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작품성이 뛰어난 드라마가 꼭 시청률이 잘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시청률이 잘 나오는 드라마가 꼭 좋은 드라마는 아니다. 그런 면에서 최근 종영한 ‘골든크로스’는 높은 시청률은 아니었지만 시청률만으론 평가할 수 없는 작품으로 인정받았다.
그 중심엔 김강우가 있었다. 김강우는 거대 권력에게 휘둘려 억울하게 가족을 잃고 복수를 이루는 강도윤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기록에 남을만한 성적을 남긴 작품은 아니지만 ‘골든크로스’는 출연한 배우에게도 만족할만한 작품이 됐다.
◇ “‘골든크로스’는 연기할 거리 있었던 작품”
김강우는 “채널을 돌리다가 쉽게 볼 수 있는 드라마는 아니다. 그런데 10%가 넘었다는 것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처음에 5% 나왔을 때도 올라갈 것이라는 확신은 있었지만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는 짐작이 안됐다. 객기가 아니라 15% 이상 나온 드라마보다 낫다. 개인적으로 만족도가 큰 작품이다. 물론 대박나는 작품을 하면 CF도 찍고 좋겠지만 ‘골든크로스’는 연기할 거리가 있는 작품이었다. 시원하고 일 하는 맛이 났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흥행이나 시청률로는 그 동안 재미를 보지 못했던 김강우였다. 누가 봐도 대박 시청률을 기록하기엔 쉽지 않은 작품이었기에 처음 김강우가 ‘골든크로스’를 선택했을 때도 우려가 컸다. 하지만 ‘골든크로스’의 뒷심은 무서웠고 의미있는 상승세로 김강우도 시청률에 대한 갈증을 채우게 됐다.
“사실 시청률만 따지면 ‘해운대 연인들’이 더 높았다.(웃음) 전 이 드라마가 순간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할 거리를 주고 주제 의식이 확실했다는 것에 의미를 가졌다. 이런 작품이 계속 나와야 젊은 작가들도 새로운 글을 쓸 수 있다. 시청자들도 뻔한 드라마 밖에 못 보고 배우들도 비슷한 역할밖에 못 하게 된다. 이상하게 영화는 다양한 장르가 나와야 한다고 하는데 드라마 장르가 국한되는 것에 대해선 관대하다. 그런 의미에서 유현미 작가가 대단한 일을 했다고 본다.”
◇ “드라마 제작진, 혹사 당하는 존재 아닌 예술가들”
“처음엔 밝은 것을 보여줬다가 복수를 시작해야 했고 3년 후 돌아왔을 때까지 쉬어가는 페이지가 없었다. 사건도 많고 대사도 많아서 집중력을 떨어뜨리지 않는 게 중요했다. 그 안에서 절대 권력자들에게 제대로 호통을 쳐줘야 했기 때문에 지르는 연기를 많이 하게 됐다. 원래 그런 연기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보시는 분들이 후련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여기에 ‘골든크로스’의 단순한 몸싸움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영화같은 비주얼을 보여줘야 했다. 액션 장면만 2~3일을 촬영했으니 안 그래도 대사 많은 김강우는 더 고생을 했다. ‘골든크로스’ 캐릭터 중에서 사무실에 앉아서 일하고 파티를 즐기는 마이클장(엄기준 분)의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이유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결국 촬영 막바지에 쓰러져 응급실 신세를 지기도 했다.
“촬영하면서 힘든 것은 다 개런티에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전 링거 하나를 호사를 누렸고 스태프들은 더 고생한다. 근데 이런 얘기를 하면 항상 한국 드라마의 열악한 현장으로만 부각이 되는 것 같다. 그 안에 있는 사람들, 스태프들은 몇 일 밤을 새도 더 열심히 하고 예술을 한다. 다 좋아서 하는 일이다. 단순히 혹사당하는 존재, 열악한 제작 환경으로만 매도할 순 없다. 물론 좋은 환경에서 한다면 좋겠지만 다들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좋아서 하는 예술가들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줬으면 좋겠다.”
◇ “배우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삶도 중요…일만이 일생 전부는 아냐”
“전 처제들에게 친근하고 다정다감한 스타일이 아니다. 그래서 완전 모순된 타이틀이라고 본다. 상남자 스타일은 아니지만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니다. 그냥 단순한 한국 남자다.”
요즘 붐인 육아 예능에 참여하고 싶진 않냐고 물으니 “집안에서 벌어지는 일이 더 전쟁터인데 밖으로 나오게 하고 싶지 않다. 집에서까지 일하는 것도 별로다”라고 말했다.
스스로 37살에 평범한 두 아이의 아빠, 전형적인 한국 남자라고 말하며 타인의 삶에는 관심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세상일에는 일은 알아야 한다면 여러 개의 신문을 보며 사회성 짙은 작품에 출연했다. 배우 김강우의 목표에 가정을 빼놓을 수 없다. 오히려 이런 모습이 배우 김강우의 진면목에 드러내게 한다.
“배우로서의 궁극적인 목표는 없다. 그저 나이를 먹어도 기운이 좋은 배우로 남았으면 좋겠다. 개인적인 삶도 좋았으면 한다. 일만이 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집에 무슨 일이 있으면 신경 쓰여서 일을 못 하겠더라.”
인기를 위한 것인 아닌 연기와 삶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김강우를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매 작품을 할 때마다 ‘김강우의 재발견’이라는 말을 듣는다며 민망해 했지만 그만큼 13년 연기자인 김강우가 보여줄 모습이 더 많다는 것을 증명하는 말이기도 하다. ‘골든크로스’를 통해서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준 김강우의 다음 행보를 기대한다.
“그러지 않아야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