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계모의 구박 속에서도 착한 마음을 잃지 않은 아가씨가 모든 것을 다 가진 완벽한 왕자와 사랑에 빠져 신분상승의 꿈을 이룬다는 고전동화 ‘신데렐라’는 21세기 드라마에서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각각이 직면하는 상황은 다르지만, 극중 여주인공이 잘 나가는 남자주인공을 만나 행복해진다는 줄거리는 먼 옛날부터 지금까지 안방극장의 단골 소재로 사용되며 시청자들과 만나온 것이다.
재벌 3세의 완벽남과 지극히 평범한 여자와의 러브스토리를 다루는 MBC 수목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 역시 이와 같은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을 착실하게 따른 작품이다. 온갖 잡일을 도맡아 하는 ‘평범녀’ 김미영(장나라 분)과 뿌리 깊은 전주 이씨 집안의 9대 독자 이건(장혁 분), 여기에 평범한 미영만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잘 생긴 키다리 아저씨 다니엘(최진혁 분)과, 남녀주인공의 사랑을 흔들 라이벌 강세라(왕지원 분)의 존재까지. ‘운명처럼 널 사랑해’ 속 인물설정 역시 과거 드라마들을 통해 숱하게 쏟아져 나온 터라 그 곳에서 특별함을 찾기는 어렵다.
게다가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대만드라마 ‘명정주아애니’(命中注定我愛你)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드라마다. 원작이 있는 드라마는 시청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앞으로 전개될 방향에 대해 미리 확인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서는 잘 나갔던 원작과 비교를 당할 수 있다는 부담감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운명처럼 널 사랑해’의 성적은 동시기 방송중인 KBS2 월화드라마 ‘트로트의 연인’과 대조적이다. 둘 다 평범한 여주인공, 잘 나가는 남주인공이라는 조합을 자랑하는 로맨틱 코미디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평은 극명하게 나뉜다. 호평이 대부분인 ‘운명처럼 널 사랑해’와 달리 ‘트로트의 연인’은 호불호가 분명하게 나타나면서 호평과 혹평을 넘나들기 때문이다.
‘운명처럼 널 사랑해’가 자랑하는 가장 큰 강점은 바로 장혁과 장나라의 연기호흡이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처럼 ‘명랑소녀 성공기’ 당시 빛났던 이들의 호흡은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서도 빛났다.
↑ 사진=운명처럼 널 사랑해 캡처 |
날뛰는 장혁과는 달리 장나라는 얌전하다. 장혁이 망가지면 망가질수록 장나라는 함께 뛰어놀기 보다는 오히려 제 자리를 찾아 그 누구보다 평범하고 조용히 연기한다. 여기서 장혁과 장나라의 연기호흡을 엿볼 수 있다. 장나라는 2% 과한 장혁에 맞춰 2% 허전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과거 시트콤 ‘뉴논스톱’에서 인기를 얻었던 장나라는 코믹연기에 대한 기본센스를 지닌 여배우다. 즉 얼마든지 망가질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장혁 못지않은 코믹연기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장나라는 장혁과 함께 망가지며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보다 극의 중심을 지키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장혁의 코믹함을 돋보이게 만들었고, 더 나아가서 지나친 가벼움으로 붕 뜰 수 있는 드라마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잡아주며 ‘이 드라마의 장르는 코미디가 아닌 로맨틱 코미디’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 사진=운명처럼 널 사랑해 캡처 |
여러 가지 무거운 사회의 분위기 속 가벼운 웃음으로 무장한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초반 ‘식상하지 않나’라는 우려를 깨고 심상치 않은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