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뮤지컬 ‘명성황후’ ‘영웅’ 등 한국을 대표하는 뮤지컬 제작자이자 연출가 윤호진이 8년 간 준비해 온 글로벌 프로젝트 뮤지컬 ‘보이첵’이 그 베일을 벗었다.
독일의 천재 작가 게오르그 뷔히너의 미완성 희곡 ‘보이첵’은 그동안 연극과 무용, 오페라 등 여러 장르로 다양하게 해석돼 관객들을 만나왔던 작품이다. 조금이라도 공연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한 번 쯤 연극으로 접해 볼 법한 작품이지만, 대형 뮤지컬로 제작되는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의 사례다.
1820년대 독일에서 실제 일어난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작성된 ‘보이첵’은 말단 군인 보이첵의 비극적인 운명과 광기를 다루는 작품이다. 극중 보이첵은 가난하지만 사랑하는 아내 마리와 아들 알렉스와 다난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 생체 실험에 지원한다. 계속되는 생체실험에 정신 착란 증세를 보이던 보이첵은 아내 마리의 부정을 알고 마침내 미쳐 간다.
↑ 사진=한희재 기자 |
연극 ‘보이첵’을 보면서 처절한 주인공들의 아픔이 대사로 표현되는 것이 아쉬웠다는 윤 연출가는 “이들의 갈등과 아픔들이 음악으로서 연결되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작품”이라며 “처음으로 제작된 뮤지컬 ‘보이첵’인 만큼 여기서부터 시작 영어버전, 독일어버전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날 제작발표회를 통해 첫 공개된 ‘보이첵’의 다섯 개의 넘버는 극중 보이첵의 비극적인 삶은 표현하듯 서정적인 음악이 주를 이뤘다. 공연장의 어두웠던 조명만큼 음악 역시 무거웠으며 극적인 음악적 변화 대신 지나치게 담담함을 자랑했다. ‘보이첵’의 장소영 음악 감독은 “음악적으로 다양하게 표현하는데 포기한 부분이 있다. 처음 넘버를 접했을 때 너무 심플하고 담담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어느 순간 보이첵의 삶을 더욱 극단적으로 보이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관객들이 적극적으로 따라갈 수 있는 음악을 표현해보자 했다. 자연 친화적인 악기들이 들려주는 웰빙음악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음악감독이 말한 것처럼 ‘보이첵’의 넘버들은 담담했고, 이는 화려한 볼거리와 들을 거리를 앞세우는 상업 뮤지컬에서 신선한 시도이기는 했다. ‘신선함’으로 무장한 ‘보이첵’은 확실히 도전적인 작품이다. 그 도전정신은 무명의 영국 인디밴드 싱잉 로인스를 발굴해 작곡과 대본을 맡긴 것만으로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 사진=한희재 기자 |
음악적인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날것의 감성을 굉장히 잘 표현됐다는 ‘보이첵’의 넘버들은 어쩌면 국내 관객들에게 낯설게 다가갈 수도 있다. 아직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만들어진 작품이 아니지만, 연출 여하에 따라 이 낯섦은 관객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난해함으로 무장될 위험도 있다.
세계 시장 공략을 노리는 뮤지컬 ‘보이첵’이 과연 한국 창작 뮤지컬의 저력을 보여줄지 아니면 ‘모 아니면
한편 주인공 보이첵 역에는 김다현과 김수용, 여주인공 마리 역에는 김소향, 군악대장 역에는 김법래가 각각 캐스팅된 ‘보이첵’은 오는 10월 9일부터 11월 8일까지 역삼동 LG 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