐 이미지 변신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기도 하다. 하지만 남장여자 캐릭터에 학원물이라는 이점을 지녔던 SBS ‘아름다운 그대에게’는 이 신화를 깼다.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아름다운 그대에게’는 에프엑스(f(x)) 설리는 여주인공으로 캐스팅했고 샤이니 민호, 이현우, 서준영, 김지원 등이 출연했다. 남장을 한 여자가 남고에 입학한다는 설정은 여성들의 판타지를 자극하기에 충분했지만 납득가지 않는 전개와 부족한 연기력으로 대중의 외면을 받았다.
특히 가장 주요 스토리인 설리가 남장을 하게 된 이유가 단순히 짝사랑하는 민호와 좀 더 같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라는 설정이 공감대를 얻지 못했다. 물론
이외에도 가장 최근 종영한 ‘잘키운 딸 하나’의 박한별은 남장으로 데뷔 이래 반전 매력을 뽐냈으며 카라 박규리는 ‘네일샵파리스’를 통해 잘생긴 외모를 다시 한 번 인정받게 됐다.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