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노희경 작가가 돌아온다. 그것도 로맨틱 코미디(이하 로코)로 말이다.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을 선보였던 노희경 작가의 변화에 많은 이들이 궁금증을 드러내고 있다. 정신과를 소재로 한 로코로 새로운 변신을 시도한 노희경 작가의 전작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노희경의 존재감 알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노희경만의 현실적이면서도 가슴을 울리는 문체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으며 주현과 나문희의 부부 연기는 리얼했다.
드라마가 가진 힘 덕분이었을까. 2011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드라만에서 영화로 재탄생하게 됐다. 나문희가 맡았던 역할은 노희경의 또 다른 페르소나인 배종옥에게 넘어갔고 스케일은 더 커졌다. 뿐만 아니라 작년 7월 시행된 고3 언어영역 모의고사 지문으로 등장해 시험 시간을 눈물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성공적인 장편 데뷔를 했던 노희경은 이후에도 ‘슬픈 유혹’ ‘유행가가 되리’ ‘빨간 사탕’ 등 꾸준히 단막극을 내놓았다.
◇어려웠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내가 사는 이유’-‘화려한 시절’
‘내가 사는 이유’는 1970년대 마포 일대의 산동네를 배경으로 서민들의 녹록치 않은 삶을 그려냈다. 막노동을 하고 술집 작부로 일하는 모습이 시청자들이 보기에도 익숙하던 시기였다. 경제불황이던 1997년 당시, 이러한 복고풍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삶의 의지를 다시금 깨달게 하는 효과를 줬다.
지금은 스크린은 물론 브라운관에서 보기 힘든 이영애가 술집 작부 역을 맡아 화제를 모았으며 청순한 이미지와 달리 고단한 삶을 사는 애숙을 표현했다. 또한 치매 할머니 연기를 펼친 나문희, 이영애와 같이 술집 작부로 일한 강성연, ‘몰라양’으로 출연한 김현주까지 스포트라이트를 제대로 받았다.
2001년 방송된 ‘화려한 시절’도 ‘내가 사는 이유’와 마찬가지로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두 형제의 사랑과 꿈에 대해 그려낸 작품으로 지성, 박선영, 류승범, 공효진이 주연을 맡았다. 특히 반항아적 매력이 풍겼던 류승범과 그의 ‘껌딱지’로 분한 공효진은 이 작품을 통해서 스타가 됐다.
◇ 노희경 마니아층의 탄생 ‘거짓말’-‘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바보같은 사랑’
노희경 작가에겐 이 작품들을 통해 천군만마같은 마니아들이 생겼다. 지금이야 드라마 팬들이 모여서 조공을 하기도 하고 드라마에 대해 평가도 자유롭게 내놓을 수 있지만 인터넷이 없던 당시엔 천리안, 하이텔 같은 PC통신을 통해 이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거짓말’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불륜’ 드라마다. 이성재와 유호정이 결혼한 부부로 출연했고 이성재의 상사로 배종옥이 등장했다. 배종옥이 연하의 후배인 이성재와 사랑에 빠지면서 드라마의 갈등이 시작됐다. 별 다를 것 없는 스토리지만 이를 표현하는 것은 달랐다.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는 당시 김수현 작가의 ‘청춘의 덫’과 맞붙으면서 시청률로는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사랑과 조건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작품이다. 가난한 학생 배용준는 여교수인 김혜수와 사랑에 빠지지만 재벌녀 윤손하의 조건만을 보고 그를 선택한다. 하지만 자신이 불치병인 사실을 알고 난 후 김혜수의 곁에서 생을 마감하게 된다. 뻔한 스토리에 신파로까지 치닫지만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는 많은 마니아층을 양산했다. 지금은 ‘욘사마’지만 당시 배용준은 사랑과 조건 앞에서 갈등하는 남자를 섬세하게 연기해 호평을 받았다.
‘거짓말’로 환상의 콤비 플레이를 보여줬던 노희경 작가와 표민수 PD는‘바보같은 사랑’으로 다시 만났다. ‘바보같은 사랑’은 밑바닥 인생들의 사랑 이야기를 그려냈다. 처연한 환경 속에서도 사랑을 가슴 절절한 사랑을 보여준 배종옥, 이재룡, 방은진의 열연이 돋보였지만 MBC ‘허준’에 밀려 1.8%로 역대 최저 시청률을 기록하게 됐다.
◇ 노희경 식 러브스토리 ‘고독’- ‘굿바이 솔로’
‘화려한 시절’로 노희경 효과를 톡톡히 봤던 류승범은 ‘고독’으로 노희경과 조우했다. 류승범은 이미숙과 당시로는 파격적이었던 10살 차이 연상연하 커플 연기를 펼쳤다. 특히 두 사람만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미혼모인 이미숙의 가족이 류승범을 받아들이기까지의 과정이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굿바이 솔로’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7명의 인물들의 얽히고 설킨 관계를 그려냈다. 매회 주옥같은 대사가 쏟아졌고 7명 모두 존재감이 넘쳤다. 특히 CF 모델, 예쁜 연예인으로만 알고 있던 김민희는 이 작품을 통해서 배우로 인정받았다. 말 못하는 미영 할머니 역으로 출연한 나문희는 모든 인물들의 상처를 보듬어 줘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 김규태 PD와의 만남 ‘그들이 사는 세상’-‘빠담빠담’- ‘그겨울 바람이 분다’
그간 표민수 PD와 찰떡 호흡을 맞춰 오던 노희경의 파트너는 ‘그들이 사는 세상’ 이후로 바뀌었다. 김규태 PD와 첫 호흡을 맞추게 된 노희경은 23일 첫 방송되는 ‘괜찮아 사랑이야’까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그들이 사는 세상’은 진짜 드라마국의 이야기를 드라마로 담아냈다. 자신들의 이야기기 때문에 더 현실적이고 신랄하게 써냈고 입봉 하나를 위해 달리는 드라마 PD들의 고충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특히 주인공 현빈과 송혜교는 닭살 애정 행각을 포함해 환상의 케미를 발산해 시청자들의 연애 세포를 깨웠다.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손규호 역의 엄기준과 ‘미친 양언니’로 분한 최다니엘도 주목 받았다.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이하 ‘빠담빠담’)은 종합편성채널인 JTBC의 개국작으로 첫 선을 보였다. 살인 누명을 쓰고 16년 만에 출소한 정우성과 지극히 현실적이고 자신에게는 이기적인 한지민의 사랑 이야기였지만 여기에 천사인 김범이 투입되면 판타지 드라마로 완성됐다. 노희경의 첫 판타지 장르 도전작이었던 ‘빠담빠담’은 아름다운 영상미를 중심으로 기적의 의미를 전하며 종편이지만 1%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선방했다.
최근 작품들을 살펴보면 노희경는 꾸준히 진보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자신이 잘 할수 있고 익숙한 장르가 아닌 판타지에 로맨틱 코미디에까지 도전장을 냈다. 노희경은 작년 방송된 ‘그 겨울 바람이 분다’로 일본 드라마 리메이크에까지 도전했다.
리메이크를 하면 당연히 원작과 비교가 될 수밖에 없는 리스크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