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주목할 만한 신인 보이그룹이 가요계에 야심차게 도전장을 내놨다. 이름하여 비아이지(B.I.G). ‘보이즈 인 그루브(BOYS IN GROOVE)’의 약자다. 스스로 “그루브 안에서 잘 노는 소년들”이라는 의미에서 나아가 “어떤 음악, 어떤 춤이든 자유롭게 소화할 수 있는 팀”이라 소개하는 다부진 팀이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지금까지 오기까지의 과정이 고통으로 쌓인 게 아니라 춤과 노래가 너무 좋아서, 인생이 음악에 빠지게 된 거죠. 이 과정 자체가 너무 행복하기 때문에 무대 위에서도 자연스럽게 보여질 것이라 생각해요.”
멤버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다섯 멤버 전원이 “주체할 수 없는 끼가 있다”고 입을 모은 벤지는 줄리어드 음대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한 ‘수재’였지만 이내 K팝에 빠져들었고, “한번 뿐인 인생을 위해” 클래식을 접고 한국행을 택했다.
데뷔에 앞서 공개된 티저에서 흐르는 땀을 주체하지 못해 여성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 건민은 “어렸을 때부터 땀이 많은 땀쟁이었다”거나 “땀이 너무 심하게 나 스타일리스트분들이 고생을 하셨다”면서도 비아이지 팬덤의 막강한 지분(?)을 예약하고 있다.
희도는 팀 내 유일한 10대. 탤런트 박광현의 5촌 조카이기도 하다. “어리다 보니 형들이 나를 부러워하는 게 이해가 잘 안 된다”며 가진 자의 여유를 만끽하면서도 “막내의 위치에서 팀에 도움될 수 있는 부분을 인지하고 열심히 하고 싶다”는 든든한 막내다.
이 외에 팀을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는 맏형 제이훈, 신중한 한 마디 속에 뼈가 실려 있는, 반짝이는 눈이 인상적인 래퍼 국민표까지 다섯 멤버가 제대로 놀 준비를 하고 똘똘 뭉쳤다.
다섯 멤버가 다 함께 만난 건 1년 반 전. 제이훈은 “만년 연습생일 줄만 알았는데 이렇게 데뷔하게 대 설레고 기대에 부풀어있다”면서도 “걱정되는 부분도 있지만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고 야무진 데뷔 소감을 밝혔다.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3년까지. 가수라는 하나의 꿈을 바라보며 심기일전 해온 이들은 이제 정식 데뷔를 통해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연습생 과정에서 중간중간 도태되는 친구들도 있었고, 완벽하게 준비되기 전엔 나올 수 없다는 생각에 기약 없이 데뷔를 준비했죠. 그런 의미에서 지금은 어느 정도 준비가 됐다고 할 수 있죠.”
“처음엔 누군가를 제치고 올라가자는 생각이 컸어요. 연습생 땐 경쟁의식이 심했죠. 그런데 매 월말 진행된 평가를 통해 혼자 잘 한다고 되는 게 아닌, 함께 하는 모습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죠. 지금은 모두 같이 가자는 생각이에요.”(건민)
“저 역시 처음 시작할 땐 개인적인 발전에만 집중했어요. 일단 나만 잘 하자는 생각이 강했죠. 그러다 시간이 지나다 보니 그게 잘못된 생각이란 걸 알게 됐어요.”(벤지)
전혀 다른 개성의 다섯 명이 모여 하나의 팀을 이룬다는 건 예상보다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우리 모두 개개인의 특색이 강했어요. 그런데 각자 잘 한다고 해서 하나로 합쳐졌을 때 융화가 잘 되느냐는 또 다른 문제더라고요. 처음엔 따로 노는 느낌이 컸다면 이젠 분명히 하나가 되었다는 점에서 변화를 실감하고 있습니다.”(제이훈)
이들의 데뷔곡 ‘안녕하세요’는 독특한 콘셉트의 곡이다. “안녕하세요”라는 인사와 더불어 대한민국을 소개하는 내용이 가득하다.
“이거는 내가 쓰는 한글이야”, “인터넷 속도는 우리가 젤 빨라”, “니가 보는 TV도젤 잘 팔려”, “우리나라 만세 모두같이 건배” 등 한국의 자랑거리를 소개하는 가사를 비롯해 “헬로”, “니하오”, “곤니찌와”, “쌀람”, “봉쥬르”, “구텐탁” 등 각기 다른 나라의 언어로 이루어진 반복되는 후렴구는 강렬한 중독성이 있다.
“처음 노래를 들었을 때의 느낌은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한 마디로 쇼킹했죠. 가사 없이 비트만 들었을 땐 강렬한 힙합 느낌이었는데, 가사를 듣고 나선 당황했어요. 김치 떡갈비 등등의 가사가 나오는데 이걸로 어떻게 뭘 할까. 안무는 어떻게 하나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중독성이 있더군요. 대중에게는 중독성을 심어드리면서 독특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테니 데뷔곡으로 이만한 곡이 없겠다 싶었어요.”(제이훈)
하지만 개성이 워낙 강렬한 곡이다 보니 어려움도 있었다. “곡 중간 김치 떡갈비 불고기 라는 가사가 제 파트였는데, 처음엔 감정 이입이 너무 힘들었어요. 어떻게 해야 곡이 멋있어질까 고민하다 그 맛을 상상하면서 불렀죠 하하.”(희도)
후렴구에 등장하는 ‘안녕하세요’는 한국어를 포함, 총 7개 국어로 이뤄져있다. 비아이지는 “각 나라 언어에 해당하는 자국민들이 우리 노래를 들었을 때 반갑지 않을까 싶어 더 좋다”고 덧붙였다.
“‘안녕하세요’는 강렬하면서도 독특하지만, 듣는 사람들에게 신선하다는 느낌을 드릴 수 있는 곡이라 생각해요. 중간중간 반전이 있는 퍼포먼스를 보여드릴 계획입니다.”
“그 퍼포먼스 덕분에 애국심이 불타오른 적이 있었어요. 하면서 이입을 해야 되니까. 우리나라를 조금 더 다시 생각하게 되죠. ‘애국돌’ 이라는 호칭도 좋을 것 같아요.”(제이훈)
희도는 “개인적인 바람은 9월 열리는 아시안게임 이전까지 열심히 활동해서 우리 노래가 알려지면 한국을 소개, 자랑하는 곡이 됐으면 좋겠다”고 야심을 덧붙였다.
롤모델은 브라운아이드걸스와 빅뱅이다. “브아걸 선배님들은 오랫동안 활동하시면서도 각자의 매력으로 개인별 행보를 이어가고 있잖아요. 우리도 각 분야에서 하나의 아이콘이 돼 각자의 매력을 선보이고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남자그룹 중에선 빅뱅이 롤모델이기도 하죠.”(국민표)
내친김에 각자 브아걸처럼 역할을 분담해보자 했다. “그럼 땀 흘리는 제가 가인 선배님을...”(건민) “저는 나르샤 선배님을 하겠습니다”(제이훈) “저는 미료, 제아 선배님 두 분을 하고 싶어요. 배울 점이 너무 많은 선배들이거든요”(국민표) “그럼 난 실장”(벤지) “그럼 전 매니저 할게요”(희도) 양보와 타협은 물론, 번뜩이는 아이디어까지 가진 팀이라는 사실이 입증된 순간이다.
“최종적으로 우리가 바라는 건, 비아이지로도 사랑받고 싶지만 멤버 한 명 한 명이 가요계에서 자리잡아서 ‘비아이지 멤버’ 누군가 보나 그냥 그 자체로 평가받고 싶은 마음이 커요. 지금부터 시작이죠.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psyon@mk.co.kr/사진 GH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