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프로 바둑기사였지만 형으로 인해 내기바둑판을 알게 되는 태석(정우성 분). 살수(이범수 분)가 짜 놓은 판 때문에 눈앞에서 형이 목숨을 잃게 된다. 게다가 태석은 형을 죽인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서 복역 하게 된다. 살수 패거리를 향한 복수심은 극에 달하고 그들이 자신을 까마득히 잊었을 때쯤 마지막 승부를 띄우기 위해 전국의 꾼들을 모은다. 은밀하고 위대하게. / ‘신의 한 수’
[MBN스타 여수정 기자] “영화 ‘신의 한 수’에 대한 좋은 소식이 있기를 바랐는데 좋은 소식이 들려 ‘야호’했다”
2013년 예리한 눈빛과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계획으로 감시자들의 눈을 피했던 배우 정우성이 프로 바둑의 신이자 복수만이 살 길인 태석으로 스크린에 귀환했다. 거기에 따라올 이 없는 완벽한 외모와 날렵한 턱선, 선명한 근육질 몸매는 덤이다.
‘비트’ ‘태양은 없다’ ‘무사’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으로 액션에 가장 최적화된 배우로 자리매김한 정우성은 액션에 대한 갈망을 ‘신의 한 수’로 풀었다. 극 초반 더벅머리에 얼굴을 다 가리는 커다란 안경, 어리숙한 모습으로 “어? 진짜 정우성 맞아?”라는 놀라움을 안긴다. 너무도 강렬한 첫 등장 덕분에 점점 제 모습(?)을 찾아가는 그의 모습이 격하게 반갑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긴 다리와 팔로 상대를 제압하는 정우성의 액션은 액션을 향한 그의 애정을 절로 느끼게 한다. 특히 얼음 냉장고에서 최진혁과 상의를 탈의한 채 내기 바둑을 두는 장면은 여성 팬들을 위한 최고의 장면이다. 딱, 딱 박자가 맞는 강한 액션과 보는 이까지 유쾌 상쾌 통쾌하게 만드는 액션, 상대의 공격에도 당황하지 않고 깔끔하게 “끝”을 외치는 액션 등 각 장면마다 주는 묘미가 다르다. 마치 액션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 같다.
액션 또는 작품 공백에 대한 정우성의 갈망을 적절히 채워준 ‘신의 한 수’. 그래서인지 극에서 정우성은 물 만난 고기처럼 자신의 기량을 뽐낸다. 액션 뿐 아니라 감성을 자극하는 드라마적인 부분도 함께 전개돼 그의 복수에 정당성을 입히고, 어느 순간 태석을 응원하게 된다.
“보통 난 작품을 고를 때 전략적이기보다는 캐릭터가 나에게 자극을 주는지를 생각한다. 관객의 입장에서 시나리오의 재미 여부를 따지기도 한다. 사실 공백이 있으면 하나정도는 스스로 노림수를 둬야하는데 난 20년 동안을 되돌아보면, 이 캐릭터, 저 캐릭터 내가 입고 싶은 옷을 골라 입는 스타일이었다. 내 스타일만을 강조했을 뿐, 관객들이 나에게 바라는 모습은 배려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이를 채우기 위해 고심했고, 관객들과의 소통도 중요시했다. 따지고 보면 관객들은 내가 액션, 멜로를 할 때 가장 즐거워했던 것 같다. ‘신의 한 수’는 시나리오 자체가 다양한 요소의 장점이 있는 상태로 만들어졌다. 액션 히어로의 탄생 과정, 그가 미션 하나하나를 격파해나가는 느낌이 살아있다. 보통의 액션 영화 제작진은 등장인물의 옷 색을 다르게 하는 걸 두려워한다. 그러나 ‘신의 한 수’는 만화적인 느낌도 있고 복수라는 무거운 느낌도 있다. 또한 내기 바둑이 소재라 의상을 보는 재미가 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바둑의 콘셉트와 가장 잘 맞는다.”
배우이기 이전에 정우성은 작품을 연출한 감독이기도 하다. 또 조범구 감독 역시 “좋은 배우 선배들과 작업해 많은 부분을 경험하고 배웠다”고 밝히기도 했다. 배우 겸 감독, 액션 애정왕 정우성은 현장에서 어떤 모습으로 그 진가를 발휘했을까.
“난 현장에서 배우의 본분을 지켰다. (웃음) 조범구 감독님이 나를 선배로서 존중해줬다. 내 경험치를 믿고 나에게 믿음을 가지고 있더라. 내 의사를 많이 존중해줬는데 이는 ‘신의 한 수’는 태석의 액션이 관건이고, 액션 영화를 찍어본 정우성이 자신의 경험치 보다 나을 것이라 생각한 것 같다. 다른 액션 영화와 달리 더 거칠고 남성스럽게 현장의 스피드를 담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더 신선할 것이며 액션 만큼은 멋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액션 수위에 대해 여성 관객들은 놀라곤 하던데 난 적절한 것 같다. 마음을 풀게 한 부분이 있다면 딱밤이 아닐까? (웃음) 바둑도 그렇고 딱밤도 그렇고 손가락으로 모든 수를 다 움직이는 게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것 같다. 특히 딱밤에는 위트가 녹아있다.”
대중이 가장 원하는 모습이 액션 또는 멜로 장르를 할 때 라고 말한 정우성. 그래서 그의 필모그래피는 주로 액션 아니면 멜로다. ‘신의 한 수’에 뒤이어 개봉할 작품 ‘마담 뺑덕’ ‘나를 잊지 말아요’ 역시 멜로다. 오랜 공백기만큼 2014년에는 다작으로 여심을 제대로 자극할 예정이다. 그동안의 공백을 알차게 채워주니 관객의 입장에서는 “야호”를 외칠 수밖에.
“멜로와 액션 둘 다 재미있다. 단 코미디는 꺼려진다. (웃음) 아침에 된장찌개를 먹었으면 점심, 저녁에는 다른 찌개를 먹고 싶지 않냐. 이번에 액션을 했으니 다음에는 다른 장르를 해야 되는데 또 액션을 하려면 어려운 부분도 있다. 같은 액션을 하면서 전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해야 되니까. 이상하게 로맨틱 코미디는 잘할 것 같은데 완전 100% 코미디는 좀 그렇다. 그렇다고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건 절대 아니다. ‘신의 한 수’에서도 초반에 망가지지 않냐. (웃음) 사실 ‘신의 한 수’ 속 망가짐은 꾸밈을 위한 망가짐이 아니다. 저런 이유가 있어서 태석이 그랬구나를 보여주는 망가짐이자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변화가 강조되는 부분이다.”
↑ 사진제공=호호호비치 |
“사실 난 지인들 앞에서 늘 ‘개그콘서트’에 나오는 다양한 캐릭터를 흉내 내곤 한다. (웃음) 미디어 속 내 유쾌한 모습에 지인들은 늘 저랬는데 이렇게 말한다. 단지 대중들만 이제야 본 것이다. ‘런닝맨’은 영화 홍보 차 나간 것도 있지만 정말 재미있게 놀았다.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지 이런 생각은 다 버리고 정말 최선을 다해 놀았다. (웃음)”
정우성은 1994년 ‘구미호’로 데뷔해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이했다. 때문에 ‘신의 한 수’와 개봉을 앞둔 작품들이 더욱 의미가 깊을 것이다. 외모는 물론이거니와 연기, 작품을 대하는 자세 등 여러 부분에서의 변화 덕분에 20년 전 정우성, 현재의 정우성, 미래의 정우성을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다. 한 방송 인터뷰에서 그는 “극장에서 내 모습이 나온다는 게 기뻤다. 그러나 처음 연기를 하는 것이라 그런지 통나무 하나가 왔다 갔다 하더라. 뻔뻔하게 데뷔를 한 것 같다”고 20년 전 연기를 디스한 적도 있다. 이 역시 현재의 정우성이 있으니 가능한 일이었고, 미래의 정우성에 대한 기대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데뷔한지 어느덧 20년이 됐다. 앞으로의 20년을 생각하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신인이구나 싶다. 사실 20년 전을 되돌아보면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하겠다는 의지와 꿈에 대한 열정으로 대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더 잘할 수 있는 준비된 신인이라 생각하고 앞으로가 재미있을 것 같다. (웃음) 앞으로도 현장은 나에게 있어 늘 즐겁고 행복한 장소이자 진지한 장소가 될 것 같다.”
↑ 사진제공=호호호비치 |
“‘신의 한 수’ 촬영에 끝나고 바로 ‘마담 뺑덕’ ‘나를 잊지 말아요’ 촬영이 이어졌다. 운동할 시간이 점점 줄어들었는데 자연스럽게 살이 빠졌다. 지금은 ‘신의 한 수’ 촬영 때보다 5kg 정도 더 빠졌다. 때문에 ‘나를 잊지 말아요’에 딱 맞는 이미지가 됐다. (웃음) 일명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