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강태명 인턴기자]
극장을 나서며 ‘이건 내 얘기야’라고 느끼지 못했다면, 축하한다. 그대는 상대에게 상처주지 않고 받지도 않은, 단 한순간도 찌질하지 않았던 사랑을 한 것이다.
손만 스쳐도 두근거리는 100일. 1박 2일 여행을 계획하는 재운의 모습을 보며 남자들은 고개를 끄덕거린다. 어떻게든 단 둘만의 여행을 떠나 거사(?)를 치르려는 앳된 모습에 왠지 낯이 가렵다.
설렘과 풋풋함이 사라진 1000일. 재운은 복학생이 됐고 수진은 어엿한 직장인이 됐다. 같은 대학생이었지만 처지가 달라진 두 사람. 사사건건 갈등을 빚는다. “대화로 풀자”면서도 여자친구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 재운, ‘여자 언어’로 일관하면서 남자친구가 이해하지 못하자 토라져버리는 수진. 오래된 개그 코너의 유행어가 생각난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요.” 해답은 연극을 보는 각자의 마음에 있다.
우여곡절 끝에 맞이한 10주년. 두 사람은 사랑의 베테랑이 됐다. 여전히 장난기 가득한 재운과 그런 남자를 다룰 줄 아는 수진은 결혼을 약속한다. 단 한 번도 이벤트를 기획했던 적없는 남자친구가 깜짝 프러포즈를 선사한다면 어떨까. 눈물 흘리지 않는 여자가 있다면 ‘모두 유죄’다.
이 공연의 백미는 관객 참여 코너다. 극 중반 한 관객을 무대로 초대해 담아 두었던 속내를 밝힐 기회를 준다. 100일쯤 된 커플에겐 더 돈독해질 기회를, 1000일쯤 된 연인에겐 새로운 설렘을,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에겐 프러포즈의 무대가 될 수도 있다. 혹시 모르니 하고 싶은 말 하나 정도는 준비해가는 센스가 필요하다.
헤밍웨이는 6개 단어로 가장 슬픈 소설을 썼다. “For sale: Baby shoes. Never worn”(팝니다: 아기 신발. 한 번도 안 신었음). 이 문장을 ‘러브 액츄얼리’에 맞게 살짝
지금 내 옆의 사람이 지겹고 새로운 설렘을 느끼고 싶은가. 혹은 평생의 배필이 아니라고 느껴지는가. ‘러브 액츄얼리’를 보며 지나온 사랑의 여정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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