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위기에 당면한 출연진 혹은 프로그램을 향해 유쾌하면서도 현실적인 해결법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보고 그대로 따라하는 것은 상관이 없으나, 그에 따른 결과는 책임질 수 없음을 미리 밝힙니다. <편집자 주>
[MBN스타 금빛나 기자] “범인 찾으라고 했더니, 하라는 수사는 안 하고 왜 만날 사랑에 빠지나요?”
수사물의 묘미는 쫓고 쫓기는 추격전과, 완전범죄를 꿈꾸는 자와 이를 파헤치는 자들이 펼치는 두뇌싸움으로 안방극장을 흥분케 하며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이와 같은 수사물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제작되면서 많은 마니아들을 양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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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너희들은 포위됐다’ ‘신의 퀴즈’ ‘갑동이’ 캡처 |
“미드(미국 드라마)는 정직하게 수사만 하고, 일드(일본 드라마)는 수사과정을 통해 교훈을 전해주고, 한드(한국 드라마)는 꼭 수사하다 사랑에 빠져요.” (온라인 게시판)
SBS ‘신의 선물-14일’(이하 ‘신의 선물’) tvN ‘갑동이’ 등 이전에 비해 약해졌다고 하나, 여전히 국내 수사물에서 동료에서 연인으로 발전해 나가는 ‘러브라인’은 절대 빼 놓을 수 없는 요소 중 하나다. 강남경찰서를 배경으로 한 SBS 수목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이하 ‘너포위’)의 경우 장르를 ‘청춘 성장 로맨스 수사물’이라고 표방할 정도로, 풋풋한 청춘남녀의 로맨스를 주요 소재 중 하나로 사용하고 있다.
단 한 번도 형사를 꿈꿔본 적 없는 4명의 1년 차 신입 형사들과 이들을 도맡게 된 명실상부 최고의 수사관인 강력반 팀장의 성장드라마 ‘너포위’는 최근 은대구(이승기 분)를 위로하는 어수선(고아라 분)의 ‘눈물의 백허그’를 하면서 사랑이라는 감정에 불을 지피고 있는 중에 있다.
사실 ‘너포위’ 외에도 OCN ‘신의퀴즈4’에서도 태경(김재경 분)과 시우(이동해 분)의 알콩달콩한 사랑을 보여주며 지난 시즌에 비해 강화된 러브라인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 외에도 많은 수사물에서 잊을만하면 툭 튀어나와 시청자와 만났다. 물론 ‘신의 선물’의 경우 지나치게 러브라인이 없는 나머지 ‘제발 수현(이보영 분)과 동찬(조승우 분)을 이어달라’는 요청이 올라오긴 했지만, 지나치게 치중된 러브라인은 솔로인 시청자들의 심기를 거스를 수 있는 법.
러브라인이 없으면 극의 재미가 없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러브라인은 정말 고전적인 소재고, 그만큼 자칫 잘못하면 굉장히 식상하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이와 같은 식상한 러브라인이 없으면 시청률이 안 나오지 않느냐고 항변하는 국내의 많은 드라마 관계자들을 위해 각국에서 유명한 수사물 작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렇게 섹시한 셜록홈즈라니…영국에서 날아온 ‘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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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홈즈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영국 BBC 드라마 ‘셜록’에서 사랑 따위는 찾아보기 어렵다. 고성능 소시오패스로 사회성이라고는 티끌만큼도 없는 천하의 셜록 홈즈(베네딕트 컴버배치 분)가 비범한 능력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은 전 세게 시청자들을 열광케 하기 충분했다.
시즌2에 등장했던 아이린 애들러(라라 펄버)가 셜록 홈즈의 첫사랑처럼 그려지면서 미묘한 러브라인을 보여주는 듯했지만, 단 1회만 등장하고 사라지면서 여직까지 셜록 홈즈의 사랑은 이어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셜록 홈즈의 둘도 없는 친구 존 왓슨(마틴 프리먼)의 경우 의도치 않은 셜록 홈즈의 방해로 데이트가 무산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나마 최근 메리 모스턴(아만다 애빙턴)과 결혼하면서 드디어 평범한 러브라인이 그려지나 했다. 하지만 이내 첩보원으로 많은 사람을 죽였던 메리 모스턴의 과거가 밝혀지면서 ‘셜록’에서는 절대 평범한 사랑따위는 없음을 보여주었다.
달콤한 러브라인이 없이도 ‘셜록’이 국내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탄탄한 극본과 함께 한시라도 눈을 뗄 수 없는 연출의 힘이 크다. 실제 ‘셜록’은 수려한 영상미는 물론이고 매 회마다 다른 연출가들이 선보이는 다양하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연출기법은 극의 긴장감과 함께 비교해서 보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더불어 ‘잘생김’조차 연기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셜록’에서 일에 집중하는 남자의 섹시한 매력을 보여주고 있는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서른 넘은 남자의 귀여움을 보여주고 있는 마틴 프리먼의 조합 또한 ‘셜록’의 인기요인 중 하나다. 셜록 홈즈와 존 왓슨의 투덕거리면서도 서로를 위하는 ‘러브라인’ 보다 뜨거운 우정은 러브라인이 없이도 얼마든지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했다.
어느새 시즌14…수사물의 정석을 보여주는 미국의 ‘CSI:과학수사대’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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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0월 6일 첫 방송된 ‘CSI:과학수사대’(이하 ‘CSI’)는 자그마치 시즌14까지 제작되면서 세월이 흘러도 식지 않는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를 무대로 하는 ‘CSI 라스베이거스’(이하 ‘라스베이거스’)는 스핀오프 시리즈인 ‘CSI:마이애미’(이하 ‘마이애미’)와 ‘CSI:뉴욕’(이하 ‘뉴욕’)까지 만들기까지 했다. 비록 시작은 스핀오프였지만 ‘마이애미’와 ‘뉴욕’ 역시 각각 시즌10, 시즌9까지 제작되면서 ‘CSI’의 인기가 어느 정도 인지 가늠할 수 있다.
과학적수사의 치밀함과 재미를 고루 갖추고 있다는 평을 들은 ‘CSI’ 시리즈는 매회 이이어지는 것이 아닌 각 회 별로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언제 어느 때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 드라마다. 무엇보다 정직하게 수사에 집중하다보니 수사물의 가장 큰 장점인 두뇌싸움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시즌1,2에서는 러브라인이 전무하다 말해도 될 정도로 수사에만 열중하고 있으며, 이후 간간히 등장하는 러브라인 역시 극에 감칠맛을 더하는 양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대부분의 에피는 러브라인에 관한 이야기가 아예 없거나, 있어도 분량이 극히 적으며, 극이 시작되더라도 어디까지나 사건해결을 주 내용으로 한다.
게다가 ‘CSI’ 시리즈는 골라보는 재미까지 주고 있다. ‘라스베가스’와 ‘마이에미’ ‘뉴욕’ 각각 도시에서 보여주는 성격이 다른 만큼 지역 특성상 벌어지는 사건도 다르다. ‘라스베이거스’의 경우 오리지날 시리즈인 만큼 ‘CSI’ 시리즈 전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평을 듣고 있으며, 밝은 마이애미 해변을 배경으로 하는 ‘마이애미’는 화려한 볼거리가 많아 초보자가 접하기에 가장 좋은 시리즈로 불린다.
반장이나 구성원들의 성격에서 오는 차이점 때문에 작품마다 상반되는 매력이 있다. 가장 복잡한 도시 뉴욕의 거대 범죄를 다루는 ‘뉴욕’은 세 시리즈 중 가장 어두운 분위기를 자랑하고 있다. 각 시리즈를 비교하는 재미도 있지만 함께 만났을 때 생기는 시너지 또한 만만치 않다. ‘마이애미’의 호라시오 반장이 범인을 잡기 위해 뉴욕으로 건너와 ‘뉴욕’의 맥 테일러 반장과 만난다. 이 모습을 각각 ‘마이애미’와 ‘뉴욕’ 시리즈에서 다른 시선으로 보여주면서 또 다른 보는 맛을 더하고 있다.
※ 다음 호는 KBS 예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