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인턴기자]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누군가.
SBS 수목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이하 ‘너포위’, 극본 이정선·연출 유인식, 이명우) 얘기다. 지난 3일 16회가 방영되기까지 ‘너포위’에는 많은 인물들이 등장했다. 그 인물들이 지닌 각각의 사연들이 상당한 재미를 줬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의문이 커지고 있다. 바로 이 드라마의 진짜 주인공은 누군가 하는 것이다.
‘너포위’는 은대구(이승기 분)라는 신참 형사가 엄마를 잃은 11년 전 마산 양호교사 살인사건을 파헤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린 드라마다. 제작진은 수사물의 긴박함, 초짜 형사들의 성장스토리와 쫄깃한 러브라인까지 담아내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다.
↑ 사진=너희들은포위됐다 방송 캡처 |
그럼에도 일부 시청자들은 회를 거듭할수록 극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다고 불평한다. 2회에 최고 시청률 14.2%를 기록한 후, 9회부터는 10%를 겨우 넘고 있는 것도 드라마의 흡인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걸 증명한다. 유명 배우들과 수많은 재미 요소를 두루 갖췄는데도 ‘너포위’가 이런 평가를 받는 이유는 아쉽게도 시청자가 집중해야하는 주인공이 힘을 잃었기 때문이다.
‘너포위’에는 많은 화자들이 등장한다. 형사물의 긴박함은 서판석(차승원 분)의 시선을 통해 전개시키고, 어수선(고아라 분)의 내레이션으로 통해 캐릭터들이 점점 성숙해져 간다는 것을 알리고, 어수선과의 풋풋한 사랑을 위해 은대구의 시선을 빌린다.
이는 강력 범죄를 풀어가는 쾌감과 성장스토리에서 오는 뿌듯함, 러브라인의 알콩달콩함까지 전부 아우르겠다는 의지인 듯 한데 오히려 그로 인해 은대구라는 캐릭터가 주인공의 타이틀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너포위’의 핵심 사건은 은대구의 엄마가 희생된 양호교사 살인사건이고, 지금까지 그려진 사건들이 전부 은대구를 중심으로 얽혀있다. 드라마의 시작은 엄마의 복수를 위해 은대구가 김지용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경찰이 된 것이었고, 드라마의 끝은 은대구가 사건의 배후를 파악하고 검거하는 것이 될 것이다. 이 드라마에서는 그만큼 은대구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 극을 끌어가는 인물은 사건 해결을 도맡고 있는 서판석이다. ‘너포위’는 어느 새 사건의 배후 세력과 서판석의 기싸움이 돼 버렸을 정도다. 예를 들어, 서장 강석순(서이숙 분)이 배후 세력의 중심이라고 추측되는 유문배(정동환 분)의 수하라는 것을 알아내고 강석순과 따로 만나 담판을 지은 것도 서판석이다. 그 시각, 은대구는 자신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강석순이 스파이라는 것은 까맣게 모른 채 정체 모를 세력에 복수심만 활활 불태우고 있었다.
↑ 사진=너희들은포위됐다 방송 캡처 |
이에 시청자들은 차라리 드라마 초반, 은대구가 서판석 팀장을 배후 세력의 끄나풀로 오해했을 때가 훨씬 능동적이었다고 토로한다. 더욱이, 은대구는 서판석에 대한 오해를 풀고 나서 그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태도를 보였고, 그럴수록 극의 전개는 서판석의 몫이 됐다.
게다가 이 드라마에는 서판석 뿐 아니라 은대구의 자리를 위협하는 막강한 사연들을 지닌 등장인물들이 줄지어있다. 은대구의 후원자를 자처했지만 알고 보니 그를 감시하는 배후 세력의 끄나풀이었던 강석순은 과거 동료를 잃고 경찰 수사권의 독립을 위해 모든 악행을 저지른 인물이다. 양호교사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된 구둣발 조형철(송영규 분)은 12년 전 서판석을 구하기 위해 용의자에게 총을 쐈다가 경질된 후 모든 것을 잃은 사연을 가지고 있다. 15회에서 정체를 드러낸 은대구 엄마의 살해 용의자 유애연(문희경 분)에게도 또 다른 사연이 있을 터다.
이처럼 드라마는 모든 인물들의 사연을 친절하게 소개해 주는 것에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남은 회차가 4회 뿐인데 그 많은 에피소드들이 어떻게 하나로 뭉칠 지도 의문이지만, 이 에피소드들이 극의 주인공인 은대구의 심경이나 수사 의지 같은 것을 풀어낼 시간을 뺏는 것도 문제가 된다. 물론, 그 친절함 덕분에 악인들은 왜 악행을 저지를 수밖에 없는지 당위성을 부여받게 됐다. 하지만, 그로 인해 은대구가 엄마의 복수를 위해 무엇을 했나 더듬어보면 아무 것도 떠올릴 게
이제 ‘너포위’는 흩뿌린 퍼즐을 거둬들일 시간이 됐다. 하지만, 이 퍼즐들을 맞추는 손이 과연 서판석 팀장이 될지, 은대구가 될지, 그것은 더 두고 볼 일이다.
유지혜 인턴기자 yjh0304@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