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을 보는 특별한 능력을 가졌지만 어린 시절 죽은 친구를 본 기억으로 고향을 떠나 늘 외톨이로 지내온 소년 인수(강하늘 분). 외로움에 지쳐 다시 퇴마사 삼촌 선일(김정태 분)이 있는 시골집으로 돌아오지만, 인수를 괴롭히는 초등학교 동창 해철(박두식) 때문에 전학 온 학교 생활도 순탄치 않다.
그러던 어느 날, 기억을 잃고 학교를 맴도는 또래의 소녀귀신(김소은 분)을 만난 인수는 조금은 특별한 그녀와의 우정을 쌓으면서 점차 마음을 열게 되고, 저주라고 생각했던 자신의 능력에 대해서도 조금씩 받아들이게 된다.
한편, 학교에서는 정체불명의 핏빛 마스크 괴담이 떠도는 가운데 반 친구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는 의문의 실종사건이 발생한다. 사건을 쫓던 인수는 소녀귀신조차 두려워하는 괴담 속 마스크 귀신과 그녀의 관계에 얽힌 끔찍한 비밀을 점차 알아가기 시작한다. / ‘소녀괴담’
[MBN스타 손진아 기자] “해명 아닌 해명을 하고 다니고 칭찬도 많이 받았어요.”
아담한 체구에 예쁜 외모를 가진 배우 한혜린. 그가 욕하고 협박하고 때리는 게 상상이 안된다고? 어설픈 일진 연기를 우려했다면 큰 오산이다. 영화 ‘소녀괴담’에서 일진 소녀 현지 역을 맡은 한혜린이 연기 포텐을 제대로 터뜨렸다.
극 중 한번 찍으면 끝장을 보는 여자 일진 현지로 분한 한혜린은 욕설은 물론 눈 하나 깜짝 안하고 친구들을 위협하거나 찰지게 때리며 파격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이런 그가 ‘소녀괴담’에서도 악역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 영화를 본 관객들이 ‘실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연기가 아니냐’ ‘과거 노는 걸 좋아했던 게 아니냐’는 말을 할 정도로 리얼함을 살려냈다. ‘요즘 과거에 좀 놀았냐는 소리를 좀 듣지 않냐’는 물음에 한혜린은 “원래 사람을 때리진 않는다. 해명 아닌 해명을 하고 다니고 있고 칭찬도 많이 받았다.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호평 받아서 기분이 좋다. 감사하고 좋은 말씀 많이 해줘서 설렌다”며 쑥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는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호기심’부터 생겼다. 현지의 첫인상은 아련하면서도 측은했다. 시나리오상으로는 입체적이지 않았던 현지를 스크린을 통해 입체적으로 표현하고 싶었고, 현지의 디테일한 면들을 보여주면서 관객들과 소통하고 싶었다. 이런 생각들이 한혜린을 ‘소녀괴담’과 함께하게 만들었다.
“사실 현지에 대해 ‘일진’이라 표현하는데, 사실 촬영하는 내내 ‘일진’이라는 타이틀은 없었다. 그냥 캐릭터로만 다가갔다. 틀을 잡아 놓지 않고 그냥 인물의 행동, 말투를 따라가면서 현지를 연기했다.”
한혜린은 현지라는 캐릭터 그대로로만 다가가려 했지만, 극 중 학급 친구들을 때리거나 차가운 말을 내뱉으며 협박하는 등 다소 폭력적인 면을 드러내야 했다. 상대 배우를 폭력적으로 대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어려움도 느꼈고, 부담감도 밀려왔다.
“상대를 때리는 연기가 부담이 많이 됐다. (연기를) 하기 전까지는 망설임도 많아지고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내 손이 정말 맵다. 그래서 ‘아플텐데, 어떡하지’ 이런 생각까지도 들었다. 그런데 막상 연기에 들어가면 잘 소화했던 것 같다.(웃음)”
한혜린 역시 “기싸움 같은 것 없이 잘 맞았던 것 같다. 잘 어우러졌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이런 부분은 자랑스럽기도 하다”며 으쓱댔다. 이어 호흡 맞춘 배우들에 대한 칭찬 한 마디씩 해달라고 하니 거침없이 배우들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김소은은 어른스럽고 배려를 잘 해준다. 친해지기 전 서먹서먹할 때 귀신 분장을 한 김소은이 숨어 있다가 날 놀래킨 적이 있다. 그때부터 급속도로 친해졌다. 섬세하고 새침한 면도 있는 친구다. 강하늘은 되게 똑똑하다. 프로페셔널한 모습도 있고 책임감도 있고 정말 어른스럽다. 박두식은 성격이 정말 좋다. 그리고 솔직하다. 감정이 다 보이는 느낌이랄까. 같이 있으면 심심할 틈 없고 재밌다.”
데뷔 7년차 배우 한혜린. 아직 그는 많이 목말라있다. 욕심 부리지 않고 꾸준히 활동하고 싶고, 이번 작품과 반대로 가볍고 활동적인 캐릭터로 발랄하고 깨방정 가득한 모습도 보여주고. 아직 대중들에게 보여주지 못한 다채로운 면을 뽐내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잘 어울리는 배우’라는 소릴 듣고 싶다. 그냥 캐릭터라고 한정 짓고 싶지 않고 작품부터 상대배우, 화면에 나오는 배경까지 모든 것에 잘 어우러지는, 자연스러운 배우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
다양한 면을 선보이기 위해 쉴 새 없이 달리고 있는 한혜린은 차기작인 영화 ‘내 심장을 쏴라’에서는 또 다른 매력을 뽐낼 예정이다. 꾸준한 활동에 연애할 시간은 있을까. ‘연애’를 언급하니 그는 한숨을 내쉬다 이내 눈을 반짝였다.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