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남자의 조건을 모두 갖춘 강력계 형사 지욱(차승원 분)은 범인을 단숨에 제압하는 능력을 발휘해 경찰, 거대 범죄 조직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그러나 그런 그의 내면에는 여자가 되고 싶은 욕망이 자라고 있다. 이를 감추기 위해 거칠게 살아왔지만, 이젠 진짜 본연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 새로운 삶을 준비하려 한다. / ‘하이힐’
[MBN스타 여수정 기자] 영화 ‘박수칠 때 떠나라’ ‘아들’ 등으로 감독과 배우 사이를 넘어 명콤비로 활약했던 장진과 차승원이 6년 만에 ‘하이힐’로 뭉쳤다. ‘하이힐’은 으리으리한 두 남자의 만남이자 장진 감독이 데뷔 20주년을 맞아 스크린에 “아이 윌 비 백”(I'll be back)을 알린 작품이라 반갑다.
‘하이힐’은 겉모습은 완벽한 남자지만 내면에 여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을 숨긴 채 살아온 강력계 형사 지욱(차승원 분)의 돌이킬 수 없는 운명을 그린 작품이다. 거친 남자 속 여성성이 담겨있어 감성 느와르로 제격이다. 액션으로 남성 관객을 잡고 아름다운 색채와 영상미, OST로는 여성 관객들의 감성까지 자극한다.
때문에 그동안 대중에게 익숙했던 장진 감독과 차승원의 만남이 전혀 새로운 모습이다. 이는 두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다.
“영화의 상업적 득실 떠나 나와 함께 했던 배우가 극찬 받아 기쁘고 정말 차승원에게 고맙다. 그가 나에게만 의지했다면 쉽게 갔을 텐데 배우 스스로도 욕심을 가져 더 좋게 나왔다. 때문에 이번 작품은 쉽게만 찍어낼 수 없었고 기다리고 더 만지고 했다. 내용적 대리만족보다는 알파치노 성향과 남성의 고유함, 강력한 남성이 부각됐다. 사실 지욱 같은 이가 어디 있겠냐. (웃음) 영화는 경험이 5%이고 대리만족이 95%다. 내가 그렇게 못 사니까 영화에서라도 그런 인물을 등장시키는 것이다. 상상의 경험처럼. 또한 OST도 잘 나왔다. tvN ‘SNL 코리아’ 밴드마스터 팀장이 속했는데 정말 잘한다. 감성이 좋다. 아마 OST가 따로 발매될지도 모르겠다. 솜이가 영화에서 부른 노래까지 더해서.”
↑ 사진=곽혜미 기자 |
“확장판에는 차승원과 안길강의 액션장면, 오지호와 김예원, 윤손하 등 카메오들의 활약상이 돋보인다. 이들이 너무 잘해줬는데 작품에 다 담아내지 못해 개인적으로 미안했다. 이들의 활약을 조금이나마 확장판에 담았다. 만약 이들의 하나까지도 다 담아냈다면 관객들도 알차게 봤을 텐데 아쉽다. 대중성으로 보면 무엇인가를 해결하면서 짠하게 만들어야 된다. 그러나 ‘하이힐’은 느와르가 가진 우울기나 분위기를 지닌 채 드라마가 끝난다. 때문에 상업영화 궤도 안에서는 시원하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가끔은 관객들로 하여금 생각을 할 수 있는 영화도 나와야 된다고 생각한다.”
카메오도 카메오지만 뭐니 뭐니 해도 ‘하이힐’의 묘미는 카리스마 차승원의 여장이다. 앞서 ‘하이힐’ 언론배급시사회 당시 장진 감독은 “여장한 차승원을 봐도 절대 웃지 말자고 다짐했다. 처음에는 정말 끔찍하고 관객들이 여장을 본다면 실소가 나오겠지, CG로 어떻게 처리하지 등 생각이 많았는데 카메라 앞에서 차승원이 연기를 하니 걱정은 사라지고 여자를 느껴지더라”라며 당황스러웠지만(?) 당황하지 않고 그의 연기력에 다시 한 번 감탄했음을 알린 바 있다.
“차승원의 여장을 위해 많은 이들이 수고했다. (웃음) 화장하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의 여장이 어색했지만 사실 어색한 여장이 지욱의 콘셉트니까, 또한 이 어색함을 이기려는 남자니까 괜찮았다. (웃음) 차승원이 너무 마르고 길어서 여성적인 선이 나오곤 한다. 이는 본인도 알 것이다. 난 고등학교 때 한국무용을 해서인지 손끝 등에서 여성적인 선이 나온다. 누구나 절대적 남성, 여성 외에 다른 선의 감각이 있을 것이다.”
일말의 여성적인 선을 가지고 있는 장진 감독 덕분에 지욱은 실제 여성보다 더 감성적이며 묘하게 아름답다. 지욱 역을 연기한 차승원도 스크린에서는 영락없는 여자였다. 자아 정체성과 사람들은 얼마나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사는 가 등을 알리기 위해 ‘하이힐’ 속에는 거친 남자안의 여자가 주인공이다. 역으로 보면 아름다운 여자안의 남자도 주인공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내가 그나마 조금 더 쉽게 풀 수 있는 드라마라 남자 안의 여성성으로 잡았다. 남성성을 지닌 여자를 본 적이 없고 잘 모른다. 그러나 ‘하이힐’은 남자 같다 또는 여자 같다 보다는 마음 속에 있는 구분이라 성을 떠나 이야기해도 상관은 없다. 마치 LG 팬인데 두산 팬 사이에 있어 함부로 LG에 대해 말하지 못 한다 랄까. (웃음) 제목도 ‘하이힐’로 지은 것은 요즘은 남녀가 공통적으로 교감하는 부분이 많지 않냐. 미용실은 물론 피부 관리실, 심지어 네일아트 샵까지 말이다. 절대적인 여자의 오브제를 찾다보니 하이힐이 제격이더라. 또한 12cm위의 남자가 부제로 들어갔었는데 너무 설명적인 것 같아 빼버렸다.”
↑ 사진=곽혜미 기자 |
진지한 교훈도 잠시 영화에는 ‘코믹함’도 담겨있다. 덕분에 과격할만하면 웃기고 감성적 이려고하면 또 다시 웃음 요소가 등장한다. 여기에는 김민교, 조복래, 정명옥의 역할이 엄청나 주연부터 조연의 조화가 제대로 시너지 효과를 낸 셈이다.
“난 코미디에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 아니다. 작품에 있어 코믹적인 요소가 중요하지만 어렵다. 때문에 안 웃겨도 된다고 생각하고 언제든 웃길 수 있다 생각한다. 그러나 이 균형을 조절하는 게 어렵더라. ‘하이힐’ 중후반 극단적인 감정으로 치솟아야 되는데 너무 웃기면 안 된다. 그래서 적정선에서 웃음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했다. 어떤 이들은 ‘캐릭터의 진정성의 상실’이라고 하지만 적당한 유니크는 미덕이다. ‘하이힐’ 속 웃음정도는 좋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처럼 ‘하이힐’에는 적당한 진지와 웃음, 감동이 어우러져 있다. 때문에 오직 관객 수로만 정의되는 ‘흥행’보다는 장진 감독과 차승원의 6년 만에 만남, 장진의 데뷔 20주년 기념작, 세상 그 어디에도 없는 감성 느와르 탄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 사진=곽혜미 기자 |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