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줄어든 2회 분량은 치명적이었다. 여러 일들이 겹치면서 예정됐던 18부작에서 2회가 줄며 16부작으로 막을 내려야 했던 ‘개과천선’은 급하게 이루어졌던 마지막을 알리듯 그 어느 회에 비해 너무 급했고 그만큼 허술함이 많았다. 성급함이 만들어낸 ‘용두사미’(龍頭蛇尾)였다.
동양그룹 CP 발행, 키코사태, 현대차건설을 놓고 벌였던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의 신경전 등 실제 사회에서 벌어졌던 다양한 사건들을 극에 녹여내 안방극장의 뜨거운 지지를 받았던 ‘개과천선’의 마지막 재판은 진로사태를 모티브로 한 백두그룹의 이야기였다.
26일 방송된 ‘개과천선’은 계속되는 거부에도 거듭 찾아와 재판을 맡아 줄 것을 부탁하는 진진호(이병준 분)에 결국 의뢰를 맡아 백두그룹 인수와 관련해 변호를 하기로 한다. 하지만 김석주는 의뢰를 맡자마자 방만한 경영과 충동적인 대응책으로 상황을 어렵게 만드는 진진호 회장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게 된다. 더욱이 백두그룹을 인수하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만 엿보고 있는 외국계 기업 골드리치와 손을 잡은 곳은 국내 최고 로펌이자 차영우펌이었다. 게다가 차영우 펌의 대표이자, 김석주와 대립관계에 있는 차영우(김상중 분)은 법조계 인사를 쥐고 흔들 정도로 강력한 권력을 가진 인물.
모든 사건이 끝나자 김석주는 아버지와 함께 낚시를 떠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과거 김석주는 인권변호사인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반발로, 을의 입장보다는 돈을 먼저 생각하는 악덕변호사의 길을 걸었던 인물이다. 그러나 사고 후 억데 된 기억상실은 김석주의 트라우마를 잊게 만들었고, 이는 아버지와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오랜 갈등을 풀고 아버지와 화해한 김석주는 그 어느때보다도 환한 미소를 지으며 해피엔딩을 알렸다.
지난 4월 첫 방송된 ‘개과천선’은 ‘연기본좌’라고 불릴 정도로 흡입력 강한 연기를 펼치는 김명민과, ‘골든타임’의 최희라 작가, ‘스캔들’의 박재범 연출이 의기투합한 드라마라고 알려지면서 안방극장의 큰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었다. 모두의 기대처럼 ‘개과천선’은 초반 탄탄한 극본과 세련된 연출력,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이 조화를 이루며, 비록 시청률은 저조하지만 잘 만든 드라마라는 호평을 받으며 탄탄한 팬층을 형성해 나갔다.
그러나 계속된 결방은 긴장감 있게 진행돼 나갔던 ‘개과천선’에 악수(惡手)로 작용했다. 잦은 결방은 극의 흐름을 끊을 뿐 아니라, 주연배우 김명민의 스케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개과천선’ 종영 후 영화 ‘조선명탐정2’에 합류해야 했던 김명민은 생방송처럼 촬영이 진행됐던 ‘개과천선’의 종영일자가 뒤로 미뤄졌다는 사실을 알자 스케줄 조절에 어려움을 알린 것이다.
결국 논의 끝에 18부작이었던 ‘개과천선’은 16회로 조기종영하게 됐고, 이로 인해 2회가 통으로 사라지면서 극은 한 회안에 모든 것을 마무리 해야만 했다. 15회까지 큰 탈 없이 진행되며 세밀한 디테일을 보여주었던 ‘개과천선’이지만 마지막 회가 되자 오직 마무리를 위해 달려가는 듯, 이전과는 달리 매끄럽지 못한 진전을 보여주며 아쉬움을 남겼다.
그럼에도 반전은 있었다. 사고로 기억을 잃은 이후 개과천선해 정의의 용사로 변신한 김석주의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려던 찰나 뜬금 없이 차영우가 등장한 것이다. 차영우는 현재 기업들이 악행을 저지를 수 있었던 이유는 과거 김석주가 만든 작품의 결과 때문임을 알린 뒤 “인생이 그래서 재미난 겁니다”라고 싸늘하게 웃으며 의미심장한 마지
탄탄하게 시작했지만 시간 앞에 무릎 꿇은 ‘개과천선’은 미완의 완성을 남겼지만, 그럼에도 시청자들에게 시즌2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을 안기며 안녕을 고했다.
한편 ‘개과천선’ 후속으로 장나라·장혁 주연의 ‘운명처럼 널 사랑해’가 방송된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